사람 닮은 로봇이 재난 구조에 더 적합

입력 2015-06-28 21:22  

오준호의 로봇 이야기(2) 왜 인간형 로봇인가

美재난로봇대회 참가 로봇들 대부분 '인간형'…인간의 일 대체한다는 건 오해



인류가 재난에 처했다고 가정해보자. 그 현장에서 누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어떻게’에 대한 답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어도 ‘누가’에 대한 대답은 한 가지다. 아무리 참담한 상황일지라도 그것을 재건하는 일은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난 현장에 사람이 접근할 수 없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처럼 말이다. ‘인간이 직접 개입할 수 없는 재난 현장은 어떤 방법으로 수습해야 할까’라는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재난로봇대회다.


DARPA는 참가팀이 수행해야 하는 여러 과제를 제시하면서 로봇 형태에는 제한을 두지 않았다. 어떤 형태의 로봇이든지 임무만 잘 수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결승 무대에 오른 24개의 로봇 중 20개가 사람처럼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진 인간형 로봇이었다. 대회에서 만점을 기록한 세 대의 로봇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왜 인간형 로봇이 대세를 점한 것일까.

대회 과제는 운전, 하차, 문 열기, 밸브 잠그기, 벽 뚫기 등과 버튼을 누르거나 플러그를 옮겨 꽂는 등의 정밀 작업, 장애물 돌파, 계단 오르기다. 재난 상황 임무치고는 평이해 보이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 모든 작업을 방사능으로 가득한 원자력 발전소에서 수행한다고 생각해보자. 로봇은 사람 대신 차를 몰고 가서 문을 열고 현장으로 진입해 위험 물질이 누출되고 있는 밸브를 잠그거나 버튼을 눌러 발전소 가동을 중지시킨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공구를 사용해 벽을 뚫거나 장애물을 제거하고 계단을 오르기도 할 것이다.

복구가 필요한 재난 현장은 바다나 사막이 아닌 인간의 생활공간이다. 복구에 사용하는 장비도 인간에게 최적화돼 있다. 그러니 구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 역시 이 같은 환경에 익숙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인간을 닮은 로봇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의 일과 역할을 대체하려고 로봇을 만든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인간은 할 수 없고 로봇만이 가능한 일, 말 그대로 불가피한 업무에 투입하기 위해 연구하는 것이다. 인간형 로봇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개발하는 것에 비해 실질적으로 활용되는 빈도가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인간형 로봇에는 첨단에 첨단으로 응축한 과학기술이 집약돼 있다. 인류는 휴머노이드 개발을 통해 과학이 맞닥뜨리게 되는 기술의 한계를 계속해서 뛰어넘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형 로봇을 개발해야 하는 이유다.

오준호 < KAIST 기계공학과 특훈 교수·KAIST 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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