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특급' 중국증시 현장을 가다①] "9월 더 긴 조정 온다…'슬로우 불마켓' 진통 과정"

입력 2015-07-06 10:25  

[ 권민경 기자 ]

만만디(慢慢的, 천천히)는 흔히 중국인의 특성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행동이 굼뜨거나 일의 진척이 느리다는 것인데, 부정적 의미보다는 느긋하고 신중한 대륙인의 기질을 드러내는 의미로 주로 사용한다.

최근 중국 주식시장을 보고 있노라면 만만디란 말이 무색하다. 하루에도 냉탕(급락)과 온탕(급등)을 수 차례 오가는 모습에선 콰이콰이(快快, 빨리빨리)란 말도 부족해 보인다. 극단적인 쏠림 현상과 변동성으로 인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자 주식 때문에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다.

안갯 속에 휩싸인 중국 주식 시장은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커다란 불안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후강퉁(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 교차 매매 허용) 시행으로 중국 투자에 나선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 갈 지 예측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한경닷컴]은 '거품 붕괴의 서막'이란 비관론과 '재도약을 위한 조정'이란 낙관론이 부유하고 있는 중국 주식 시장의 '속살'을 직접 들여다보기 위해 3박4일 간 상하이를 찾았다. [편집자주]


"현재 중국 증시는 '슬로우 불마켓'(완만한 강세장)으로 가기 위한 진통 과정에 있습니다."

최근 금융투자업계 지인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친분이 있는 한 자산가가 지난해 후강퉁 이후 중국 주식에 투자를 해서 수백억원대 차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돈을 벌었으니 좋아해야 맞는데 이 자산가는 늘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인은 전했다. 중국 주식 시장이 너무 요동치고 있는데다 자신이 투자한 기업의 주식이 왜 오르고 내리는 지 도통 이유를 알 수 없어서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3234.68로 마감한 상하이종합지수는 올 들어 고공행진을 거듭해 지난 달 12일 5166.35로 고점을 찍었다.

이후 곤두박질을 하더니 최근 4000선 마저도 무너졌다. 하루에도 5% 이상 떨어지다가 다시 4~5% 넘게 오르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으니 중국 주식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애가 탈 수 밖에 없다.

중국 상하이에서 만난 션완홍위안(신만홍원)증권 리서치센터의 왕성 수석 투자전략가(이하 연구원)는 현재 증시 상황을 '슬로우 불마켓'으로 가기 위한 진통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보다 건전하고 지속 가능한 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한 속도 조절의 단계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션완홍위안증권은 시가총액 기준 중국 최대 증권사인 시틱증권(중신증권)에 이어 2위 증권사다. 지난해 신은만국증권과 홍위안증권이 합병한 회사로, 이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중국 내 대형 보험사와 연기금 등에 증시 분석 자료들을 제공한다.

◆ A주 PBR 10배 이상 40%…단기 과열

"그동안 각종 지표에서 나타나던 과열 신호를 봤을 때 최근 증시 조정은 예상했던 대로입니다. 당분간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죠. 현재 중국 A주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10배를 웃도는 종목 비중은 40%로 호황기였던 2007년 고점 당시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왕 연구원은 우선 최근 중국 증시의 불안한 행보에 대해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이라는 냉철한 진단을 내놨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보통 수치가 높을수록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과열된 것으로 해석한다.

10배 PBR은 연속 30년동안 자기자본이익률(ROE)이 33% 이상 성장해야 도달할 수 있지만 대부분 종목이 이 정도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시가총액 50억 위안 미만의 종목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PBR이나 주가수익비율(PER) 같은 수치 뿐 아니라 시총으로도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평가)을 따져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시총 50억 위안 미만 종목 비중이 10%로 떨어졌다는 걸 간과하면 안된다는 것.

이는 투자자들이 이미 값싼 주식을 골라 많이 투자해 놓은 상태임을 의미한다고 왕 연구원은 설명했다.

최근 중국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강화도 투자 심리를 냉각시킨 요인으로 꼽았다. 지난 4월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증시 과열을 우려하며 신용거래 관리 강화와 우산신탁거래 금지 등을 결정했다.

신용 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투자하는 것을 말하며, 우산신탁은 주식마진 거래의 자금을 제공하는 그림자금융의 일종이다.

◆ IPO 등록제 변경…A주 신규 물량 부담

왕 연구원은 이번 조정이 7월 중순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내暮척? 하지만 단기 조정이 지나고 나면 오는 9월 또 다시 조정이 찾아와 박스권 장세가 2개월 넘게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허가제로 실시되던 중국 기업공개(IPO)가 빠르면 9월께 등록제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중국 IPO가 등록제로 바뀌면 상장 조건이 기존 대비 매우 완화될 것입니다. 최소 조건만 맞춘다면 전보다 쉽게 증시에 입성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죠. 중국 A주에는 IPO에 따른 신규 물량이 더해지며 부담이 될 것입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께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점 또한 9월 조정을 촉발할 요인으로 지목했다.

통화정책을 통해 돈풀기를 지속해온 미국이 금리를 올리게 되면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 자금 이탈이 본격화할 수 있어서다.

2013년 5월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 의장이 '출구 전략'을 시사했을 때에도 신흥국 채권이 10% 넘게 떨어졌고 신흥국 통화 가치도 30% 가량 폭락했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오는 2017년까지 미 장기 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유럽, 일본, 영국 등에서도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신흥국으로의 자본유입액은 18%에서 최대 40%까지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왕 연구원은 역사적으로 시장 흐름을 봐도 증시가 채권 시장보다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후행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2013년 12월 중국 채권 시장이 저점(금리 고점)을 찍고, 작년 6월부터 주식 시장?강세장에 들어섰습니다. 이어 올해 2월 중국 채권 시장이 고점을 찍엇죠. 이에 비춰볼 때 올해 8~9월이면 A주 시장은 일단 고점을 찍을 가능성이 큽니다."

◆ 해외 상장 中 기업 A주로 회귀…강세장 견인

최근 조정과 오는 9월 2개월 가량의 단계적 조정이 끝나면 다시 강세장을 기대해도 좋다는 게 왕 연구원의 판단이다.

경기 회복 신호와 해외 상장 중국업체들의 회귀 등이 촉매제가 되면서 증시 불씨를 되살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희소식 중 하나는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했던 중국 인터넷 업체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융당국은 과거 수익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본토 증시에 상장하지 못했던 회사들을 다시 데려오려기 위해 힘쓰는 중이죠. 상하이거래소가 최근 설립키로 한 신흥전략산업반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중국 인터넷 업체들의 귀향은 이미 시작됐다. 중국 미디업체 포커스미디어는 2013년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상장 폐지하고 최근 중국 A주 우회상장을 공식 발표했다.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렌렌(Renren)도 A주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왕 연구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증시가 '에이지 오브 히어로(Age Of Hero)', 즉 영웅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표현했다.

"중국 정부의 유동성 지원은 물론 국민들의 자산 분배도 과거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2007년에는 자산이 거의 100% 부동산으로 쏠려있었다면, 현재는 그 수준이 약 60%까지 낮아졌죠.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은만큼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현재 진행형입니다."

중국 금융감독의 관리감독 수준도 과거보다 높아졌다고 봤다. 시장의 과열을 막고 조정하는 기술이 성숙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당국이 2007년 과열 시장에서 주식거래 인지세를 올려 증시 급락을 야기했던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 정부가 원하는 것도 '슬로우 불마켓'이라는 점에서 열기를 과도하게 꺼트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풍부한 유동성, 국민들의 자산 이동, 성숙해진 관리감독 등 증시를 둘러싼 환경이 과거 호황기보다 낫습니다. 이런 것들이 맞물려 연말 상하이종합지수는 2007년 고점인 6124포인트를 넘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왕 연구원은 중국 주식시장을 볼 때 눈 앞의 수치보다 미래 성장성을 투자 잣대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또 개별 종목보다는 산업 선택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우선 업황 전망이 좋은 산업을 고르고 그 안에서 대표주에 투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수익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향후 중국 증시는 성장주(株) 중심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입니다. 회사의 재무제표보다 '성장성'을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유망 산업은 인터넷, 신에너지 자동차, 환경보호, 교육 등입니다."

상하이= 권민경/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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