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제·한·서 →국·우·신·하·외 →하·국·우·신…판 뒤집은 '은행 M&A 17년'

입력 2015-07-14 21:06  

1990년대까지 '조·상·제·한·서' 天下
1998년 외환위기 후 구조조정 폭풍

1980,90년대 문 연 신한·하나은행
인수합병 6건으로 리딩뱅크 '우뚝'



[ 이태명/박한신/박신영 기자 ] 1982년 신한은행이 처음 문을 열었을 때 지점은 세 곳이었다. 자본금은 250억원, 직원은 279명에 불과했다. 9년 뒤 또 다른 신생 은행이 기존 은행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그마한 단자회사(한국투자금융)로 출발해 1991년 은행으로 전환한 하나은행이다. 설립 첫해 하나은행의 지점은 단 두 곳, 자본금은 800억원을 갓 넘었다.

설립 초기 두 신생 은행의 미래는 불투명했다. 조흥은행과 상업은행 등 업력(業歷)이 100년 가까이 되는 쟁쟁한 은행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았다.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뒤 두 은행은 국내 리딩뱅크 자리를 다투고 있다. 신한은행은 동화·제주·조흥은행을 차례로 인수했고, 하나은행은 충청·보람은행에 이어 서울은행, 외환은행까지 연이어 사들였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해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이 출범한 1999년 이래 지난 17년간 한국 은행권 판도는 급변했다. 祇?기업금융을 주무르며 은행권의 강자로 군림했던 ‘조·상·제·한·서’(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 시대가 저물고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불린 ‘하·국·우·신’(하나·국민·우리·신한은행) 시대가 새로 열렸다. 은행권 판도를 바꾼 건 신한·하나은행 등 이른바 ‘다윗 은행’들이다.

○추억이 된 ‘조·상·제·한·서’

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 은행권의 판도는 ‘조·상·제·한·서’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었다. 조흥·상업·제일·한일·서울은행 등 광복 이전에 설립된 은행 5곳을 설립연도 순으로 지칭한 표현이다. 5개 은행은 예수금의 80% 이상을 나눠 가졌다.

하지만 조·상·제·한·서 시대는 1997년 말 터진 외환위기와 함께 저물었다. 한보·대우·쌍용그룹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줄도산하면서 이들 은행도 부실에 허덕였다. 구조조정의 폭풍은 은행권 전체에 몰아쳤다. 1999년 하나은행은 보람은행을 인수했고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도 이즈음 합병했다. 이어 1999년에는 상업은행이 한일은행과 합병을 통해 한빛은행으로 거듭났고, 조흥은행이 강원은행과 충북은행을 인수했다. 2000년에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했다.

2000년대 들어 조·상·제·한·서 시대도 확연히 저물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서울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은 2002년 서울은행을 흡수합병했다. 뒤를 이어 제일은행은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넘어갔으며, 2006년엔 조·상·제·한·서의 선두주자인 조흥은행이 설립 20여년밖에 안 된 신한은행에 흡수합병됐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 조·상·제·한·서 시대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10년도 안 돼 ‘국·우·신·하·외’(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은행)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판도 바꾼 주역 ‘하나·신한銀’

‘국·우·신·하·외’ 구도는 최근 다시 한번 변화를 맞았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합병하기로 하면서다. 하나·외환은행이 9월 합병하면 총자산 기준으로 국내 1위에 올라서게 된다. 은행권 판도가 ‘국·우·신·하·외’에서 다시 ‘하·국·우·신’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이 지금까지 M&A로 인수한 은행만 6곳에 달하는 데다 기존 ‘조·상·제·한·서’ 체제를 완전히 바꿨다.

신한은행은 설립 초기부터 새 영업방식을 선보였다. 이른바 ‘찾아가는 영업’을 맨 처음 시작한 게 신한은행이다. 인터넷뱅킹, 급여계좌 모집방식의 영업 등도 맨 처음 도입했다. 은행권의 관행이던 리베이트를 없앤 것도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시 은행에서 1000만원을 대출받으면 3% 남짓인 30만원을 은행에 리베이트로 줘야 했다”며 “은행에 들어오는 손님에게 일어서서 인사하기 시작한 것도 우리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하나은행도 신한은행 못지않았다. 지금은 은행권에 보편화된 프라이빗뱅킹(PB) 업무를 가장 먼저 시작한 게 하나은행이다. 신한은행에 이어 손님을 직접 찾아가는 영업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시 하나은행의 영업을 총괄했던 이가 신한은행에서 옮겨 온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다. 김 회장은 “신한이나 하나나 기존 은행에 비해 지점 수가 적은 탓에 모든 직원이 ‘삐삐’를 차고 밖으로 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태명/박한신/박신영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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