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의 데스크 시각] FT 매각과 런던 '시티'의 그림자

입력 2015-08-02 18:19  

박성완 국제부장 psw@hankyung.com


미국 뉴욕의 금융 중심지 월가에 월스트리트저널이 있다면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지 ‘시티(The City of London)’에는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있다. 최근 영국의 대표 경제지 FT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전격 매각됐을 때 영국인들이 충격으로 받아들인 것은 FT가 127년간 영국 금융산업과 함께 성장해 온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영국은 1801년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인 런던증권거래소가 설립된 이후 줄곧 세계 금융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1970년대 들어 각종 규제로 인해 경쟁력이 약화됐고, 런던증권거래소의 거래 규모는 한때 미국 뉴욕시장의 6%, 일본 도쿄시장의 18% 수준까지 쪼그라들었다. 시티의 경쟁력을 다시 살린 것은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였다. 1986년 소위 ‘빅뱅’으로 불리는 대대적인 금융개혁을 했다. 핵심은 규제 철폐였다. 은행과 증권의 겸업 허용, 최저수수료제 폐지 등으로 거래 비용이 줄고 효율성이 높아지자 외국 금융회사들이 몰려들었다.

대처의 ‘빅뱅’ 후 금융허브化

요즘 다시 “시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강점을 가진 채권과 외환시장에서 거래 규모가 줄고 있다. 은행세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강화된 금융규제 때문에 상대적으로 세금이 낮고 규제가 느슨한 아일랜드나 룩셈부르크 등으로 빠져나가는 금융회사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금융시장의 근간인 신뢰를 떨어뜨리는 문제들도 자꾸 불거지고 있다. 환율과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 조작사건으로 바클레이즈를 비롯한 대형 은행들이 영국과 미국 금융·사법당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건들을 조사 중이다.

투자은행(IB)업무가 강한 미국계 은행들의 실적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한 반면 대출 위주의 유럽계 은행들은 여전히 실적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올 상반기 유럽계 IB들의 딜 건수는 22% 급감했다. 북미와 아시아태평양, 아프리카에서 딜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아시아 시장 영향력 확대

시티가 직면한 또 다른 리스크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이다. 영국 보수당 정부는 2017년까지 국민들에게 EU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할 예정이다. 현재는 EU에 남길 원하는 영국인들이 더 많은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지만, EU 협약을 영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려는 개정 과정이 순탄치 않고, 이민자 문제 때문에 영국 내 여론이 악화되면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회사들은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을 떠날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영국계 은행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SC)는 아시아 사업이 크기 때문에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규제 증가도 이전을 고려하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다급蠻?데이비드 캐머런 정부는 은행세를 깎아 주는 방안 등을 제시하며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시티에 드리워진 ‘그림자’에는 브렉시트와 같은 영국 자체 이슈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산업의 몇 가지 큰 흐름이 투영돼 있다. IB와 자본시장의 역할이 커지고, 아시아 비즈니스의 비중이 확대되는 것 등이다. 닛케이의 FT 인수도 어떤 측면에선 ‘아시아의 영향력 확대’다. 한국의 금융산업은 어떻게 변하고 어디서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인가.

박성완 국제부장 ps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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