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DMZ 평화' 잠꼬대

입력 2015-08-12 19:16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1953년 체결한 정전협정문은 남북의 군사분계선을 말뚝으로 표시했다. 임진강에서 동해안까지 1292개의 말뚝을 박고 이것을 이은 선을 휴전선으로 삼았다. 이 말뚝선을 기준으로 설정한 남북 2㎞씩의 충돌 방지용 완충지대가 곧 DMZ(Demilitarized Zone·비무장지대)다. 군사분계선에서 북쪽으로 2㎞ 떨어진 경계선이 북방한계선, 남쪽으로 2㎞ 떨어진 경계선이 남방한계선이다.

DMZ는 10년간 유지되다가 북한이 요새와 진지, 철책을 구축하고 전투병력을 투입하면서 중무장지대로 변해버렸다. 결국 북방한계선과 남방한계선에 철책이 쳐지고, 양측엔 전방 감시초소(GP)가 들어섰다. 1983년 귀순한 북한군에 따르면 그가 속한 사단구역에 중무장한 요새가 18개나 있고 기관총과 박격포, 지대공 미사일까지 있었다.

긴장이 고조된 만큼 북한군의 도끼만행, 총격사건 등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도 전운이 짙다. 북한은 정세가 불리할 때마다 이곳을 건드렸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수세적 대응으로 끌려다니곤 했다. 지뢰 도발도 마찬가지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4일 아침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다음날 ‘경원선 남측구간 기공식’에 참석해 “남북이 협력하면 비무장지대를 뜻하는 DMZ가 역사와 문화, 생명과 평화가 공존하는 ‘꿈이 이루어지는 지대(Dream Making Zone)’로 탈바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통일부는 추석 이산가족 상봉과 광복 70주년 기념 행사 공동개최 등을 의제로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려다 북에 거부당했다. 전직 대통령 부인은 그날 평양으로 향했고 푸대접만 받고 돌아왔다. 국방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외에는 별로 한 것이 없다. 정부 차원의 통일준비위원회도 헛발질만 계속하고 있다. 1년간 200여차례의 회의를 열었다지만 통일헌장 제정, DMZ 생태평화공원 건설 등 한가한 잠꼬대만 되풀이했다.

통일은 감상적인 구호나 낭만적인 이벤트로 되는 게 아니다. 말뚝으로 시작된 군사분계선은 철책과 요새로 바뀌었다. 양측의 경제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달라졌다. 1953년 477억원이던 우리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485조원으로 3만1000배 이상 늘었다. 인민을 굶게 하는 북한으로서는 군사적인 도발 외에 할 게 없다.

통일을 준비하는 일도 꿈만 꾼다고 되는 게 아니다. 정작 통일이 되면 평화공원이 아니라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야 할 데가 얼마나 많은가. 제발 정신 좀 차리자.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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