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간에 쫓긴 용두사미 노동개혁 안된다

입력 2015-08-23 18:03  

"유야무야 우려 큰 민간 임금피크제
노·사·정 합의 탓 핵심 사안은 미뤄
영국·독일식 정부주도 개혁 나서야"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ojunggun@korea.ac.kr >



지난 6일 ‘노동개혁 없이는 경제재도약 없다’는 대통령 담화가 나온 뒤 중단됐던 노사정위원회가 다시 소집됐다. 여당 대표는 이달 말까지 관련 법안을 국회에 상정하고 연말까지는 정권을 잃더라도 노동개혁을 마무리짓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들려오는 소식은 암울하다. 한국노총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인 ‘일반해고지침’과 ‘취업규칙의 변경’은 중장기 과제로 돌리고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2년→4년)도 다루지 않고 임금피크제는 공공기관만 따로 떼어서 논의하겠다는 소식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시한에 쫓겨 하나마나한 개혁이 되고 만 공무원연금개혁의 재탕이 될 우려가 크다.

이번 노동개혁의 목적은 청년실업 해소와 고령화·저출산 문제에 대한 대응이다. 공식 청년실업자가 45만명, 청년실업률은 10%다. 여기에 구직단념자 18만명, 취업준비생 37만명, 쉬는 청년 11만명을 합하면 사실상 청년실업자는 111만명, 체감 청년실업률은 22%에 달한다. 청년경제활동인구 435만명에서 4명 중 1명은 일자리가 없는 실정이다. 장년 문제도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성장둔화로 경제활동이 위축돼 조기에 퇴직하고 자영업을 하는 약 700만명의 자영업자 중 혼자서 하는 영세자영업자가 400만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과당경쟁으로 월수입이 100만원 안팎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되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기업의 임금부담은 덜어주면서 줄어든 임금으로 청년들을 고용하자는 정책이 임금피크제다. 정년연장은 임금피크제와 불가분의 관계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정년연장은 이미 입법화된 상태다. 이에 맞춰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에 대해서는 ‘장년고용유지+청년신규고용’ 1쌍에 1080만원의 지원책도 내놓았다. 2015년 세법개정안에는 청년정규직 신규고용 1인당 500만원씩 세액공제로 돌려준다는 안도 제시해 놓았다. 임금피크제 도입 없는 정년연장은 5년간 115조원의 기업부담을 발생시키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경우 4년간 18만개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분석결과도 나와 있다.

그러나 임금피크제 도입기업은 10%에 불과하고 316개 공기업도 11곳에서만 도입하고 있다. 정년연장이 담보된 상태에서 연공서열식 임금체계 덕분에 고임금을 받고 있는 고령 상위직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반발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노사정위가 결렬된 뒤 정부는 6월 말 노사합의가 없어도 노조가 대안 없이 반대만 한다면 기업의 취업규칙 변경만으로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어서 대통령담화 뒤 정부는 전 공공기관의 연내 임금픕㈐?도입을 발표했다. 그러나 재개된 노사정위는 한국노총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임금피크제는 공공기관만 따로 떼어 ‘원 포인트’로 논의할 수 있다고 해 민간부문 임금피크제는 흐지부지될 공산이 크다. 여기다 저생산성 근로자의 해고유연성을 높여 청년신규고용을 늘리고자 하는 일반해고요건 완화도 중장기 과제로 돌리고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도 다루지 않으면 무엇을 노사정위에서 다루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정부는 실업급여기간을 한 달 연장하고 급여액을 10%포인트 인상하는 안까지 제시한 상태다. 이번 노동개혁마저 시간 맞추기에 급급해 지난 공무원연금개혁처럼 유야무야 끝나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정말 어둡다. 노사 양보와 합의에 의한 개혁이 아름답지만 양보와 합의가 안 되면 노조가 논의의 장에 들어오는 시한을 정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영국 대처, 독일 슈뢰더식 정부주도 개혁을 할 수밖에 없다.

오정근 < 건국대 특임교수·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ojunggun@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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