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우의 현장 분석] 위기의 프로축구…'자본 잠식' 내몰린 시민구단들

입력 2015-08-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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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은 갈수록 줄어들고 적자 쌓이는데 지원금 삭감
"빚지고 야반도주해야할 판"

인천유나이티드 임금 체불
시민 주주 동의얻어야 매각…팔기도 쉽지않은 '애물단지'

강원FC도 악성 채무 '허덕'…대전시티즌, 지원금으로 연명



[ 유정우 기자 ]
시민구단을 중심으로 한 프로축구 판이 심상치 않다. 개막 전 반짝했던 관중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임금을 체불하는 구단이 생기는가 하면 시민구단 프론트들 사이에선 “이대로 가다간 빚지고 야반도주해야 할 판”이란 푸념이 들린다.

시민구단 대다수가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은 놀랄 일도 아니다. 지난해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사채를 끌어다 운영하는 ‘프로 아닌 프로’란 오명을 쓴 인천유나이티드는 선수와 코칭 스태프, 구단 직원 등 50여명의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영입한 기업 스폰서의 후원금으로 급한 불은 껐다지만 1~2개월 간격으로 돌아오는 임금체불에 정상적인 구단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인천유나이티드의 자산 총계는 30억원 남짓. 부채 총액?14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100억원 이상 자본잠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누적 적자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당장 파산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2009년 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코스닥 상장을 시도했던 국내 첫 시민형 프로구단의 저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박영애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은 “시민을 위한 축구단이지만 세금을 투입해 운영하기 때문에 누적 적자가 더 이상 불어난다면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의회가 구단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박 부위원장은 또 “과연 어떤 목적으로 왜, 무엇을 얻고자 프로구단을 운영하고 있는지 원점에서 재검토할 시점이 왔다”고 덧붙였다.

인천유나이티드는 인천시로부터 매년 50억원을 지원받아 왔다. 지난해엔 10억원이 삭감된 40억원, 올해엔 25억원으로 줄었다. 최근 5년새 누적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진 데다 스폰서십 유치와 입장권 판매 등 마케팅 실적도 여의치 않아 매각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누적 적자와 수백억원의 빚을 떠안고 적자 구단을 맡을 적임자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팔고 싶다고 마음대로 팔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인천시가 구단을 매각하고 싶다고 해도 시민주식 지분이 절반 이상(약 58%)인 인천유나이티드를 주주 동의 없이 매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는 최근 인천시가 실시한 ‘구단 경영 정상화를 위한 컨설팅 보고서’ 결과를 주주들에게조차 비밀로 부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도민구단인 강원FC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08년 ‘16번째 프로축구단 창단’을 알리며 이듬해 K리그에 발을 들인 강원FC는 몇 년 새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싼 갖가지 잡음과 구단 임원들의 배임, 비리 사태 등을 겪으면서 90억원 수준이던 자본금은 온데간데없고 수십억원의 악성 채무만 떠안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2부 격인 K리그 챌린저로 강등당하며 상황은 더 악화됐다. 스폰서를 자청하는 기업은 눈 씻고 찾아 봐도 없고 관중석도 빈자리 투성이다.

대전시로부터 전체 운영비 중 절반에 가까운 50억원을 후원받고 있는 대전시티즌도 선수단 인건비와 홈 경기 운영비, 원정 경기 비용 등을 감당하기엔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1부리그인 K리그 클래식에 남아 자존심을 살리고 있지만 늘어나는 만성 적자를 메워 줄 묘안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의회가 지원금이라도 끊는다면 손 한 번 못 써보고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최근 대전은 후원 및 경기장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외부 마케팅 전문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성적이라는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경영 방식이 재정 악화를 키우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추종호 남서울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보여주기식 단기 성적에 매몰돼 장기적인 팀 컬러 분석도 없이 ‘즉시 전력감’ 선수를 큰돈을 주고 영입하거나 스타 선수가 지역 마케팅을 대신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식의 사고가 문제”라며 “최근 유소년 육성을 화두로 던진 몇몇 구단처럼 지역 선수를 키워 프管?전향시키는 등 종합적인 관점에서 지역 특색에 맞는 혁신 방안을 마련해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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