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人터뷰] '바늘구멍' 취업 뚫어준 스타강사 이시한 "인·적성검사가 IQ테스트냐고요?"

입력 2015-08-28 18:23  

취업관련 서적만 50권 펴낸 이시한 전주대학교 객원교수
"문제 패턴 제대로 파악해야 합격"

평범한 국문학도에서 스타강사로
공직적격성 등 국가고시 강의로 이름 알려
7년 전엔 대학가 SSAT 열풍 일으키기도
'불패노트' 등 11년 간 펴낸 수험서만 50권

탈스펙 시대…사고력·통찰력 요구
어릴 때부터 문제 해결능력 기르는 게 중요
자소서는 임팩트로 승부…미리 쓸 필요없어
'뜨는 직업' 따라가지 말고 자기 직무 고민해야



[ 공태윤 기자 ]
눈썹을 덮을까 말까 하는 곱슬머리, 줄무늬 티셔츠에 청바지, 소년 같은 미소를 머금은 얼굴….

지난 27일 서울 성신여대 성신관 211호 강의실에서 처음 본 취업강사 이시한 전주대 객원교수(43)는 영락없는 대학생 모습이었다. 직무적성검사 강의 도중 이 교수는 잠시 짬을 내 학생들에게 진로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많이 뽑는다고 좋은 기업이 아니에요. 앞으로 뜨는 산업과 직무가 무엇일지 고민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그래야 면접 때도 할 말이 많습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강의는 점심시간이 돼서야 끝났다. 강퓔?들은 서진명 씨(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4)는 “원리 설명을 통해 기초를 잘 잡아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림동 고시학원계에서는 슈퍼스타급 강사다. 2004년 PSAT(공직적격성 평가)를 시작으로 2005년 MEET·DEET(의·치학교육입문검사), 2008년 LEET(법학적성시험)에 이르기까지 3대 국가고시 적성검사를 모두 강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기업 인·적성검사로 영역을 확대해 이 분야에서도 스타급 강사로 뜨고 있다. 강사료도 다른 취업컨설턴트에 비해 두세 배를 받는다. 그는 해마다 취업시즌이 되면 밀려드는 강의 요청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고 했다. 이날도 오후 5시에 강의가 끝난 뒤 서울 신촌의 파고다학원에서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또 강의가 예정돼 있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그를 만났다.

대학가에 SSAT 강의 바람 일으켜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대학원 박사 과정을 다니던 이 교수는 처음에는 학비를 벌어볼 생각으로 논술시장에 뛰어들었다. “가르치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어요. 학원에서도 수강생이 계속 늘어났죠.” 자신감이 생긴 이 교수는 이왕 가르칠 거면 ‘최고의 강사가 되자’고 다짐했다.

운도 따랐다. 때마침 2004년 PSAT가 시작되면서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영역 강의도 병행했다. 이듬해는 의·치학전문대학원의 MEET·DEET 언어추론 영역까지 강의하면서 ‘이시한’이란 이름이 서서히 알려졌다.(2013년 MEET·DEET에서 언어추론 영역은 폐지됐다.) 그리고 2008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한 LEET의 언어이해, 추리논증, 논술 분야 강의까지 맡으면서 그는 3대 국가고시 적성검사 강의를 하는 ‘국내 유일의 강사’로 이름을 떨쳤다.

이 교수는 1000여명의 학생 앞에서 PSAT 강의를 하는 등 공무원 지망생들에게 ‘최고의 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강의를 듣고 공직자가 된 이들이 지금도 종종 감사의 전화를 한다고 한다. 대학가에 삼성직무적성검사(SSAT) 바람이 분 것도 이 교수와 관련이 있다. 그는 스스로 자신을 ‘사설 SSAT의 주범’이라고도 칭했다. “2008년 모 학원에서 찾아와 취업 관련 인·적성시험 강의를 요청했어요. 당시엔 SSAT 응시자가 지금처럼 많지 않던 때였지요. 사설 SSAT 강의 붐을 일으킨 것 같아 죄스러운 마음도 있습니다.”

취업 관련 서적 50권 저술

11년째 직무적성검사 강의를 하면서 그가 펴낸 관련 서적은 무려 50권. 최근에는 취업 자기소개서(자소서)와 면접 분야까지 저술 범위를 확대했다. ‘이시한의 불패노트’ 시리즈가 그것이다. 왜 불패노트란 이름을 붙였는지 궁금했다. “취업준비생들은 자소서에 한 번 붙으면 1승이란 표현을 써요. 자기들끼리 ‘이번 하반기 전적 얼마야’라고 하죠. 1승을 거두기도 힘들어하는 취준생이 너무 많아서 연전연승을 바라는 의미로 책 이름을 ‘불패노트’로 지었습니다.”

취업과 관련된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로 옮겨갔다. “기업마다 ‘탈(脫)스펙’ 채용으로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것 같다”고 하자 그는 “많은 취업컨설턴트들이 자소서를 미리 써놓으라고 하는데 저는 ‘자소서 미리 써놔도 쓸데없다’고 말한다”고 답했다. 그는 자소서 항목의 변천사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10년 전 자소서에는 지원자의 장단점을 묻는 항목이 많았고, 5년 전에는 지원자의 문제 해결, 갈등 조정 경험을 많이 물었어요. 최근에는 사고력과 통찰력을 요구하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죠.” 그는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 자소서 항목인 ‘사물인터넷(IoT)에 적용 가능한 소프트웨어(SW)’를 예로 들면서 이제는 사고력과 통찰력을 기르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은 문제해결력 지닌 인재 찾고 있다”

이 교수는 SSAT에 합격하려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많은 학생이 아직도 인·적성검사를 지능검사(IQ)시험으로 알고 공부를 안 해요. 인문계 출신들은 자신이 ‘수포자(수학 포기자)’인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죠. 그때마다 저는 기본적인 수학 공식 등은 외워둬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는 기본공식을 외운 다음에는 “정보를 읽는 능력을 키우라”고 당부했다. “언어는 ‘리딩 스킬’을 익혀야 해요. 경제신문을 꾸준히 읽으면서 자주 나오는 용어를 눈과 입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합니다. 추리는 유형별로 푸는 원리를 알아두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이 교수는 “삼성이 올 상반기부터 자소서 항목을 강화하고 에세이를 지원서와 함께 제출토록 해 SSAT 응시자가 많이 줄었다”며 “하반기에도 자소서를 성의 있게 쓴다면 SSAT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줄 것 같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올 하반기 대기업의 취업문은 다소 넓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공공기관과 대기업들이 잇따라 임금피크제 도입을 선언하면서 이른바 ‘좋은 일자리’가 늘어날 것 같아요. 하반기에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입사 준비를 잘해서 공략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인·적성 전문 강사인 이 교수의 궁극적인 관심은 뜻밖에도 어린이 교육이었다.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정답 없는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찾기 시작했어요. 이런 문제해결력은 대학생 때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 키워야 합니다.” 그는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작은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습관을 키워주면 20대가 돼서 특별히 준비를 안 해도 된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5학년 두 자녀를 둔 이 교수는 이달 말 자녀들의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책 ‘뇌라도 섹시하게’를 출간한다. 그의 51번째 서적이다. 이 교수는 IQ152인 멘사 회원이지만 ‘천재’가 아닌 ‘인재’ 양성 교육이 그의 목표다.

■ 취업강사의 세계
대기업 인사담당자 출신 몰려…1대 1 취업 컨설팅에 300만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강남의 A학원은 홈페이지 첫 화면에 최근 ‘6년간 합격자 배출 1위’라는 문구를 올려놓았다. 이 학원에선 전직 삼성, 포스코, CJ그룹 인사담당자들이 직무 경험을 살려 자기소개서와 면접 강의를 진행한다.

취업 강의뿐 아니라 토익스피킹, 오픽 등의 어학 강의와 한국사, 공기업 입사 준비생을 위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특강도 개설하고 있다. 면접을 앞두고는 삼성반, 현대차반, CJ반 등을 열어 하루이틀 강의에 30만~50만원의 수강료를 받는다. 그래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취업준비생들이 몰린다고 한다. 이 학원의 면접용 기업분석 자료는 취업준비생들에게 큰 인기다.

또 다른 취업 학원은 1 대 1 컨설팅을 내걸어 300만원의 컨설팅비용을 받는다. 자기소개서 첨삭부터 인·적성 강의와 면접 특강까지 원스톱 컨설팅을 해주는 조건이다. 한 취업강사는 “취업시즌 땐 학생들의 수많은 문의에 응대하다보면 개인 시간이 없을 정도여서 노동 강도에 비해 수입이 많은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모든 취업강사가 이렇게 잘나가는 것은 아니다. 취업강사의 세계에도 ‘빛과 그림자’가 있다. 모 대기업 채용담당자이던 김모씨는 지난해 회사를 그만둔 뒤 ‘전직 대기업 채용담당자’란 점을 내세워 취업강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좀처럼 학생들이 몰리지 않았다. 김씨는 최근 다시 중소기업의 인사팀에 재취업했다.

삼성 출신 인·적성 강사인 박모씨는 서울 모 대학 취업경력센터 겸임교수로 있다. 박씨는 서울 광주 울산 등 전국 각지로 강의를 다니지만 버는 돈은 월 200만원 수준에 그친다. 그는 “아직 이름이 덜 알려져서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고 말했다. 이시한 전주대 객원교수는 “취업강사들은 대부분 고정 수입이 없기 때문에 강의 실력이 뛰어나지 않으면 큰돈을 벌기가 쉽지 않다”고 말杉?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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