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쌀 시장 보호주의 극복하고, 브랜드 쌀 산업 발전시켜야

입력 2015-09-06 18:16   수정 2015-09-07 05:29

쌀 MMA물량 '밥쌀 제외' 논란

5% 관세 쌀 MMA 40만9천t, "가공용 한정" 주장
'밥쌀용' 수입 차단하면 WTO 협정위반 제재 우려
한우 브랜드육 개발처럼 쌀 경쟁력 끌어올려야

"국산 제품에 유리한 경쟁조건을 만들려고
다양한 국내적 조치로 수입품의 시장접근을 막으면
항상 국제적 클레임의 표적이 됐다"



올초 쌀시장이 관세화된 뒤 대응조치에 대해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모든 수입 농산물에 관세를 매기고 시장을 개방해야 하는 것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이다. 한국의 쌀은 예외로 인정받아 20년간 시장개방 유예 혜택을 받았다. 이 기간에 쌀 수출국들은 ‘최소한의 시장접근’을 보장받았다.

한국이 5% 관세만 부과하고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은 매년 약 40만9000t 분량으로 늘었다. 유예기간이 2014년 말로 종료돼 올초 정부는 MMA 수입물량에 대해 5% 관세만 부과하고 비차별적 수입을 허용하는 대신, 그 이상의 수입물량에 대해서는 513%의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이중관세 조치를 취했다.

이제 국내 농가의 관심이 MMA 수입물량에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저율관세로 수입풔?MMA 물량이 국내 농가에 미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정부가 밥쌀용이 아닌 식품가공용 쌀로만 MMA 물량을 채우라는 요구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래도 국제규범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전문가 견해까지 제기된 바 있다.

이에 관한 국제규범인 WTO 협정은 ‘(쌀과 같이) 국영무역에 의해 수입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상업적 고려에 의해 비차별적으로 수입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GATT 제17조). 그런데 위 전문가 견해는 “이중관세 제도는 본질적으로 민감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허용되는 제도이기 때문에 MMA 물량에 대해서는 비상업적 고려에 의한 수입도 가능하다”는 식의 해석론을 펼치고 있다.

WTO 협정에서 농산물 수입국의 민감성을 고려한 것은 사실이나, 이런 취지는 일반수입 농산물에 대해 고율관세를 설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에 반영돼 있다. 우리 정부도 이를 활용해서 513%라는 고율관세를 도출해낸 것이다.

MMA는 수출국 이익 보호 제도

MMA 물량 설정의 취지는 정반대다. 고율관세 설정으로 인해 해당 농산물 수출국들의 이해가 지나치게 침해되는 것을 완화하기 위해 일정한 물량만큼 저율관세로 시장접근을 보장받도록 제도화한 것이 MMA다. MMA 제도는 수출국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라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MMA 수입에 대해 GATT 제17조가 적용되지 않도록 해석함으로써 수입국의 민감산업 보호 취지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는 그 본래 취지에 반하는 비합리적 해석일 뿐이다. 더구나 제17?자체가 교역유형을 제한하지 않고 국영무역에 의한 ‘모든 교역행위(any purchases or sales)’에 대해 적용됨을 명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역유형을 일반관세 수입과 MMA 수입으로 나눠 후자에 대해서는 제17조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위 문구의 일반적 의미에도 반한다.

이에 그치는 게 아니다. 정부가 MMA 수입의무를 이행하면서 가공용으로만 한정하게 되면 특정한 상품인 밥쌀용 쌀의 수입을 차단하는 셈이다. 이것은 어떤 상품에 대해서도 WTO 협정에 규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수입금지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한 GATT 제11조에도 위반하게 된다.

수입쌀 재포장 금지도 제재 부를 일

애초 한국의 WTO 양허표에는 ‘MMA 물량의 30%는 밥쌀용 쌀로 수입한다’는 국제적 약속이 포함돼 있었다. 정부가 쌀시장을 관세화하면서 WTO에 통보한 수정양허안에서는 이런 조건이 삭제됐다. 이를 두고 ‘이제는 수입용도의 제한이 없어졌으니 가공용으로만 수입해도 된다’는 식의 그릇된 해석이 내려지고 있다. 이제는 상업적 고려 원칙으로 복귀해 용도에 관계없이 수입을 결정하겠다는 뜻이지, 특정용도(가공용)의 쌀만 골라 수입을 해도 된다는 선언이 아님은 상식적이지 않은가.

한국의 쌀시장 관세화 조치에 대해서는 현재 WTO 검증작업이 진행 중이다. 관세화 이후 한국 정부가 취하는 대응조치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통상현안이다. 특히 수출 쌀의 국제경쟁력이 높지 않은 미국은 40만9000t의 MMA 물량을 앞으로 한국 정부가 어떻게 운영하는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시점이다. 터키의 경우도 국산 쌀을 구매한 실적이 있는 업자에 한해 외국 쌀 수입을 허淪求?규제를 취했다가, 미국의 제소에 의해 2007년 WTO협정 위반 판정을 받은 타산지석(他山之石) 사례도 있다.

국내 농민들의 입맛에 맞는 솔깃한 논리를 통해 섣부른 대응을 주문할 때가 아니다. 다양한 국내적 조치를 통해 수입품의 시장접근을 저해해 국산 제품에 유리한 경쟁조건을 창출하려는 노력들은 항상 국제적 클레임의 표적이 됐음을 인식하고, 규제를 설계하고 도입해야 한다.

최근에 쌀의 재포장을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국회에서 제시된 바 있다. 수입쌀을 국산쌀에 혼합해 부정 유통하는 사례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수송거리가 길어 내구성 있는 포장재로 운송할 수밖에 없는 수입쌀 입장에서 재포장을 금지하게 되면,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재포장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국산쌀에 유리한 경쟁조건이 구조적으로 창출되는 셈이다.

쌀산업 브랜드화 지원에 초점을

2001년 소고기가 수입 개방되기 직전 수입 소고기와 한우를 각각 구분해서 취급하도록 해 불공정한 유통구조를 창출한 ‘소고기 구분판매제도’는 국제 통상분쟁만 야기해서 불명예 폐지의 수순을 밟은 예가 있다.

한우 농가의 미래를 결정한 것은 이런 식의 보호주의 정책이 아니었다. 수입 소고기와 당당히 경쟁함으로써 기술혁신이나 품질 향상을 통해 고품질의 안전한 국산 소고기 브랜드육을 개발한 정책이 오늘날 한우산업을 이끈 원동력이다. 무엇이 국제사회에서 통할 수 있는 대응 정책이고 무엇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해나갈 수 있는 길인지에 주목해야 한다.이제 한국의 브랜드쌀 산업이 한우산업의 뒤를 이을 차례다.

ㅊ恝?국회는 기술혁신을 통한 쌀 산업의 국제적 브랜드화에 지원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최원목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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