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월가 해체" "이민 반대"…과격해지는 미국 대선

입력 2015-09-11 19:44  

Cover Story - 미국 민주주의는 안녕한가…'이상한' 대선



제45대 미국 대통령 선거는 2016년 11월8일 치러진다. 집권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당내 경선을 통해 내년 7월 대통령 후보를 뽑으면 본격 레이스가 시작된다. 제44대 오바마 대통령의 연임이 끝나는 해여서 현직 프리미엄이 없는 대선(大選)이다. 그 만큼 치열한 선거가 될 전망이다. 지금은 당내 경선에 나설 후보군들이 나와 “저요, 저요”를 외치는 단계다. 본선을 앞둔 예선전부터 선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외신들도 유권자들도 “ 대선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한다.

가문 대통령은 옳은가

뉴욕 타임스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칼럼을 실었다. “지난 35년간 부시나 클린턴의 이름이 대통령 투표용지에 없었던 선거는 두 번 뿐이다. 내년 대선에 두 이름이 또 투표용지에 들어갈 터지만.” ‘가문 대통령’을 꼬집는 내용이다.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제42대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의 아내다. 영부인, 뉴욕주 상원의원, 오바마 대통령과 맞붙은 경력, 제67대 국무장관 등 이력을 보면 미국 최초?여성대통령감으로 손색이 없다. 미국 역사상 첫 부부 대통령이 나올까.

공화당에도 대통령 가문을 이으려는 후보가 나왔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다. 그는 41대 대통령 조지 H. 부시의 차남이자 43대 대통령 조지 W.부시의 동생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면 첫 3부자 대통령이 된다.

한 집안에서 여러 사람이 국가의 지도자가 되는 경우는 가끔 볼 수 있다. 이른바 정치 가문의 활약이다. 인도의 초대 총리를 지낸 네루 가문은 딸, 외손자가 총리를 지냈다. 필리핀에서도 코라손 아키노와 아들이 대통령이 됐다. 싱가포르(리콴유-아들 리셴룽), 태국(탁신-여동생 잉락)을 비롯, 일본, 한국에도 정치가문은 있다.

정치 가문에 대해서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선거가 ‘클린턴-부시’ 구도에 대해 미국 정치의 신귀족주의화라고 비판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3선 대통령을 금하는 미국에서 유독 정치왕조의 권력 바통에 대해선 둔감하다”고 비꼬았다. 하지만 이를 문제 삼는 미국 언론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민주주의에서 대통령 가문 출신이라는 이유로 피선거권을 박탈할 수 는 없으며 중요한 것은 공정한 선거 과정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아웃사이더들의 반란

‘정치 가문의 결투’라고 비판하는 외국 언론이 보란듯 미국의 당내 경선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와 버니 샌더스의 돌풍이 ‘힐러리-부시’ 구도를 뒤흔드는 중이다. 두 후보들의 특징은 기성정치에 비해 ‘기이하게 새롭다’는 데 있다. 명분과 품위를 중시하는 대통령 선거 연설에서 이들의 어투는 막가파식이라고 할 정도로 돌발적이다. 공화당 트럼프는 미국 정계에선 기인으로 통한다. 부동산 재벌인 그는 미인대회를 열고, 멕시코 이민자와 여성 앵커를 거친 언어로 공격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를 두고 막말이 아니라 할 말을 하는 후보라고 칭찬한다. 이민의 나라 미국에서 반이민 발언을 쏟아내는 그는 지지도가 떨어지기는 커녕 오르고 있다. 힐러리와 붙을 경우49% 대 38%로 이긴다는 최근 조사도 있다.

민주당 역시 샌더스 후보가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최근 지지도에서 힐러리를 45% 대 40%로 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하원의원, 상원의원을 거친 그는 자칭 사회주의자다. 시장경제가 전통인 미국에서 그동안 사회주의자는 설 자리가 없었다. 무신론자보다 사회주의자가 당선되기 어려운 게 미국 풍토다. 샌더스 돌풍에 민주당은 현재 부통령인 조 바이든을 대항마로 내세우려는 움직임까지 보인다.

우리 당 후보 맞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두 후보는 소속 정당의 노선을 벗어나는 과격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의 샌더스는 원래 무소속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출마하기 위해 민주당에 들어왔다. 자기가 주장하는 사회주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무상 공립대학, 월스트리트 해체, 선거공영제 등등 유권자들은 대선 초기이긴 하지만 상당한 관심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공화당?트럼프는 반이민정책, 부자증세, 보호무역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개방과 자유, 경쟁, 자립, 작은정부를 강조하는 보수공화당과 어울리지 않은 정책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이 사사건건 다투고 있는 와중에 대선 경선후보자가 친 오바마적 공약을 내걸고 있으니 공화당으로서도 답답한 상황이다.

미국의 대선 후보들이 이처럼 소속 정당의 노선을 벗어나 극단적인 공약을 내세우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주목된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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