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 로렌 '멋진 퇴장'…패션철학 다른 SPA 출신에 바통터치

입력 2015-09-30 18:51  

후임에 아들·내부인사 아닌 H&M '성공 주역' 라르손

"유행 안 따른다" 철칙 깨고 시대에 맞는 리더십 발탁
시장 반색…주가 5% 급등



[ 이심기/김병근 기자 ] 미국의 ‘패션 제왕’으로 불리는 랄프 로렌이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랄프로렌’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1967년 폴로(polo) 브랜드로 유명한 랄프로렌을 창업한 지 48년 만이다. 후임은 중저가 의류브랜드인 올드네이비의 스테판 라르손 사장으로 정했다. 아들이 아니라 전문경영인, 그것도 ‘패스트패션’ 전문가와 바통터치한 그의 결정을 두고 패션 거장다운 멋진 퇴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랄프 로렌 회장은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과 잇따라 인터뷰를 하고 오는 11월 CEO에서 물러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후임 라르손 사장은 스웨덴의 제조·직매형 의류(SPA) 업체 H&M의 경영진으로 15년간 활약했다. 이 기간 H&M의 매출은 30억달러에서 170억달러로 커졌다.

로렌 회장은 유행에 반대하는 패?철학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유행이 주류인 패션계의 일부가 되고 싶지도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20세기 초반 영국과 미국 상류사회의 전통적인 라이프 스타일, 미국 개척시대의 웨스턴 스타일, 야구 선수의 유니폼 등이 그의 디자인의 근간이었다. 성조기 문양을 넣은 디자인들은 후에 토미힐피거, 갭 등 다른 브랜드로 확산되는 등 미국 스타일의 옷을 전 세계에 유행시켰다.

변화무쌍한 패션업계 트렌드를 랄프로렌에 접목하기 위해 라르손 사장을 영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로렌 회장은 정규 디자인 교육을 한번도 받지 않았지만 유행을 좇는 대신 한발 앞서 유행을 창조하며 거장으로 우뚝 섰다”며 “패스트패션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온라인 쇼핑 등이 발달하면서 발빠른 변신이 절실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로렌 회장도 WSJ와의 인터뷰에서 “회사는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러 강세로 인한 매출 감소도 원인으로 꼽힌다. 랄프로렌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로렌 회장은 회장직과 최고창의성책임자(CCO)직은 계속 맡을 예정이다. 그는 “내 일은 항상 회사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고 회사를 발전시킬 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랄프로렌은 다수 투자자가 지분을 갖고 있는 상장기업이며 올바른 리더십을 보일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차기 CEO인 라르손은 로렌과의 관계를 파트너십이라고 설명한 뒤 “회사의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로렌의 2선 후퇴와 외부 전문가 영입을 환영했다. 이날 장 마감 후 CEO 교체가 발표되자 장외거래에서 랄프로렌 주가는 5% 급등했다. 로렌의 은퇴 후 후계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해 불안감이 해소된 덕분이란 분석이다. 로렌의 아들인 데이비드는 등기임원으로 광고와 마케팅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NYT는 이번 인사가 전후 미국 디자이너들의 황금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로렌 회장과 함께 미국 3대 패션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캘빈 클라인은 2002년, 도나 카란은 올 6월 현역에서 은퇴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김병근 기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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