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불공정거래 근절 없이 자본시장 미래 없다

입력 2015-10-16 18:16  

"허위정보 유포해 초단기 시세조종
외국인 가장한 내국인 불공정거래
효율적 감시로 시장건전성 높일 것"

이해선 <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



1934년 미국 증권거래법 제2조는 증권시장에서 형성되는 증권가격이 조세, 담보가치나 회계처리의 기준이 된다는 점을 명시했다. 증권시장에서 가격결정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형성돼야 할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한국 자본시장은 2014년 말 기준으로 상장주식 시가총액 1400조원, 주식투자인구 650만명, 상장기업 수 1800여개에 이르는 등 한국 경제에서 질적·양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본시장에선 시장 안정성을 해치는 불공정거래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수법도 복잡·다양해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스마트폰 사용 확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전 등 새로운 투자환경을 이용한 허위정보 유포나 매수세 유인 등을 이용한 초단기 시세조종도 늘고 있다. 짧은 시간에 박리다매(薄利多賣)형 수익을 노리는 불공정거래가 늘어난 것도 최근의 특징이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소위 ‘테마주’ 열풍에서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자본시장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선 투자자와 감독당국이 합심해 노력해야 한다. 투자자들은 ‘모래성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고 신기루는 필연적으로 사라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풍문이나 억측이 아닌, 사실과 공시정보에 기초한 투자를 해야 한다. 천재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영국 남해(南海)회사 주식으로 2만파운드의 손해를 본 뒤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했지만 사람의 광기는 계산하지 못했다”고 한탄한 것처럼 증권 가치를 예상하거나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잊지 말아야 한다.

감독당국도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적발시스템을 활용한 불공정거래 예방과 피해 차단에 중점을 두고 신속한 사건처리가 가능토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케이맨제도 등 조세회피처를 통한 증시유입 금액이 48조원에 이르는 가운데 외국인을 가장한 내국인의 시세조종·조세회피 등의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외국인을 가장한 불법거래를 방지하고, 피해를 막기 위해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다. 또 한맥증권 파산사태로 불거진 알고리즘거래와 고빈도거래의 안정성에 대한 관심도 커진 만큼 최적의 규율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주가조작 근절을 위한 합동수사단이 발족한 뒤 올 7월까지 총 112명을 구속기소했다. 올 연말이면 주가조작 등으로 수감된 인원 상당수가 형기만료 또는 가석방 등으로 출소할 전망이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상장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해당 주식을 거래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상장기업 임직원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이달 말에는 각국 거래소의 불공정거래 실무자들의 토론과 정보교류의 장인 ‘시장 간 감시그룹(ISG) 총회’가 서울에서 열린다. 국제적 불공정거래 트렌드를 살피고 대응 기법을 마련할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불공정거래에는 국경이 없다. 국가 간 긴밀한 정보교환과 적발에 대한 체계적인 협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자본시장을 만드는 데는 무엇보다 시장에 대한 투자자 신뢰를 구축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선 신속하고 효율적인 시장감시 및 불법행위 적발, 불공정거래 제재 및 투자자 보호에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시장의 건전성은 감독당국의 노력과 더불어 투자자들의 성숙한 투자판단에 의한 시장참여와 불공정거래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수적이다.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지켜나가는 데 사회 전반의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한 때다.

이해선 <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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