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기업 구조조정에 훈수만 두겠다는 정부

입력 2015-11-11 17:59  

이 기사는 11월11일(16:1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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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로만 구조조정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1997년 IMF 외환위기 전후 대기업 구조조정에 깊숙하게 관여했던 공직자가 지난 10일 금융위원회 브리핑을 보고 내놓은 관전평이다. 당시 금융위는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개최해 “조선 건설 철강 해운 석유화학에 대한 업종별 업황보고서를 연내 만들어 채권은행 구조조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었다. 또 “기간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일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합병설 등 기업에 메가톤급 충격을 주는 내용들이 언론에 지상중계되면서 금융위도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됐다. ‘정부 주도 구조조정’에 대한 알레르기성 반응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국가 기간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산업 재편’을 위해 차관급 회의기구까지 만든 정부의 결론이 “기업과 채권은행의 자율적인 협의”(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라면 문제가 크다는 痔岵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런 방식의 구조조정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은 정부 실무자들도 인정하는 터다.

현장의 전문가들은 “최근 일부 구조조정 정책들은 아마추어 같다”는 지적도 내놓는다. 대표적인 게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양사 체제 유지가 필요하다”는 해양수산부의 공식 발표다. 양사 체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정부 지원책을 전혀 따져보지 않고 해당 부처 입장만 밝혔다는 비판이 정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업종별 업황보고서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가 종용해서 후딱 만들어 넘겼다”(산업통상자원부)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전직 산업은행 총재는 “장관급 협의체인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의 격려금 문제가 거론된 것도 코미디”라고 꼬집었다. 정부 실무자들이 먼저 챙겨야 했던 구조조정의 디테일(세부 사항)을 제대로 몰랐다는 의미다. 당시 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부실 기업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를 직접 비판해 발표 예정이었던 지원대책이 상당기간 미뤄졌었다.

글로벌 기업 경쟁이 가열되고 자본 시장이 발달하면서 채권은행 중심의 구조조정도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부실의 책임을 뒤집어 쓴 산업은행은 향후 논란이 제기되지 않는 대안들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부가 구조조정 회의에 직접 끼어들지 않는 탓에 금융, 세제 등의 파격적인 지원책이 초래할 수 있는 경제 효과는 따져보지도 않는다.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창의적 발상도 기대할 수 없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좀비 기업’에 대한 지원을 과감하게 중단하고 기간 산업 전체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접근법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기업과 은행에 대해 정부가 ‘훈수’를 두는 식의 방법론으로는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관전자의 입장에서는 살아움직이는 기업의 디테일을 제대로 알 수가 없다. 책상에서 보고서를 만들기보다 한계 업종에 직접 뛰어들어 기업, 채권자들과 머리를 맞대는 공직자들을 기대해 본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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