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버마

입력 2015-11-11 18:08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이번 선거 과정은 고무적이며 ‘버마’의 민주 개혁 과정에서 중요한 한 걸음을 상징한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의 논평이다.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도 “‘버마’의 군사·정치 지도자들이…”라고 표현했다. 미 최대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버마’를 국명으로 표기하고 있다.

미얀마로 이름이 바뀐 지 26년이나 됐는데 왜 아직 버마일까. 국제 사회에서 두 국명이 혼용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의 미얀마는 1989년 군사정권이 집권하면서 채택한 것이다. 군부는 버마라는 국명이 영국 식민지의 잔재라며 민족 주체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당시 수도 랑군도 양곤으로 바꿨다.

그러나 아웅산수지 여사 등 민주화 세력은 군사정권의 독단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등도 군부의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버마와 랑군을 고수했다. 영국 BBC방송은 사람들이 미얀마보다는 버마를 더 친숙하게 여긴다는 이유로 자사 뉴스 웹사이트 등에서 버마를 사용한다고 공시했다.

반면 중국 독일 등은 주권존중 차원에서 미얀마를 받아들였다. UN도 추인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외래어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미얀마로 표기하고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버마에 가까운 비르마니아(Birmania)를 사용한다. 남의 나라 정치 상황에 관심이 없는 제3국들은 버마 명칭을 그냥 쓴다.

국가명의 혼재는 이 나라 사람들의 운명과 닮았다. 영국 식민지 시절만 해도 이 나라는 동남아의 부국이었다. 우리나라 세 배 넓이에 지하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하고 땅도 비옥했다. 전 세계 티크(목재)의 75%를 생산했고 문자 해독률도 90%로 높았다. 아시아에서 발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힐 만했다.

그런데 사달이 났다. 복지국가를 표방하며 계획경제를 채택한 게 문제였다. 주력상품인 쌀 수출이 3분의 2로 줄고, 광물 수출은 96%나 급감했다. 1962년 쿠데타 후에는 ‘버마식 사회주의’를 고집하며 농업 외의 전 산업을 국영화함으로써 빈곤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번 총선 결과는 경제와 자유의 승리를 뜻한다. 아웅산수지 여사 측이 국명을 버마로 되돌릴지도 관심이다. 버마라는 말이 ‘브라만’이라는 어원에서 유래했고, 버마족이 70%에 이르며, 국민 대부분이 버마어와 버마문자를 쓰는 나라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이제는 순조로운 집권을 위해 군부를 자극하는 일을 최대한 삼갈 만큼 그도 노회한 정치인이 됐기에 더욱 그렇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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