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아파트 리모델링 전면 중단 위기

입력 2015-11-29 19:13   수정 2015-11-30 15:57

국토부 뒤늦게 내력벽 철거에 제동…업계 "구조보강하면 안전 문제 없어"

서울 중층·1기 신도시 직격탄
조합 "사업 하지 말라는 얘기"



[ 이현일 기자 ]
정부가 아파트 가구 간 내력벽(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벽)을 허물어 아파트 가로 길이를 넓히는 수평증축 리모델링을 불허키로 함에 따라 강남 목동 등 서울주요지역과 경기 분당신도시 등 수도권 1기 신도시에서 추진 중인 리모델링이 전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대부분 리모델링조합이 가구 간 내력벽 철거를 통해 2베이(방 한 칸과 거실 전면향 배치)로 설계된 아파트를 3베이(방 두 칸과 거실 전면향 배치)로 바꾸는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국토부 “내력벽 철거는 안전 위협”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부는 리모델링 때 내력벽 철거와 ‘가구 합가’는 현행 법령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렸다. 또 ‘공동주택 증축형 리모델링의 합리적 평면계획 기준 마련 연구’ 용역을 수행한 건설기술연구원도 리모델링에 따른 구조 변경 허용을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고, 신축에 버금갈 정도로 공사를 하는 것은 리모델링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들에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 단지가 내력벽 철거와 가구 합가 방식의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전국적으로 리모델링 추진이 가능한 15년 이상된 단지(2012년 기준)는 400만가구, 20년이 지난 단지는 197만가구에 달한다.

연말 건축심의를 앞둔 경기 성남시 정자동 한솔마을5단지 구자선 리모델링조합장은 “작은 평수 아파트는 가로로 못 늘리고 세로로만 늘리면 동굴 모양의 기형적인 집이 된다”며 “내력벽 구조 변경과 가구 합가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인근에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느티마을3단지의 김영수 조합장도 “2개 층을 위로 올리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진행하려면 정부 기관인 건설기술연구원과 시설안전공단을 통해 안전성 검토를 받아야 한다”며 “여기에 수평증축까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이중 규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 “기술적으로 안전 문제 없다”

리모델링협회나 설계 업체들은 공사 과정에서 충분한 보강을 한 후 내력벽을 철저히 하는 만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정란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수직증축이나 내력벽 철거 자체가 위험하냐의 문제가 아니고 얼마의 비용을 들여 보강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과거에 입법된 내력벽 철거 금지 조항은 소규모 인테리어 업자들이 임의로 벽을 철거하는 것을 금하는 취지”라며 “대형 건설회사가 대대적으로 건물 전체를 개·보수하는 데 종전 조항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S건설 관계자도 “서울 강남권에서 최근 준공된 리모델링 단지들은 내력벽의 약 30%를 변경하는 설계로 안전에 문제 없이 시공을 끝냈다”며 “이미 시행하고 있는 리모델링 방식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데도 뒤늦게 규제하려 한다”고 반발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안전에 관한 문제는 신중하게 봐야 하기 때문에 섣불리 대대적인 구조 변경을 허용할 수 없다”며 “다만 리모델링 시장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해 연말 최종 연구용역 결과를 참고해서 허용 범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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