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일부 코스닥상장사들이 본업과 전혀 다른 업종의 회사를 야심차게 인수했지만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수 비용의 적절성 논란과 본업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 등이 주가에 부담을 줬기 때문이라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신사업 진출과 사업 다각화는 회사의 '중장기적 모멘텀(성장동력)'이라는 점에서 시간을 두고 지켜볼 것을 조언했다.
◆뜬금없는 M&A?…사업 다각화로 실적 안정성↑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화학업체 솔브레인은 지난 9월 마스크팩 제조업체인 제닉 지분 25.44%를 699억9400만원에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솔브레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식각액 등 정보기술(IT)에 특화된 화학소재를 만드는 회사다.
솔브레인은 올해 메모리 업황이 호조를 보이며 실적이 꾸준히 개선됐지만 그동안 높은 IT산업 의존도로 실적 변동성이 큰 편이었다.
이에 제닉 인수는 화장품시장 진출로 IT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실적 안정성을 높이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특히 최근 IT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회사 측이 신사업 진출에 속도를 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스마트폰 부품사인 이녹스는 국내 2위 자전거 제조업체인 알톤스포츠를 지난 2월 품에 안았다. 회사는 알톤스포츠의 지분 41%와 경영권을 508억원에 인수했다.
스마트폰 업황 침체와 부품시장의 경쟁 심화로 본업의 성장성이 둔화되자 회사 측이 새 먹거리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전방시장에 의존하던 이녹스에게 알톤스포츠가 점진적으로 실적 안정성을 보장해 줄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간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녹스의 강점인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알톤스포츠에 적용하면 추가적인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7월 방송송출서비스업체 KMH는 레이저프린트 토너 제조업체인 엠젠플러스를 85억원에 인수하며 신규사업 진출을 알렸다. 엠젠플러스는 현상기와 통신네트워크, 커머스, 바이오 등 다양한 사업 분야를 가진 회사다.
◆인수 후 주가는 부진…"향후 벨류에이션 상승 염두"
이들 회사 모두 신규사업 진출과 사업 다각화로 신(新)성장동력 마련에 나섰지만 정작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솔브레인 주가는 제닉 인수 소식이 전해진 지난 9월25일 이후 약 1달동안 32% 급락했고, 시가총액은 18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전날 종가기준으로는 21%하락했다. 약 700억원에 달하는 인수금액의 적절성 여부가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녹스 주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왔다. 지난 2월11일 이후 전날까지 주가는 8% 하락했다.
기존 사업과 무관한 업종의 회사를 인수하면서 투자자들에게 기대감보다는 본업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했다는 분석이 많다. 인수 대금으로 수익성이 회손된 데다 올해 알톤스포츠의 실적이 과거 대비 부진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KMH 주가도 엠젠플러스 인수를 결정한 지난 7월 이후 30% 넘게 급락했다.
남기윤 동부증권 연구원은 "코스닥 중소형주는 전방산업 업황과 대형주 실적에 의존적인 부분이 많았는데 이제 자기 살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와 달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회사 외에도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다른 업종의 회사와 인수·합병(M&A)를 시도하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남 연구원은 "모멘텀을 장착해가는 과도기적 단계이기 때문에 인수 효과가 실적을 통해 바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평가)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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