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비너스를 찾아

입력 2015-12-09 17:32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동트기 전 동쪽 하늘에 보이는 샛별(계명성), 해 진 뒤 서쪽 하늘에 보이는 개밥바라기(태백성). 터키어로는 목동별이라 하고, 서양에서는 미의 여신 이름을 따 비너스(Venus)라고 부르는 별. 금성은 지구와 비슷한 크기에 화학 조성까지 닮아서 자매행성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20세기에 행성과학자들이 비밀의 단서를 찾기 전까지는 알려진 게 거의 없었다. 표면이 두터운 구름대로 덮여 있어 가시광을 통한 관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구름층의 주성분은 황산이고 대기권에는 엄청난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이산화탄소에 의한 온실효과로 표면 온도가 400도까지 치솟으니 관측이 쉽지 않다. 게다가 금성의 하루는 약 243일로 자전 속도가 굉장히 느리다. 공전주기가 224일이므로 1년보다 하루가 더 길다. 우리의 시간 개념과는 영 딴판이다.

금성에 최초로 근접비행한 것은 1962년 미국이었고, 탐사선을 최초로 착륙시킨 것은 1970년 옛 소련이었다. 베네라 7호가 착륙해 23분간 자료를 수집했는데, 이는 인류 탐사선이 다른 행성에 처음 착륙한 성과였기도 하다. 1982년에는 베네라 13호가 액체 질소로 냉각시키는 방식을 사용해 금성 표면에서 127분간 활동했다. 하지만 기압이 너무 높아 오래 머물기엔 역부족이었다.

어제 일본의 금성 탐사선 아카쓰키(あかつき·새벽)가 금성 궤도 진입에 성공함으로써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일본 기술진은 금성 상공 약 500㎞에 도달한 아카쓰키의 속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소형 엔진 4기를 20여분간 분사하는 방식으로 성공했다고 한다. 5년 전 엔진 고장으로 실패한 뒤 시기를 저울질해 오다 마지막 남은 연료를 소진하며 재진입한 것이다.

무게 500㎏에 상자 모양인 아카쓰키는 최대 고도 약 30만㎞의 가늘고 긴 타원궤도를 돌면서 2년간 구름층을 조사할 예정이다. 태양계 초기에 지구와 비슷한 조건에서 탄생한 금성이 어떤 경로로 섭씨 수백도의 황산 지옥으로 변했는가도 규명하게 된다. 지난해 유럽우주국(ESA)의 비너스 익스프레스호는 금성의 두터운 대기 속에서 최후를 맞았다.

2000년대 들어 우주탐사선을 잇따라 쏘아올리고 있는 일본은 2018년 무인 달 탐사선도 발사한다. 성공하면 옛 소련, 미국, 중국에 이어 네 번째다. 과거 양강 싸움이던 우주탐사에 유럽과 중국, 일본, 인도까지 가세한 상황에서 우리는 2020년에야 달 탐사선을 쏠 계획이다. 그로부터 비너스를 찾는 여정까지는 또 얼마나 걸릴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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