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기념미술관 부산에 생긴다

입력 2015-12-11 15:35  

‘천경자 기념 미술관’ 부산에 생긴다.

고 천 화백의 장녀 이혜선 씨(70·섬유디자이너)가 부산 부경대에서 천 화백의 유작 드로잉과 미완성 작품 1000여점과 소장품 3000여점을 부경대에 기증하고, 부경대는 천 화백의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고인의 업적을 기리는기념 미술관을 짓기로 했다.

이혜선 씨와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11일 오후 부산 대연동 대연캠퍼스 동원장보고관에서 기념관 건립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이혜선 씨는 “천 화백의 작품 기증을 위해 어머니가 화가의 길을 걷게 해주신 김임년 선생의 자제,윤광운 명예교수(66)가 근무하는 부경대를 찾아와 상의했고,어머니가 그림의 발판으로 삼은 곳이 부산이라는 점에서 부경대에 기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이어 그는 “후세와 어머니를 위해 기증을 결심했다”며 “어머니는 드로잉이나 미완성 스케치, 동물과 장미,인물 등을 그리기 전에 항상 스케치에 기반을 둔 만큼 미술학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경대도 뜻을 살리기 위해 기념미술관을 짓기로 했다.김 총장은 지난 10일 천 화백 유족과 함께 미술관 건립 및 작품 기증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오는 2020년까지 교내 대연캠퍼스 내에 미술관을 짓기로 했다고 말했다.그는 60억원을 들여 1320㎡의 부지에 전시실과 영상실,수장고 등이 포함된 최첨단 미술관을 지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부경대는 미술관이 완성되기 전인 내년에 현재 운영중인 대학 박물관 내에 100㎡ 규모의 임시전시실을 만들어 운영할 방침이다. 김 총장은 “천경자 화백의 작품이 후세에 도움이 되도록 뜻을 보존하고,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천 화백의 작품을 부경대에 기증한 이유는 천 화백을 미술의 길로 인도했던 전남여고 미술선생이었던 김임연 씨(작고)와 그의 아들,윤광운 명예교수와의 인연 때문이다.천 화백 생전에 윤 교수가 어머니 김인연 씨를 모시고 천 화백의 작품전시회를 자주 보러 다녔고, 매우 친하게 지냈다.광주공립여자고등보통학교(현 전남여고) 시절 천 화백을 발굴해 일본 유학을 권유한 미술 교사가 바로 윤 교수의 어머니다. 그렇게 윤 교수의 어머니와 천 화백은 평생 스승과 제자로 지냈다. 1994년 윤 교수 어머니가 80세에 첫 전시회를 열었을 때 천 화백이 직접 참석해 개막 테이프를 끊었고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천 화백의 마지막 전시회 때는 윤 교수가 어머니를 모시고 참석할 정도로 인연이 끈이 강했다고 윤교수는 설명했다.

부경대에 기증한 또다른 이유는 전남 고흥 출신인 천 화백이 임시정부 시절 때 첫 전시회를 부산에서 열어 작가로서의 토대를 쌓은 곳으로 ‘미술의 마음의 고향’을 부산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씨는 말했다.

꽃과 여인의 화가로 불리는 천 화백은 1998년 작품 93점을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하고 뉴욕으로 떠나 지내다가 지난 8월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1924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전남여고 때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여자미술전문학교를 졸업했다. 천 화백은 여인의 한(恨)과 환상, 꿈과 고독을 화려한 원색의 한국화로 그려 1960~1980년대 국내 화단에서 여류화가로는 보기 드물게 자신의 화풍을 개척했다. 1991년 여인의 모습을 그린 ‘미인도’(국립현대미술관 소장)를 둘러싸고 일어난 위작시비는 천 화백 노년의 최대 시련으로 심적 충격 속에 절필을 선언한 바 있다.

천 화백의 대표작인 ‘길례언니’(1973), ‘고’(孤)(1974년),‘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77), ‘탱고가 흐르는 황혼’(1978), ‘황금의 비’(1982) 등은 모두 몽환적이고도 섬뜩한 눈빛의 여인이 등장하는 작가의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또 ‘언덕 위의 양옥집’, ‘아프리카 기행 화문집’ 등 수필집과 단행본 10여 권을 냈다.천 화백은 여인의 한(恨)과 환상, 꿈과 고독을 화려한 원색의 한국화로 그려 1960~1980년대 국내 화단에서 자신의 화풍을 개척했고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폭넓게 활동했던 ‘스타’ 화가였다. 천화백의 ‘미인도’ 시리즈 중 수작으로 꼽히는 1989년 작 ‘막은 내리고’는 가치가 8억5000만~1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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