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제품값 부풀리고 과소비 조장한다고? 시장선택 돕는 정보…과장광고 소비자가 걸러내

입력 2015-12-25 19:18  

자본주의 오해와 진실 (43) 광고, 감성으로 녹인 제품 정보

소비자들은 제품을 구입할때 생산·판매비 따지는 게 아니라
디자인·포장 등을 종합적 고려

광고는 제품의 질이 좋다는 '신호'
과대·허위광고는 소비자들에 의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단명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광고에 대한 오해가 많다. 광고가 소비자를 현혹해 제품을 구매하도록 한다든지 혹은 광고비를 절약하면 제품 가격이 낮아져 소비자가 이익을 볼 텐데 많은 광고비 때문에 소비자가 높은 값을 치르게 돼 피해를 입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바로 이런 오해로 인해 몇 년 전 한 국회의원이 아파트 광고 모델을 하는 유명 연예인들에게 광고 출연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한 일까지 있었다.

광고비가 가격에 전가돼 소비자로 하여금 비싼 값을 치르게 한다는 주장에는 광고비가 불필요한 비용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다시 말하면 광고비는 생산비가 아니라 판매비용으로써 생산에 직접 투입한 원자재, 노동, 토지에 대한 비용과는 다른 것으로 본다. 그래서 기업이 제품 가격을 책정할 때 생산원가에 일정 마진을 붙이면 되지 굳이 판매비용을 들여서 소비자에게 부담시킬 필요가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비자 눈에는 생산비용과 판매비용을 구분하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보자. 식자재, 조리법, 메뉴 등 모든 면에서 같은 음식을 제공하는 두 개의 식당이 있다. 한 식당은 깨끗하고 분위기 있게 가꿔 놓았고, 다른 식당은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하자. 식당을 깨끗하고 분위기 있게 가꿔 놓은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음식을 생산하는 데 직접적으로 들어간 비용이 아니다. 그것은 판매비용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같은 가격이면 당연히 깔끔한 식당에 갈 것이며, 깔끔한 식당이 약간 더 비싸게 받더라도 그 식당을 선택할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재료비나 임금 같은 생산비용이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소비자는 생산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기업이 제시한 가격을 보고 디자인, 색상, 포장 등을 살펴 제품 구입 여부를 결정한다.

광고 역시 이와 같다. 광고는 판매를 촉진하는 것으로써 분명 생산물과는 다르다. 그러나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광고비용을 생산비용과 다른 종류의 비용으로 구분할 필요는 없다. 광고비가 생산비용에 더해져서 가격이 책정된다고 하더라도 소비자가 그 가격을 받아들인다면 광고는 필요한 것이고, 또 다른 생산물이 된다. 광고는 생산물 자체와 함께 결합해 구매되며 포장의 일부이고 소비자가 평가하는 것이다.

광고가 판매를 촉진하는 것은 소비하도록 선동하고 현혹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기꺼이 값을 치르고 싶어 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물론 광고에는 제품에 관한 충분한 정보가 포함돼 있지 않다. 광고를 통해서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의 세세한 기능이 무엇인지, 어떤 홉을 사용한 맥주인지, 얼마나 안전한 자동차인지 등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단순한 광고 카피나 순식간에 지나가는 광고가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새로 TV나 가전제품을 장만하려고 하는 가정이나 신혼부부는 유명 스타를 떠올리며 그 제품을 기억해낼 것이다. 또 단순히 가구 개념이던 침대는 “침대는 가구가 아니다. 과학이다”라는 카피 한 줄로 전 국민의 선택 기준을 바꿔 놓기도 했다.

우리가 어떤 제품을 잘 선택하려고 한다면 각 제품의 표면에 적혀 있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꼼꼼하게 읽고 따져 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그리 하지 않는다. 그런 행위는 시간을 많이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한 광고 카피를 확 떠올리며 사야겠다고 마음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광고할 때 제품에 대해 시시콜콜하게 자세한 정보를 굳이 제공하지 않는다. 기발한 광고 카피, 눈과 관심을 끄는 영상과 음악, 유명 배우나 탤런트, 스포츠 스타 등을 이용해 감성에 호소한다.

광고는 기업의 존재와 제품의 특징을 알리는 수단이다.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은 소비자의 반복적인 구매에 달려 있다. 소비자가 한 번 구매한 뒤 품질이 조악하다고 판단하면 그 제품은 두 번 다시 선택하지 않는다. 소비자의 반복적인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알리는 수단으로 광고를 이용한다. 광고비는 한 번 투입하면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sunk cost)이다. 따라서 엉터리 제품을 만들어 놓고 과대광고나 허위광고를 해 그것이 들통나면 들어간 광고비는 고스란히 날아간다. 이 점을 잘 아는 기업들은 엉터리 제품에 엄청난 광고비를 쓰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광고 그 자체는 일단 제품 품질이 좋다는 정보를 제공하는 신호다. 단순히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과대광고나 허위광고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특정한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정직성이 의심스러운 광고 내용을 계획함으로써 단기적인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유시장경제에서 그렇게 치고 빠지는 수법으로 장사해 돈을 버는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 그런 기업은 소비자가 다시 선택하지 않기 때문에 오랜 기간 생존할 수 없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은 허위와 기만이 없는 완벽한 세계가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는 허위와 과대광고가 있고 그것을 찾아내는 데 비용이 든다. 중요한 문제는 그런 기업을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찾아내는가에 있다. 그것은 기업 간 경쟁에 의해서 가능하다. 다시 말하면 경쟁자들이 유포한 정보를 이용해 광고의 허위성과 잘못된 점을 보다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쟁의 자유가 존재하는 한 소비자가 어떤 제품을 살 것인지, 무엇을 살 것인지, 무엇을 믿어야 할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은 시장에 맡길 필요가 있다. 광고에 대한 오해로 정부나 제3자가 간섭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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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의 또 다른 기능 중 하나가 공공재를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공공재는 비(非)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가진 재화를 말한다. 비배제성은 값을 치르지 않더라도 소비가 가능한 것을 말하고, 비경합성은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이 감소하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런 특성을 가진 재화는 국방, 치안, 방송, 수학 정리, 노래, 시, 아이디어, 지식 등이다.

이런 공공재의 문제는 사적 재화와는 달리 일단 생산되면 그것에 대한 가격 책정이 어렵다는 데 있다. 각 개인이 생산물을 항상 소비할 수 있으므로 가격을 지급하려는 유인이 적어 가격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무임승차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세금을 걷어 공공재를 생산·공급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국방과 치안이다.

그러나 공공재라고 해서 반드시 정부가 생산·공급하고 세금으로 소요 자금을 조달할 필요는 없다.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에서 훨씬 더 효율적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는 공공재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방송이다. 방송 프로그램은 민간 방송사가 생산하는 데 비용이 들지만 소비자에게 가치가 있는 재화다. 상업광고는 민간 방송사가 생산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고 오히려 수입이 발생하지만 방송 프로그램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불편함을 주는 재화다. 이 둘을 혼합하면 방송사는 생산하는 데 비용이 들지 않고 수입이 생기면서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송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제작·운영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광고는 매우 효과적인 경쟁 수단이다. 신규 진입자가 기존 제품에 대해 확고하게 자리 잡은 소비자의 관심을 자신의 제품으로 돌리게 할 수 있는 것이 광고다. 삼성전자가 광범위하고 반복적인 광고를 하지 않았다면 애플의 스마트폰을 따라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광고는 사람들에게 방송과 같은 공공재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하며, 경쟁을 촉진해 소비자의 후생을 증가시키는 중요한 수단이다.

안재욱 <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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