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텍사스 총잡이

입력 2016-01-01 17:19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텍사스는 미국에서도 아주 큰 주(州)다. 면적은 알래스카에 이어, 인구는 캘리포니아에 이어 2위다. 존 웨인 주연의 ‘붉은 강’ 같은 서부영화에 나오는 이미지 그대로 넓고 황량하다. 석유가 나오기 전 텍사스는 끝이 없는 땅일 뿐이었다. 남쪽으로 갈수록 멕시코풍은 지금도 남아 있고 최남단 국경도시 엘파소에 이르면 어디선가 ‘텍사스 총잡이’가 걸어 나올 것만 같다. 서부영화의 주무대였기 때문이다.

텍사스는 북미의 최남단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갈등도 많았다. 스페인 프랑스 등이 차례로 몰려왔고 이들과 싸운 인디언이 아파치 코만치 등이었다. 스페인이 물러간 뒤 멕시코 영토가 됐지만 결국 전쟁 끝에 1845년 미국의 28번째 주로 편입됐다. 샌안토니오와 알라모는 이때의 전쟁터였다. 텍사스는 이후 1861년 남북전쟁에서 남부 편에 섰다가 전후 지도층이 전면 교체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총의 힘이 통한 시대였고 실제 1870년까지만 해도 텍사스의 국경지대는 무법천지였다고 한다.

이때 나타난 것이 텍사스 민병대 혹은 기마대로 불리는 ‘텍사스 레인저스’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법집행기관이랄 수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의 힘도 결국 총이었다. 이들의 전설 같은 무용담에 더해 서부영화의 무대가 되면서 텍사스는 총의 나라 미국에서도 가장 총과 가까운 이미지를 갖게 됐다. 실제로 텍사스주 총기면허 소지자는 2014년 현재 82만6000여명으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가장 많다.

이런 텍사스주가 올해 첫날부터 총기 휴대 공개(open carry)정책에 들어갔다. 그동안 소총과 엽총 등은 허용했지만 권총에 대해서만은 남북전쟁 이후 휴대 공개를 막아 왔다. 올해부터 훈련과정을 거쳐 사격시험을 통과하면 누구나 권총을 보이는 상태 그대로 차고 다닐 수 있다. 물론 종교시설, 고등학교, 스포츠 경기장 등 안 되는 곳이 있다. 상점 주인들은 ‘권총 휴대 입장 불가’라는 표지판을 내걸 수 있다. 텍사스까지 권총 휴대 공개를 인정함에 따라 이제 권총 휴대 금지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주는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일리노이, 뉴욕,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5개 주로 줄었다.

미국은 인구(3억1700만명)보다 총(3억5000만정)이 많은 나라다. 총기 사고가 자주 터지는 현실에서 권총 휴대 공개가 어떤 효과를 낳을지 논쟁도 많다. 옹호론자들은 방어수단을 보여줌으로써 총기 사고를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론자들은 다시 서부 무법시대처럼 된다고 걱정하고 있다. ‘텍사스 총잡이’는 이제 영화 밖으로 나왔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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