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배럴당 30달러 초저유가 시대…국내 산업계 '풍전등화'

입력 2016-01-04 11:23  

<p>[한경닷컴 콤파스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달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정례 각료회의를 마친 뒤 향후 국제유가 전망에 또 다시 먹구름이 밀려들고 있다. OPEC이 산유국들의 반발에도 정례 각료회의에서 감산 합의에 실패함에 따라 기록적인 저유가 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수입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서 유가 하락은 기업의 투자와 가계 소비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유가가 초(超)저가 시대에 접어들며 국내 기업의 한숨 역시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저유가의 장기화 전망이 점쳐지며 유가 하락이 국내외 경제와 산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게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초저유가 시대 국내 산업계의 득실을 짚어봤다.</p>

<p>"중동發 건설·조선 수주 '반토막' 비상"</p>

<p>"자동차·석화 반사이익 불구 '악재' 여전"</p>

<p>◇ 건설·조선 유가하락 수주 급감</p>

<p>저유가로 가장 골머리를 썩고 있는 업종이 건설·조선업계다. 특히 이들 업종은 저유가로 몸집줄이기에 나선 중동 산유국과 시추업체들의 발주물량 취소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p>

<p>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2월 해외건설 수주액은 409억 달러로 2014년 동기 595억 달러에 비해 31% 가량 감소했다.</p>

<p>이 가운데 중동 지역의 수주액은 147억 달러로 지난해 300억 달러에 비해 52% 가량 줄었다.</p>

<p>이는 2006년 이후 중동지역 수주 금액 중 가장 낮은 수치다.</p>

<p>해외 수주액 감소는 산유국 발주처들이 저유가로 인해 발주 물량을 축소하거나 연기한 영향이 크다.</p>

<p>실제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인 아람코는 20억 달러 규모의 라스 타누라 대형 프로젝트의 재입찰을 잠정 중단했다. 카타르는 85억 달러 규모의 알카라나 석유화학 콤플렉스 프로젝트 등 중동에서 진행되던 사업들의 발주를 연기했다.</p>

<p>2014년 말부터 저유가로 인해 주요 해외 건설 시장인 중동의 경기가 나빠지면서 미청구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하는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p>

<p>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1∼2년 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저가 수주와 공정 관리 실패 등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국내 건설사들이 수익성 위주로 접근한 것도 신규 수주 감소의 원인"이라며 "저유가로 인해 발주처들이 사업비를 낮추면서 수익성이 떨어지다보니 신규 수주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p>

<p>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저유가로 특히 중동지역의 발주량이 줄거나 연기돼 정유 플랜트나 석유화학 플랜트 수주가 일차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요즘은 큰 이익이 나지 않을 것 같으면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최대한 이윤을 낼 수 있는 가격을 써내다 보니 상대적으로 수주 물량도 줄었다"고 설명했다.</p>

<p>문제는 지난해의 걱정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건설업계는 올해도 저유가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동 등 산유국의 플랜트 등 공사 수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p>

<p>국내 건설사들은 지난해 주택시장 호조로 해외건설 실적의 부진을 국내 주택사업 등을 통해 만회해 왔지만 올해엔 주택시장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p>

<p>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수주 추진지역 및 수주 공종을 다각화해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하고 투자를 동반한 사업(PPP사업, 개발사업 등)에서도 지속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p>

<p>조 단위의 적자를 내는 조선업계는 유가 하락이 치명적이다.</p>

<p>저유가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시추업체들이 발주 및 계약을 취소하는데다 해운업계도 일감이 줄어들어 선박 발주를 거의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p>

<p>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의 프레드 올센 에너지가 반잠수식 시추선의 인도 지연을 이유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데 따라 당초 지난해 3분기에 678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공시했다가 이후 적자 규모를 8976억원으로 정정신고한 바 있다.</p>

<p>이에 따라 조선 3사의 지난해 3분기 합산 적자 규모는 기존 1조8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p>

<p>조선업계 관계자는 "유가 회복 없이는 조선소들의 실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가가 이렇게 계속 떨어지면 시추 설비 취소가 더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p>

<p>◇석유화학·자동차·항공 일부 반사이익 기대…악재는 피했다</p>

<p>유가 하락으로 일부 덕을 보는 업종도 있다. 그러나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이마저도 위태한 상황이다. 대표적 반사이익 업종은 정유 및 석유화학사다.</p>

<p>정유·화학 분야는 일반적으로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 발생에도 불구하고 석유제품의 정제마진 증가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고유가일 때 보다 수요 자체가 늘어날 수 있고 정제마진 폭도 커질 수 있어 당분간 반사이익이 기대된다.</p>

<p>이러한 기대가 반영돼 유가증권시장에서 LG화학, 한화케미칼, 대한유화 등 다른 정유주들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p>

<p>증권가 관계자는 "석유화학과 같이 호황과 불황이 순환하는 산업에 속한 기업은 호황기에 벌어들인 현금을 불황기에 투자하게 된다"며 "올해는 석유화학이 다시 호황 사이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p>

<p>이어 그는 "2016년∼2017년에는 불황기의 투자가 뚜렷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p>

<p>실제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불황기에 LG화학은 전기차(EV) 배터리 분야,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분야, 롯데케미칼은 본업인 석유화학에 각각 집중 투자를 진행했다.</p>

<p>업계관계자는 LG화학은 불황기에도 우수한 현금구조로 EV 배터리에 지속적으로 투자했고 그 결실로 EV 배터리 분야는 올해 손익분기점(BEP)을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p>

<p>특히 올해부터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되는데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세에 접어들며 과거 기대감을 실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했다.</p>

<p>한화케미칼 역시 올해부터 태양광 발전 설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해 수혜가 예상된다.</p>

<p>대한유화도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화학 시황 악화와 에틸렌 가격 하락 우려가 남아있지만 저유가 환경에서 NCC 업체들의 원가경쟁력 개선과 지속적인 이익창출력도 긍정적으로 진단했다.</p>

<p>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뿐만 아니라 BMW 등 수입차 업계는 유가 하락에 반색하고 있다.</p>

<p>유가 하락은 기업의 투자 및 가계의 소비를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자동차 판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이다.</p>

<p>특히 최근 전세계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유가 하락이다. SUV가 세단보다 연비가 다소 떨어지지만 유가하락으로 소비자들이 실용성이 뛰어난 SUV에 눈을 돌리고 있다.</p>

<p>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최근 저유가가 지속되며 소형차보다는 중대형차 판매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자동차 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p>

<p>항공업계도 항공유 가격 하락 등에 힘입어 대표적인 저유가 특수를 이어가고 있다.</p>

<p>실제 대한항공은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이 2895억원으로 2012년 3분기 이후 3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p>

<p>매출액은 유류할증료가 줄면서 2014년 3분기보다 감소했지만 유가하락에 따른 유류비 절감 등으로 수익이 증가한 것이다.</p>

<p>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체 비용 가운데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35∼36%에 이르기 때문에 유가가 하락하면 실적 개선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p>

<p>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가하락은 중동·러시아 등 산유국들의 경제 위기로 이어져 국내외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p>

<p>정유업계는 OPEC의 감산불발 이후 최근 유가가 30달러 선으로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증가함에 따라 유가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p>

<p>원유를 사서 정제한 뒤 석유제품을 내다파는 구조에서는 유가 불확실성은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p>

<p>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미 유가가 저유가에 접어든 만큼 유가급락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재발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한다"며 "그러나 미국 셰일생산량 증가, 이란·이라크의 본격적인 수출 물량 증가 등 시장에 원유공급 증가와 관련한 다양한 변수가 남아있어 불안감은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p>

<p>때문에 국내 정유사들은 적절한 재고 수준을 관리하면서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는 등 시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p>

<p>철강업계 역시 이미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에 봉착한 상황에서 저유가가 철강 단가 인하로 연결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p>

<p>문병기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저유가가 철강 운송비 등 생산비를 다소 낮출 수는 있겠지만 철강산업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p>

<p>이어 철강협회 관계자는 "저유가로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업체들의 생산 활동이 위축돼 국내 철강업체들의 강관 수출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p>



이승현 한경닷컴 QOMPASS뉴스 기자 shlee4308@asiae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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