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녀'로 거듭 난 김효주 7언더파 몰아쳐 역전승…스피스 잡은 '세계 204위' 송영한, 프로데뷔 첫 우승

입력 2016-02-01 19:03  

"오늘만 같아라"…초등학교부터 국가대표까지 함께 한 '절친 남매'

체력 단단해진 '여동생'
루이스·김세영 제치고 LPGA개막전 2타 차 우승

멘탈 강해진 '오빠'
스피스 맹추격 따돌리고 싱가포르오픈 1타 차 정상



[ 최만수 기자 ] 한국의 ‘의남매 골퍼’가 1일(한국시간) 나란히 우승을 차지하며 이날을 ‘코리안 데이’로 장식했다. 이날 새벽 먼저 ‘동생’ 김효주(21·롯데)가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막전 승전보를 전했다. 몇 시간 뒤 ‘오빠’ 송영한(25·신한금융그룹)도 아시안투어 싱가포르오픈 우승으로 화답했다. 둘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골프를 쳤고 국가대표 상비군도 함께한 절친한 사이다.


김효주, 루이스 추격 물리쳐

김효주와 송영한은 2013년 국내 투어에서 나란히 신인왕을 차지하며 ‘한국 남녀 골프의 미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잘나가는 여자골프와 기를 펴지 못하는 남자골프를 대변하듯 이후 둘의 성적은 엇갈렸다.

대범한 성격의 여동생은 2014년 7승을 달성하고 LPGA에 진출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소심한 오빠’는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무너져 1승도 올리지 못했다. 송영한은 한국과 일본에서 준우승만 여섯 번 했다. 멘탈 강화를 위해 심리치료까지 받은 그는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배짱을 사고 싶다”고 말했을 정도다. 둘은 2014년 한 이벤트 대회에서 성(性)대결을 펼쳤다. 송영한은 여기서도 김효주에 완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둘은 바쁜 일정에도 국제 전화로 틈틈이 연락을 주고받았다. 속 깊은 여동생이 오빠를 먼저 챙겼다. “오빠, 남자대회 너무 없어서 어떡해”라고 김효주가 위로하면 송영한은 “우리도 여자골프처럼 매년 스타가 나오면 달라질 거야”라고 답하곤 했다.

이날 ‘남매’는 함께 웃었다. 김효주는 이날 LPGA투어 2016시즌 개막전 퓨어실크바하마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라 지난 시즌 후반부터 계속된 부진을 말끔히 털어냈다. 그는 바하마 파라다이스의 오션클럽골프코스(파73·6625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보기는 1개로 막고 버디 8개를 쓸어담아 7타를 줄이며 맹타를 휘둘렀다. 합계 18언더파 274타를 적어낸 김효주는 우승 상금 21만달러(약 2억5000만원)를 받으며 LPGA투어 통산 3승을 기록했다.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는 마지막 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며 김효주를 위협했지만 2타 뒤진 공동 2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 김세영(23·미래에셋)도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9번홀(파4)에서 나온 더블 보기에 발목이 잡혀 루이스, 안나 노르드크비스트(스웨덴)와 함께 공동 2위에 그쳤다.

김효주는 동계훈련 시간 대부분을 지구력?체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한결 안정된 샷감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스윙이 강점인 김효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체력 훈련보다 유연성 운동인 필라테스와 샷 기술 연마에 힘쓴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한, 달라진 멘탈

송영한도 힘을 냈다. 그는 이날 싱가포르 센토사GC 세라퐁코스(파71·7398야드)에서 재개된 아시안투어 싱가포르오픈 4라운드에서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를 꺾고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송영한은 최종라운드에서 1타를 줄여 합계 12언더파 272타를 적어냈다. 스피스가 무섭게 추격했지만 1타 차로 따돌리며 우승 상금 26만달러(약 3억1000만원)와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송영한과 스피스는 전날 경기가 악천후로 지연돼 대회 일정을 하루 넘겨 잔여 경기를 치렀다. 송영한은 전날 16번홀(파4)에서 4m 거리의 부담스러운 파 퍼트를 남기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와야 했다. 스피스는 18번홀(파5)에서 1.5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남기고 경기를 마친 상황이었다.

송영한이 2타 차 선두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 홀에서 보기를 하고, 스피스가 버디를 잡는다면 순식간에 동타가 될 수 있었다. 송영한은 이번에는 전처럼 무너지지 않았다. 16번홀에서 파 세이브에 성공한 송영한은 남은 2개홀에서 타수를 끝까지 지켜 스피스의 추격을 따돌렸다.

송영한의 어머니 유옥녀 씨는 “이번에는 아들의 표정이나 몸짓이 다른 때와 조금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며 “공이 잘 안 맞아도 용감하고 씩씩하게, 자신있게 파 세이브를 하더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승을 차지한 남매는 오는 8월 열리는 리우?楣戮肩?올림픽을 바라보고 있다. 김효주는 이번 우승으로 여자골프 세계랭킹 10위에서 7위로 올라섰다. 한국 선수 가운데 4위로, 네 장의 올림픽 출전권 커트라인 안쪽에 진입한 것이다. 김효주는 지난주까지 한국 선수 가운데 6위였지만 이번주 양희영(26·PNS), 전인지(22·하이트진로)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세계랭킹 204위인 송영한은 김효주에 비해 갈 길이 멀다. 한국 남자골프의 올림픽 출전권은 2장이다. 안병훈(세계랭킹 29위), 김경태(60위)와 경쟁하려면 꾸준히 승수를 쌓아야 한다. 송영한은 4일 개막하는 아시안투어 레오팰리스21미얀마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미얀마로 향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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