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길게 보기, 깊게 보기

입력 2016-02-11 18:07  

최원식 <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 se_media@mckinsey.com >


새해가 밝았는데 분위기는 뒤숭숭하다. 수출 감소, 중국 외환보유액 급감, 일본 주식시장 폭락, 지카 바이러스에 북핵과 미사일 사태까지. 설 선물로 악재 종합세트를 받으면 이런 기분일까. 왜 이리 기분 좋은 뉴스는 없는지. 경영자들은 뭘 가지고 희망찬 새해를 말하고 조직을 북돋울지 고민이 앞선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필자는 맥킨지 서울사무소를 떠나 독일로 옮긴 직후였다. 금융위기는 유럽 전역을 강타했고, 매일 악재가 터져 신문 보기가 겁났다. 당시 맥킨지는 산전수전 다 겪은 82세 장수기업이었지만, 회사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섰다.

마침 전 세계 파트너들이 모이는 콘퍼런스가 있었다. 그때 나름대로 터득한 전략이 “길게 보고, 깊게 보자”는 것이었다. 이 원칙은 한 치 앞을 보기 힘든 올 한 해에도 유효할 것 같다.

밖으로는 길게 봐야 한다. ‘경기 사이클을 꿰뚫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혼란기에는 코앞에 닥친 내일도 예측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 발 뒤로 물러서면 먼 미래의 큰 흐름을 볼 수 있다. 장기적인 방향에 나침반을 맞춰 놓고 큰 흐름의 기회에서 눈을 떼지 않는 게 중요하다. 상황이 안 좋다고 무조건 투자를 줄이는 게 아니라, 경기 흐름이 상승세로 돌아설 때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가치 투자로 이름난 워런 버핏의 전략도 될 성싶은 회사를 골라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저점 매수, 고점 매도’는 너무나도 단순한 투자철학이지만, 웬만한 결의와 절제 없인 지키기 어렵다.

안으로는 깊게 들여다봐야 한다. 당시 콘퍼런스에서 맥킨지 회장은 “수십 년 동안 지켜온 회사의 ‘미션과 기업가치’를 곱씹어 보자”고 제안했다. 성공을 일군 원동력이 무엇인지 재확인하고, 강점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더욱 발현돼야 하는 핵심 가치로 고객을 최우선하는 철학, 기업에 강력한 영향을 주겠다는 의지, 그리고 타협 없는 인재에 대한 투자와 양성을 꼽았다. 인재 양성 부문에서 개인의 모자라는 부분을 메우는 것보다 장점을 키워주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붉은 원숭이의 해다. 임기응변하는 원숭이의 민첩함과 영리함보다는, 키 큰 나무 위로 올라가 먼 곳을 보고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원숭이의 지혜와 자신감이 필요한 때다.

최원식 <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 se_media@mckinse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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