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언의 데스크 시각] 꼬일대로 꼬인 카드수수료 갈등

입력 2016-02-15 17:44   수정 2016-02-16 16:05

김수언 금융부장 sookim@hankyung.com


음식점들이 1만원 미만의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고 현금 결제를 요구해도 될까.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 1항은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득세법 162조 2항에서는 ‘연매출 2400만원 이상 사업자’는 신용카드 가맹점으로 의무 가입해야 한다고 돼 있다. 소비자가 스스로 현금을 낸다면 모를까, 신용카드로 결제하겠다면 무조건 받아야 하는 ‘카드 의무수납제’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 ‘1만원 미만의 소액에 대해선 카드 결제를 거절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꿀 수는 없을까.’

카드 결제로 인한 비용 부담이 없는 대다수 일반 소비자들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에 반대한다. 반면 카드사와 가맹점들은 ‘소액에 대해선 카드 결제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카드 결제에 따른 이익보다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카드 의무수납제 유지해야 하나

소비자와 카드사·가맹점 간 의견?나뉘는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이슈가 다시 공론화되고 있다. 카드사들은 최근 금융감독원과의 간담회에서 ‘5000원 또는 1만원 이하 소액 카드 결제는 가맹점 선택에 따라 거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2010년부터 10달러 이하의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고 사례를 들기도 했다.

카드사들의 이 요구는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가 당정 협의를 거쳐 197만개 영세·중소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을 0.7%포인트씩 내리도록 한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연간 6700억원의 수입이 줄게 된 카드사들은 당초 연매출 3억원 이상 24만개 주유소와 약국, 편의점 등 일반 가맹점 수수료를 올려 손실을 일부 보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당 자영업 단체를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면서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또다시 수수료 책정에 개입했고 카드사들은 계획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카드사들은 ‘가맹점에서 소액 결제 때 카드 대신 현금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면 카드사와 가맹점 모두 이익’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카드업계에서 손실이 발생한다는 1만원 이하 카드 결제 비중은 2004년 8.6% 수준에서 2014년 39%로 10년 만에 다섯 배 가까이 늘어난 상황이다.

땜질로는 수수료 갈등 못 푼다

카드 수수료 갈등과 카드 의무수납제 폐지 논란에는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돼 있다. 카드 수수료 책정과 관련해 정부가 시장 원칙에 어긋나는 정책을 펴면서 생긴 부작용들이 많은데 근본 원인을 치유하지 않은 채 부작용의 겉면만 치료하려 든다면 문제가 더 꼬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맹점들이 더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카드사를 선택해 거래할 수 있는 시장원리만 작동해도 정부가 영세·중소 가맹점을 지원하기 위해 수수료를 일일이 낮출 필요가 없다. 그러나 지금은 영세업체들도 의무적으로 가맹점으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율과 관계없이 모든 카드사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한 카드사의 최고경영자는 “외국인 투자자들 가운데선 카드 수수료 책정에 개입하는 정부를 보면서 한국 금융의 후진성을 실감한다고 얘기하는 이들이 꽤 된다”고 전했다.

김수언 금융부장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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