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마을·동백섬·자작나무 숲 … 설레는 봄을 걷자

입력 2016-02-22 07:10   수정 2016-02-22 10:28

꽃·트레킹·먹거리…테마 따라 즐기는 봄맞이 여행

동박새 지저귐 따라 지심도 숲길 산책…가평 잣나무 숲 피톤치드로 '힐링샤워'를
도다리쑥국·간자미무침…별미 맛보려 1년을 기다린 보람 있네



[ 최병일,김명상 기자 ] 불어오는 춘풍(春風)에 가슴이 설렌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동장군의 심술이 물러나고 어느덧 봄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겨우내 웅크리고 있던 몸에 활력을 불어넣을 시간. 가족끼리 봄꽃 나들이를 떠나거나 삼림욕으로 건강을 다져보는 것은 어떨까. 새콤달콤한 먹거리로 잃어버린 미각을 되살리고 기운을 북돋는 것도 좋겠다. 가만히 있기에는 봄은 너무 아름답고도 짧다.

봄 소식 안고 오는 꽃

봄의 전령은 꽃이다. 남쪽에선 벌써 화신(花信)이 들려온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겪은 매화라야 그 향기 더욱 짙다고 했던가. 한겨울을 이겨낸 생명들이 인고의 시간을 거쳐 꽃을 피우는 모습은 경이 그 자체다. 얼어붙은 대지와 나뭇가지를 헤치고 피어나는 봄꽃은 몸은 물론 마음까지도 생기를 되찾도록 해주는 활력소다.

전남 광양 매화마을

폭발하듯 피어나는 매화꽃 속으로

봄이면 섬진강을 따라 봄꽃들이 잔치판을 벌인다. 그중에서도 매화향 그윽한 전남 광양은 전국적인 봄꽃 명소다. 매년 3월 중순부터 광양 다압면 섬진마을에는 매화가 흐드러지게 핀다. 백운산 자락에 10만여그루의 매화나무를 품은 덕분에 본명보다 ‘매화마을’로 더 많이 불린다.

이 마을의 농가는 산과 밭에 곡식 대신 매화나무를 심었다. 이곳의 맑고 온화한 강바람과 알맞게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매실 농사에 적합하기 때문인데 연간 수확량이 100t을 넘는다.

봄이 되면 하얗게 만개한 매화꽃이 눈이 내린 듯 마을을 뒤덮는 장관을 이룬다. 1930년께 심은 70년생 고목 수백그루를 포함해 매화나무 단지가 잘 조성돼 있다. 매화나무 집단 재배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청매실농원도 이곳에 있다. 매실 식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전통옹기 2000여개가 농원 뒤편 왕대숲과 함께 절묘히 어우러진 풍경도 압권이다.

매화마을 주변 산책로는 30분 정도면 걸어볼 수 있다. 대부분의 코스가 매화마을의 원점으로 꼽히는 청매실농원과 닿는다. 청매실농원 뒤로 자리한 대숲을 지나 만나는 전망대는 그냥 지나치면 아쉽다. 수천 개의 장독대와 함께 매화와 섬진강까지 어우러지는 절경이다. 매화마을은 여러 영화나 드라마 촬영 장소로 등장하기도 했다. 산책을 하며 드라마 ‘다모’의 초막을 비롯해 영화 ‘취화선’의 왕대숲 등을 기억해 내는 것도 재미나다.

섬진마을에서는 매화가 피는 3월마다 매화축제가 열린다. 올해로 18회를 맞은 ‘광양국제매화문화축제’는 ‘꽃길따라 물길따라 섬진강 매화여행’이라는 주제로 3월18일부터 10일간 열릴 예정이다.

매화 개화 기간인 1개월 동안 약11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데 축제 기간에만 70만명이 방문할 정도로 전국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광양국제매화문화축제위원회 (061)797-3714

경남 거제 지심도

자연을 거닐며 즐기는 동백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경남 거제시 일운면 지심도(jisimdoro.com)는 동백으로 유명한 섬이다. 해마다 봄이면 동백꽃을 찾는 인파로 섬 전체가 들썩인다. 지심도의 식생 중 50%가량이 동백으로 채워지기 때문에 ‘동백섬’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지심도의 동백꽃은 12월 초부터 피기 시작해 4월 하순이면 대부분 진다. 2월 말부터 3월 중순이 꽃구경하기 가장 좋은 시기다.

지심도에는 100년 이상 된 동백이 숲을 이룰 뿐만 아니라 좀체 보기 힘든 흰 동백꽃도 핀다. 섬의 주요 관광지를 잇는 둘레길이 조성돼 있어서 천천히 산책하며 꽃구경을 즐길 수 있다. 해안 절벽이 있는 마끝, 포진지, 활주로를 거쳐 망루까지 거니는 데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 산책로 곳곳에는 일본식 목조건물들이 있어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193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인 전등소장(발전소장) 사택에선 마당에 핀 동백꽃과 함께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지심도의 자연환경도 걸음을 가볍게 한다. 남해안 특유의 상록활엽수림이 잘 보전돼 있으며, 개가시나무를 비롯한 희귀 식물과 멸종위기종인 팔색조, 솔개, 흑비둘기 등이 서식한다. 동박새, 직박구리의 지저귐을 벗 삼아 동백 숲길을 걸으면 피곤함도 씻은 듯 사라진다. 지심도 뒤로는 장승포 바다가 펼쳐지고, 섬 정상에 오르면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다. 맑은 날이면 남쪽 대마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심도에서 거제시 장승포항까지는 배로 15~20분 정도 걸린다. 이틀 정도 시간이 있다면 지심도와 함께 거제의 관광명소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바다를 바라보고 풍차가 놓인 ‘바람의언덕’은 영화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며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거제시청 문화관광과 (055)639-4172

트레킹

몸이 건강해야 모든 일이 원만하다. 추위 때문에 운동량이 줄어든 채 겨울을 보내고 나면 몸도 마음도 처지기 십상이다. 축난 몸에 생기를 불어넣고 활력을 얻어 보자. 봄의 생명력이 충만한 길은 아름답고 기운차다. 가족과 함께 건강을 다지고, 사랑하는 이와 걸으며 로맨틱한 분위기에 젖어들고 싶은 이들에게도 ‘강추’다.

강원 원대리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 군락의 명품숲

햇살을 받은 자작나무가 은빛 비늘을 반짝이는 물고기처럼 퍼덕거린다. 강원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에 있는 자작나무숲은 25만㎡에 70여만그루의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숲이다. 수피(樹皮)에 기름이 많아 주로 장작으로 쓰였던 자작나무는 나무가 불에 탈 때 ‘자작자작’ 소리를 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자작나무 숲은 솔잎혹파리 피해를 입은 소나무 숲을 벌채한 뒤 1989년부터 8년간 조림한 결과다. 2012년 8월 인제국유림관리소가 자작나무 숲을 산림문화·휴양 공간으로 개방한 뒤 방문객이 꾸준히 늘어났고 지난해엔 21만2400명이 다녀갔다.

자작나무 숲 탐방로는 4개의 탐방 코스로 구성됐다. 1코스(0.9㎞)에선 순백의 자작나무 정취를, ‘치유코스’라 불리는 2코스(1.5㎞)에선 여러 종류의 나무가 어우러진 혼합림과 천연림을 만날 수 있다. 3코스(숲길 1.1㎞·원대임도 2.7㎞)는 작은 계곡을 따라가는 코스이며, 4코스(숲길 2.4㎞·절골임도 2㎞)에선 원대봉 능선을 따라 자작나무 숲을 볼 수 있다. 인제국유림관리소는 봄철 산불 방지를 위해 3월15일부터 5월15일까지 입산을 통제하므로 방문을 원한다면 서두르는 것이 좋다. 인제국유림관리소 (033)460-8036

경기 가평 잣향기 푸른숲

피톤치드 맡으며 ‘힐링’

전국 최대 규모의 잣나무 숲인 경기 가평의 ‘잣향기 푸른숲’은 약 152만㎡ 넓이에 수령 80년 이상의 잣나무 5만여그루로 조성됐다. 숲 체험과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산림휴양공간이다. 잣나무는 항균물질인 피톤치드를 연평균 1.436㎍/㎥ 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잣나무 숲을 거닐며 명상, 기(氣)체조, 풍욕, 트리허그(나무 끌어안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몸과 마음의 치유를 경험하면 절로 기운이 솟아난다.

항균물질인 피톤치드는 기관지 천식과 폐결핵 등의 치료에 도움을 주고 아토피 질환에도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잣나무 푸른 숲의 잣나무 군락지와 수목원 내에 조성된 산책로를 걸으며 상쾌하게 삼림욕을 즐기다 보면 웬만한 병과도 싸워 이길 힘을 얻게 될 것 같다.

산림치유 프로그램으로는 ‘비움과 채움의 잣향기 숲속 명상’ ‘스트레스 잣 향기에 두고 가자’ ‘쓰담쓰담 아이사랑 잣 향기 숲태교’ ‘잣나무 피톤치드 속 뚜벅이’ 등을 운영 중이다. 그중 ‘잣 향기 숲속 명상’은 유아·초등학생, 청소년·성인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축령백림관에서 힐링센터, 화전민 마을, 숲속의 호수를 지나며 삼림욕을 체험할 수 있다. 오는 3월까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 (031)8008-6769

향긋한 봄꽃도 좋지만 상큼하고 새콤한 전국 봄 별미를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제철을 맞은 별미는 때를 놓치면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이 제일 맛있는 별미를 찾아 잃어버린 미각을 되살려보자. 음식이 곧 보약이니까.

음식

충남 당?간자미 회무침

입맛 돋우는 새콤달콤함

입맛이 뚝 떨어졌을 때는 싱싱한 간자미 회무침(사진)을 맛보자. 충남 당진의 포구에는 씹히는 맛이 좋은 해산물이 가득하다. 3월 당진에서는 간자미가 제철이다. 충청도 사투리로 간자미는 갱개미로도 불리는데 생김새가 홍어 새끼를 닮았다. 삭힌 뒤 톡 쏘는 맛을 즐기는 홍어와 달리 간자미는 삭히지 않고 막 잡은 놈을 회무침으로 먹는다.

제철소가 들어서면서 당진의 포구는 변해가고 있다. 옛 포구의 정취가 깃든 곳은 석문방조제 건너 장고항이다. 소담스러운 어촌 풍경과 함께 바다 향을 맡으며 회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장고항에는 20년 된 등대횟집 등 10여곳의 횟집이 간자미를 식탁에 올린다.

수놈보다는 암놈이 더 부드럽고 맛있다. 초보자라도 간자미의 암수를 구별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수놈은 꼬리가 양 갈래로 뻗어 있고 암놈은 꼬리가 한 가닥이다. 같은 값이면 암놈으로 잡아달라고 주문하는 것이 요령이다.

간자미는 껍질을 벗겨낸 뒤 오이, 당근, 고춧가루, 물엿, 식초 등에 버무려 회무침으로 만든다. 청양고추를 넣어 매콤한 맛을 내는 곳도 있다. 간자미 회무침은 다른 회와 달리 씹는 맛이 강하다. 부드러운 살점 한가운데 오돌오돌 씹히는 맛은 채소와 어우러지며 향긋하게 입안을 감싼다. 입맛 없는 나른한 봄날, 정신이 들 만큼 달고 맵고 새콤한 맛이다.

장고항까지 왔으면 인근 포구 구경을 놓칠 수 없다. 장고항에서 일출과 일몰로 유명한 왜목마을까지는 자동차로 10분 거리로 가깝다. 왜목마을에는 해변을 잇는 나무받침(데크)길이 갖춰져 더욱 편안하게 산책할 수 있다.

남도의 빼놓을 수 없는 별미

도다리쑥국

남도의 봄은 별미가 시작되는 시기다. 해변과 섬 지방 사람들이 봄에 가장 애용한 음식은 바로 쑥국이다.

지금도 바닷가 사람들은 초봄이면 다양한 재료를 넣고 쑥국을 끓여 먹는다. 쑥 된장국도 끓이고 쑥 조개국도 끓인다. 해쑥이 들어간 국을 먹으면 어느 것이나 기력 충만이다. 경남 통영에는 ‘입춘 전후 돋아난 쑥국 한 그릇을 먹으면 한 해 병치레를 안 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쑥은 옛날부터 신비의 명약으로 통했다. 오죽 약효가 좋았으면 단군신화에 등장했을까. 그래서 섬에 가면 쑥을 먹고 병을 고쳤다는 이야기가 많다. 통영의 어느 섬에서 만난 노인은 “쑥하고 톳나물 먹고 산 사람들은 아픈 데가 없다”고 말했다.

겨울 추위를 이기고 동토를 뚫고 솟아난 쑥에는 강력한 에너지가 응축돼 있다. 과거 바닷가 사람들에게 쑥은 일상의 양식이었다. 매일 보약을 먹었던 셈인데 말 그대로 식약동원(食藥同源)이다.

많은 종류의 쑥국이 있지만 도다리쑥국은 그 정점에 서 있다.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광어’라는 말이 있듯, 봄에는 도다리가 제일 맛이 좋다. 갓 잡아 올린 도다리에 쑥을 넣어 끓인 도다리쑥국은 담백하면서 향긋한 맛을 낸다. 애주가들의 해장에?좋다.

여수, 통영, 삼천포 등 남해안 지방에서는 봄이면 어디서나 도다리쑥국을 끓인다. 도다리는 500여종이나 되는 가자미류 중 하나다. 회색이나 황갈색 몸에 크고 작은 반점이 온몸에 퍼져 있다. 지방이 적고 단백질이 다른 생선보다 많아 맛이 담백하다. 같은 가자미목이라도 광어(넙치)는 가을, 겨울이 제철인 것과 다르다.

먹어본 적이 없다면 남해안 관광 때 전통시장 안에 있는 식당에서 꼭 도전해 보자. 파릇파릇한 해쑥과 도다리를 넣은 국을 먹으면 잃었던 입맛이 돌아오는 것도 시간문제다.

쑥과 도다리를 함께 먹을 때 입안에 감도는 쑥향과 도다리 속살의 부드러움은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다.

최병일/김명상 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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