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변동성 큰 지수 활용할수록 위험·수익률 함께 높아져

입력 2016-02-24 07:00  

ELS 투자 5가지 궁금증

첫 6개월·12개월 조기상환 '허들'
낮을수록 수익률도 함께 낮아져

유통구조 복잡하면 수수료 높아
녹인 없는 ELS도 원금손실 가능
전체 금융자산중 20%만 투자를



[ 송형석 기자 ]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은 시간에 쫓겨 일과시간 중 금융회사를 찾기 어려운 직장인들이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 가입하는 ‘만만한 상품’이다. 기초자산으로 쓰이는 지수가 반토막만 나지 않으면 연 6~7%의 이익을 준다는 설명은 재테크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ELS가 쉽기만한 상품은 아니다. 상품마다 특징이 제각각이며 판매처에 따라 약정 수익률도 들쭉날쭉하다. 모르고 덤볐다가는 손해를 보기 십상이란 얘기다. 초보 투자자들이 꼭 알아야 할 ELS 상식들을 정리했다.

(1) 조기상환을 결정하는 6개의 숫자

ELS를 고를 때 제일 먼저 눈이 가는 항목은 아무래도 수익률이다. 하지만 기초자산과 조기상환조건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 ELS의 기초자산으로 많이 쓰이는 지수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H지수)와 코스피200, 미국의 S&P500 등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50개 기업 주가를 지수화한 유로스톡스50도 ELS 지수로 널리 활용된다. 대개 이 지수 중 두세 개를 뽑아 상품을 만드는데 변동성이 큰 지수가 활용될수록 위험도와 수익률이 동시에 높아진다. 이번 ELS 무더기 손실구간 진입 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가장 변동성이 큰 것은 H지수다. 지수 구성 종목이 40개에 불과하고 시가총액의 70% 이상이 금융업종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변동성이 높은 상품은 50개 종목으로 이뤄진 유로스톡스50이다. S&P500과 코스피200은 상대적으로 진중한 움직임을 보인다.

‘95-95-90-90-85-85’처럼 여섯 개 숫자 조합으로 이뤄진 조기상환 조건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첫 번째 숫자 95는 6개월이 지났을 때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가입 시점의 95% 이상이면(지수 하락률이 5% 미만이면) 원리금을 되돌려준다는 의미다. 두 번째 숫자는 12개월 시점, 세 번째 숫자는 18개월 시점의 조기상환 기준선이다. 한 개의 기초자산이라도 이 조건에 미달하면 6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 첫 6개월과 12개월의 조기상환 ‘허들’이 낮을수록 상품의 수익률도 함께 낮아진다고 보면 된다.


(2) 은행 ELS vs 증권사 ELS

ELS는 증권사에서 만든 상품이지만 은행에서도 많이 취급한다. 은행들은 ELS를 직접 판매할 수 없어 특정금전신탁이나 펀드에 ELS를 넣은 주가연계신탁(ELT)이나 주가연계펀드(ELF) 상걋?팔고 있다. 명칭은 다르지만 ELS와 손익구조가 똑같다. ELS를 자주 접한 투자자들은 은행보다는 증권사 상품을 사는 것을 선호한다. 유통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더 많은 수수료가 붙는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은행은 신탁 형태로 ELS를 팔 때 0.5% 안팎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상품을 설계할 때 은행이 가져갈 판매 수수료를 포함시키는 경우도 있다.

증권사에서 ELS를 가입한다고 해도 회사 한 곳만 이용해서는 곤란하다. ELS는 매주 다른 상품이 나오는데 비슷한 조건이라도 증권사마다 연 수익률 차이가 1~2%포인트씩 난다. 인터넷 재테크 카페에서 주요 증권사 ELS 상품리스트를 공유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주요 대형 증권사의 통장을 전부 만들어 놓고 증권사별 상품 구조를 꼼꼼히 비교한 뒤 ELS에 가입하는 게 정석이다.


(3) 녹인이 없는 ELS의 진실

일부 ELS는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 손실구간 진입 시점)’가 아예 없다.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지수가 반토막, 3분의 1토막이 나더라도 만기 때까지는 기다려주겠다는 의미다. 계약기간을 마음 편히 보낼 수 있다는 게 ‘노녹인 ELS’의 장점인 셈이다. 그렇다고 노녹인 상품이 더 안전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만기 시점까지 지수가 회복하지 못하면 녹인이 있는 ELS와 똑같이 기초자산의 하락률만큼 원금을 떼이기 때문이다. 만기상환 기준선(조기상환 조건을 보여주는 숫자 중 여섯 번째)이 이 상품의 숨겨진 녹인 배리어라고 생각하면 된다.

노녹인 ELS들은 녹인이 있는 일반적인 ELS보다 痔庫活?연 1~2%포인트 정도 낮다. 매월 이자를 주는 월지급식 ELS, 녹인선을 건드리면 만기가 자동으로 연장되는 ELS 등 안전성을 강화한 변종 상품들도 수익률이 낮게 책정된다.

(4) ELS는 세금이 비싸다던데

ELS 투자자들은 투자 활동으로 얻은 수익의 15.4%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과거엔 ELS에 붙는 세금을 줄이는 방법이 1000만원 한도인 세금우대계좌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활용해도 세금을 절감할 수 있다. ISA는 매년 2000만원 한도로 5년간 최대 1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는 절세통장으로 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을 수 있다. 가입 대상은 근로소득자, 자영업자, 농어민 등이며 2018년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 이 통장의 면세 한도는 200만원(연 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는 250만원)이다. 한도를 넘는 수익에 대해서도 9.9%의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5) 자산배분 시 ELS의 알맞은 비중은

ELS는 마니아층이 두터운 상품이다. 전체 금융 자산의 절반 이상을 ELS에 넣는 투자자들이 수만 명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ELS 비중을 지나치게 높이 가져가는 것은 위험하다. H지수를 기반으로 발행된 상품들이 무더기로 손실구간에 진입한 올해 초의 사태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어서다. 주요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들이 전체 금융자산중 ELS가 치지하는 비중을 10~20% 정도로 제한할 것을 권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신동국 KR선물 고객자산운용본부장은 “향후 ELS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만 구체적인 투자 대상을 정하기 곤란할 때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게 낫다”며 “상품의 구조와 손실 시나리오 등에 대해 충분히 파악한 뒤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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