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작전명

입력 2016-03-08 17:42   수정 2016-03-10 17:38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1944년 연합군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필두로 한 북부유럽 침공작전을 기획할 당시 작전명은 ‘둥근 망치’였다. 이 작전명을 영국 총리이던 윈스턴 처칠이 대군주(大君主)를 뜻하는 ‘오버로드(Overload)’로 바꿨다. 처칠은 “작전명은 훗날 가족들이 언급할 때 자랑스러워할 만한 이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대규모 군사작전에서 별도의 작전명을 쓰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 때부터다. 처음에는 보안의 필요성 때문에 도입했지만 차츰 전쟁이나 전투 그 자체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으로 변해갔다. 히틀러는 소련 침공 작전명을 ‘바바로사’라고 붙였다. ‘붉은 수염’이란 뜻인데 당시 소련 지도자 스탈린을 겨냥했다는 얘기가 많았다.

미국은 직설적인 작전명을 많이 사용했다. 6·25전쟁 당시 미8군의 중부전선 반격작전명은 ‘암살자(Killer)’였고, 38선 진격작전명은 ‘용감한(Courageous)’이었다. 맥아더는 보안을 요하던 인천상륙작전에는 ‘크로마이트(크롬철광) 작전’이란 평범한 이름을 붙였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작전명은 1991년 초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발표한 ‘사막의 폭풍’ 작전이다. 전투장면이 생중계된 이 때부터 작전명은 군사용이 아니라 홍보용 브랜드처럼 변했다. 이에 비해 2001년 아프간전쟁의 작전명이던 ‘무한 정의’는 이슬람을 자극했다는 점에서, 2011년 리비아 작전에 붙인 ‘오디세이 여명’은 10년이나 걸린 트로이전쟁을 연상시킨다는 면에서 실패한 작명으로 꼽힌다.

사실 언론과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하지만 미국의 예를 보면 작전명은 정치적 고려 없이 기계적으로 만들어진다. 미군 규정상 작전명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두 개의 단어를 조합해서 짓도록 돼 있다고 한다. 물론 상식적인 규칙은 있다. 적국은 물론이고 동맹국을 자극할 수도 있는 정치적, 종교적 용어는 배제해야 한다. 지나치게 상업적인 것도 곤란하다.

다만 단기적인 작전과 훈련 상황에서는 장소나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경우가 많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선원을 구조할 때 우리 군은 ‘아덴만의 여명’이란 작전명을 붙였다. 엊그제 시작된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 연습에서 한·미해병 1만6700여명이 포항 인근 해안에서 벌이고 있는 훈련의 작전명은 ‘결정적 행동(Decisive Action)’이다. 실전에 대비한 훈련인 만큼 연합훈련 목표 자체를 작전명으로 붙인 경우다. 북한에 경고하는 단호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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