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충수업 열어서라도 강의 모두 마친다"...국민의당 비례 2번 오세정 교수

입력 2016-03-27 15:53   수정 2016-03-27 15:54


(오형주 지식사회부 기자) 20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이 ‘알파고 열풍’을 타고 비례대표 후보 상위순번에 교수 등 과학계 인사들을 대거 배치해 화제입니다.

새누리당은 사물인터넷(IoT) 전문가인 송희경 전 KT 평창동계올림픽 지원사업단장을,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은 박경미 홍익대 수학교육과 교수를, 국민의당은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을 각각 1번에 선정했죠.

특히 국민의당은 신 원장에 이어 오세정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63)를 2번에 배치하는 등 당선 안정권(5~6번) 가운데 3분의 1을 과학계 인사로 채웠습니다. 더민주 비례대표 4번에 이름을 올린 최운열 서강대 경영학과 석좌교수까지 포함하면 당선 안정권에 든 교수 출신 후보도 3명이나 됩니다.

대학가에선 교수 출신 비례대표 후보들이 자칫 학생들의 수업권을 침해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옵니다. 각 당에서 선거 운동기간 중 비례대표 후보자들에게 지원 유세에 나설 것을 적극 독려하고 있는데다, 20대 국회의원 임기가 학기 중인 5월 30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2013년 ‘겸직 금지’ 조항을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 통과에 따라 의원직에 당선된 교수들은 임기 시작 전 사직해야 합니다.

당장 서울대에선 오셉?교수가 난처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오 교수는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을 지내고 서울대 총장 선거에 두 번이나 도전한 저명한 물리학자로 학계 신망이 두텁습니다. 이번 1학기에는 학부에서 3개, 대학원 3개 등 6개 과목 강의를 맡고 있습니다. 강의를 듣는 학생 수도 모두 130여명에 달합니다. 대신 강의를 할 교원을 구해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폴리페서’가 대학 분위기를 흐린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웠습니다.

결국 오 교수는 20대 국회 개원 전날인 5월 29일까지 모든 강의를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오 교수는 “학생들의 수업권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해 당 지도부와 논의 끝에 결단을 내렸다”며 “법령상 의원 임기 개시 전까지 강의가 가능한 만큼 부족하면 따로 보충수업을 열어서라도 주어진 강의를 모두 마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내에선 일체의 정치적 행위도 하지 않겠다”고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대학 강의가 6월 첫째~둘째주에 수업을 마치고 기말시험을 실시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오 교수의 결정으로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는 일은 사실상 없게 된 셈입니다. 지난 19대 총선 당시 출마한 상당수 교수들이 맡은 강의를 다른 교원에게 갑자기 넘기거나 선거 운동 등을 이유로 장기간 휴강하는 등 부실 수업 논란을 빚은 것과는 확실히 다른 처신입니다.

오 교수가 당의 선거 운동 참여 압력 등을 이겨내고 공언한대로 학생들의 수업권을 지켜주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네요. (끝)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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