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시대…"이런 경험은 처음"

입력 2016-04-15 18:06  

덴마크, 은행서 돈 빌리면서 오히려 이자 받아
독일·스위스, 마이너스 수익률 국채에 투자자 몰려
일본은행, 돈 계속 풀어도 엔화가치 되레 올라



[ 홍윤정 기자 ] 유럽과 일본 등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과 화폐가치 안정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서 곳곳에서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집값을 빌린 사람이 은행에서 이자를 받고, 일본에선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 일본 국채에 외국인 투자자가 몰려들며 최근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후지키 도모히사 BNP파리바 채권전략팀장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느낌”이라며 “모든 것이 예상했던 대로 흐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한 국가에서 정책 도입 시 생각지도 못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덴마크선 돈 빌리고 이자받기도

2009년 스위스를 시작으로 덴마크,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 일본, 헝가리 등은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예치금 금리(예치금리) 등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에 사는 한스 피터 크리스텐스는 올 1~3월분 대출이자로 249크로네(약 3만5000원)를 거꾸로 은행에서 받았다. 2005년 집을 구입하기 위해 빌린 170만크로네(약 2억4000만원)에 대한 이자로, 연 이자율 -0.0562%가 적용됐다. 덴마크 모기지대출업체 리얼크레디트덴마크는 지난해부터 758명의 모기지 대출자에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이들은 빌린 돈보다 적은 액수를 갚으면 된다.

스위스 은행 얼터너티브뱅크스위스(ABS)는 올해부터 은행 예금자에게 연 -0.125%의 이자율을 도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인출 사태를 우려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ABS는 올해 신규 계좌가 소폭 늘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장기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WSJ는 시중은행의 주요 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하락해 수익성이 악화하고 건전성에 위협이 된다고 분석했다. 또 주택담보대출에 돈을 얹어주는 정책이 무분별한 대출 증가를 불러와 거품 붕괴 우려를 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테판 잉베스 스위스 중앙은행 총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돈을 빌리고 있다”며 “위험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에도 돈 몰려

돈을 빌리고 덜 갚는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에도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 일본 재무부는 지난달 2조1880억엔(약 23조7000억원) 규모의 10년물 국채를 사상 처음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했다. 경매에서 결정된 국채 금리는 연 -0.024%였는데 입찰 경쟁률은 3.2 대 1에 달했다. 일본뿐 아니라 스위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 역시 국채금리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스위스는 10년 만기 장기 국채를 연 -0.055%에 발행하기도 했다.

일본 금융회사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스앤드리스(F&L)는 지난 2월 50억엔 규모의 6개월짜리 기업어음(CP)을 연 -0.001%에 발행했다. 회사는 돈을 빌리면서 오히려 2만엔가량의 이자를 투자자에게 받는 셈이다.

마이너스 수익률 채권 발행이 가능한 이유는 기관투자가가 이 채권을 중앙은행에 넘기면 이자를 받으면서 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양적 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매입 자산에 CP를 포함했다. 또 세계 경제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스위스, 일본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난 것이 한 요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금리 떨어졌는데 화폐 가치는 올라

지난 2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며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 일본은행에는 비상이 걸렸다. 1월 말 달러당 121엔이던 엔화 가치는 이달 7일 107엔까지 치솟으며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수출로 먹고사는 일본 제조업의 체감경기는 빠르게 식었다.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됐지만 안전자산을 찾는 해외 투자자는 일본 자산에 눈을 돌렸다.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국채를 매입하면서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WSJ는 “외국인으로선 해외에 투자하려는 일본 투자자에게서 받는 달러 대여 수수료가 마이너스 금리를 상쇄할 만큼 높아 일본 국채가 안전하게 돈을 묻어둘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효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도 비관적이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 1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7명은 인플레이션율과 성장을 끌어올리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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