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시사경제 뽀개기] 정부 "대우조선 빅딜은 고려 안해"

입력 2016-05-06 20:43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모럴 해저드 문제' 막아야



☞ 정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조조정 방식과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돈) 마련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빅딜’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구조조정에 활용된 방식의 하나인데 정부는 예전과 같은 빅딜 형식의 구조조정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구조조정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는 것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구조조정이란?

구조조정이란 구조를 바꾸는 것으로, 경쟁력이 약한 분야를 도려내 지속가능한 생존을 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지는 작업이다. 크게 나라 경제 전체의 구조조정(경제구조조정)과 산업구조조정(기업구조조정)이 있다. 경제구조조정은 거시경제 전체 차원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작업이다. 임금 부동산값 금리 세금 등 비용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하는 한편으로 경제 구조를 미래 유망산업과 첨단산업 중심으로 바꾸는 게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비해 산업구조조정은 미시적으로 개별 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키우거나 경쟁력이 떨어진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것이다. 경제구조조정과 산업구조조정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겹치는 게 보통인데 군살(고비용, 저효율)을 덜어내 더 튼튼한 체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구조조정은 특히 경제가 어려울 때 시행된다. 경기침체로 수요는 적은데 공급이 넘칠 때 과잉공급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시행되는 사례가 많다. 지금도 세계적으로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등 적지 않은 나라가 구조조정을 강도 높게 추진 중이다. 한국 경제 발전 과정에서 과거에도 여러 차례 구조조정이 있었다. 1972년 ‘8·3 긴급경제조치’, 1979년 5월 시작돼 1983년 마무리된 중화학공업 투자조정 및 산업합리화 정책,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시행된 ‘기업구조조정’ 등이 대표적 사례다. 빅딜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시행된 구조조정 방법이다. ‘덩치가 큰 거래’라는 뜻으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 간 사업 교환 등을 통해 사업 업종을 통폐합, 전문화한 것이다.

구조조정 대상업종과 기업

현재 한국 경제에서 부실이 심각한 업종은 조선, 해운, 건설, 철강, 석유화학 등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조선과 해운산업이다. 구체적인 대상 기업은 조선 3사(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와 해운 2사(현대상선, 한진해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과 해운 2사가 문제다.

기업구조조정에 총책임을 지는 정부 부처는 금융위원회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사령탑을 맡고 있다. 임 위원장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 주도로 시행될 것”이라는 구조조정 원칙을 밝혔다. 부실기업에 많은 돈을 빌려준 은행(금융회사)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채권단은 기업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의 모임이다.

임 위원장은 조선 3사의 빅딜과 관련해 “가능하지도 않거니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고 밝혔다. 외환위기 당시엔 정부가 칼을 휘두르고 구조조정 전면에 나섰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3사가 벌인 반도체 사업은 현대전자와 LG 간 빅딜을 통해 삼성과 현대 2사 체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현대전자는 이후 경영이 악화하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삼성자동차와 대우자동차 간 빅딜은 기업 간 협상 실패로 삼성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무산됐다.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정부 역할이 국제적인 통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하면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부실기업을 지원했다가는 자칫 특정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금지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주도하지 않고 채권단이 중심이 되면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정치권이 기업 구조조정에 ‘밤 놔라 대추 놔라’ 간섭하기 시작하면 ‘배가 산으로 갈 것’이란 우려도 있다.

구조조정 방법과 재원은?

구조조정엔 돈이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은 빚이 너무 많아 자력으론 감당할 수 없는 처지다. 자기자본 대비 부채 비율(부채비율)이 대우조선해양은 무려 4000%가 넘고 현대상선은 작년 말 기준 1500%, 한진해운은 800% 수준이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대주주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지금까지 상당한 자금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에 투입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이들 회사의 경영권을 포기하고 채권단에 경영을 넘겼다.

채권단이 부실 회사를 살리려면 새 돈을 투입해줘야 한다. 그래야 그 돈으로 영업을 하고 연구개발(R&D)도 하며 임금도 줄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부실 3사에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준 은행은 산업은행(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이다. 둘 다 정부가 주인인 국책은행이다. 이 두 은행이 조선사와 해운업체들에 빌려준 돈은 20조원이 넘는다. 이렇게 많은 돈이 물려 있으니 두 은행 모두 더 이상 지원해줄 ‘실탄’이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정부나 한국은행(한은)이 산은과 수은에 추가로 출자(자본금을 대는 것)해 자본금을 늘려줘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두 은행에 출자할 여력이 별로 없다. 한은은 발권력(돈을 찍어낼 수 있는 권리)을 동원해 두 은행을 지원할 수 있지만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에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게다가 수은의 경우 한은이 마음만 먹으면 바로 출자할 수 있지만 산은은 한은이 직접 출자하려면 산업은행법을 국회에서 개정해줘야 한다. 국회에서 법 개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안 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산은이 시장에서 코코본드를 발행하고 이를 한은이 사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코코본드(Contingent Convertible Bond·조건부 자본증권 또는 우발전환사채)는 은행이 부실해질 때 강제로 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상각되는 채권이다.

모럴해저드 방지해야

어느 나라나 할 것 없이 구조조정엔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문제가 뒤따른다. 이른바 ‘이익의 사유화, 손실의 사회화’ 문제다. 민간 기업이 한창 수익을 낼 때는 그 수익을 모두 자신들이 가져가고, 반대로 경영이 부실해져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 그 손실은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민간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경영을 잘못하면 당연히 그 결과도 해당 기업이나 금융회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도 정부가 나서 부실기업을 살리려는 것은 해당 기업이 국민 경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파산을 방치하면 엄청난 실업자가 생기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나 채권단이 부실기업을 살리는 데는 해당 기업의 자구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는 기업을 국민 세금을 투입해 살릴 수는 없다. 자구노력엔 △임금 동결 또는 삭감 △인원 감축 △대주주의 출자 △불요불급한 자산의 매각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한 부실기업 노조는 최근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는데도 임금 인상과 상여금 추가 지급, 노조원의 해외여행 지원 등을 단체협상 요구조건으로 내걸었다. 만약 이런 행태가 계속된다면 국민으로선 혈세를 투입해 해당 기업을 살릴 이유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빅딜과 구조조정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정부 주도의 인위적 빅딜(대규모 사업교환)을 통해 대우조선을 구조조정하는 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언론사 간담회에서 “지금은 정부 주도의 인위적 빅딜이 가능하지 않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가 합병 등 빅딜을 주도하는 건 통상마찰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조선 3사는 스스로 생존을 위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5월2일 한국경제신문

강현철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hc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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