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로 이래저래 속타는 기업은행

입력 2016-05-22 11:20  



(김은정 금융부 기자) 기업은행은 최근 감사원,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서울지방경찰청, 한국은행 등 금융 관련 각 기관에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5월 초 이란 방문 때 성과연봉제 관련 박근혜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일종의 해명 자료를 돌렸습니다. 물론 각 언론사들에도 전해졌습니다.

앞뒤 없이 무슨 얘긴가 싶겠지만 알고 보면 사연이 있습니다. 이달 초 박 대통령의 이란 국빈 방문 때 역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이 동행했습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등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도 이란과 금융 분야 협력을 위해 함께 했고요. 경제사절단에는 권 행장도 있었습니다.

이란 방문 뒤 국내 금융권에는 “이란에서 박 대통령이 권 행장에게 조속하게 성과연봉제 도입 결정을 하진 못한 걸 질타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경제사절단에 속해 있던 기업인을 통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같은 내용이 빠르게 퍼지자 기업은행은 더 이상 퍼지는 걸 막기 위해 해명 자료를 낸 것이었고요.

기업은행의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부담은 다른 금융공기업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일단 주목도가 다릅니다. 이달 초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금융공기업 CEO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기업은행은 민간은행과 업무가 가장 유사한 만큼 금융회사가 참고할 모범 사례가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노동조합의 반발도 특히 거셉니다. 기업은행이 지난 13일 사내 게시판에 개인평가제 초안을 올리자 노조는 전 직원을 상대로 성과연봉제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고 있고요. 기업은행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면 법적인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기업은행만 이런 건 아닙니다. 금융권은 성과연봉제 도입을 두고 연일 시끌시끌하거든요. 금융당국은 금융공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습니다. 다른 공기업에 비해 금융공기업의 성과연봉제 도입 속도가 느린 편이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게다가 다음달 초에는 박 대통령이 직접 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상황을 점검하기로 했고요.

이렇다 보니 금융당국은 인센티브 조기 지급과 예산 삭감 등 채찍과 당근을 동시에 들고 금융공기업들을 독려하고 있답니다. 금융공기업들도 일단 노조 동의는 후순위로 미룬 채 이사회 의결을 통해 도입 결정부터 하고 있습니다. “도입을 하지 않으면 예산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노조 동의를 받지 않고 이사회 의결을 통해서 도입해도 무관하다”는 논리에서죠.

강력 반발에 머물렀던 노조도 법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습니다. 산업은행 노조는 지난 19일 이 회장 등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습니다. 앞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노조도 홍영만 사장을 고발했고요. 성과연봉제 도입 논란이 소송전으로 치닫고 있는 겁니다.

CEO들 사이에서도 “큰 틀을 바꾸는 일이라 노사간 충분한 협의와 합의가 필요한 상황인데 너무 몰아붙이는 것 아니냐”는 반응과 “홍역을 치르지 않고서는 추진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나오고 있는데요. 합리적으로 노사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끝) / kej@hankyung.com



한경+는 PC·폰·태블릿에서 읽을 수 있는 프리미엄 뉴스 서비스입니다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