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만년 3등 기업 CEO 취임해 직원 기(氣)살리기 집중

입력 2016-05-24 18:14  

CEO 오피스 - 박양춘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사장

4년 만에 매출 2배·영업익 6배 '껑충'…2위 추월

학창시절부터 승부욕 강해…남다른 '보스 기질'로 친구 다양
배짱·용기·결단력 키우는 계기돼…"사장 되려면 포용력 있어야"

굴뚝기업의 구글 만들겠다…천안공장 1층 전체 리모델링
포켓볼·다트 등 갖춘 놀이터 변신…"남들이 부러워하는 회사 만들 것"



[ 안대규 기자 ] “무조건 커서 회사 사장이 되겠다.”

충북 제천 출신인 박양춘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사장은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최고경영자(CEO)를 꿈꿨다. 장래희망으로 의사, 과학자 등을 적어내던 친구들과는 사뭇 달랐다.

철없던 어린 시절부터 CEO를 꿈꾼 건 그가 겪은 가난과 관계가 깊다. 박 사장은 “어릴 때 아버지가 술을 많이 마시고, 돈은 잘 벌지 못했다”며 “사회에 대해 잘 모르던 시절부터 ‘크면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보인 승부사 기질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던 그는 대학교 진학이 쉽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았다. 그래서 그는 학교 공부보다 축구를 하고 친구를 많이 사귀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고향 친구들 중엔 엘리트 판검사부터 전과자까지 다양한 부류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사장은 학창시절 공부를 잘하지는 못했지만, 승부욕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학교 친구들을 휘어잡는 ‘보스 기질’도 있었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한 번도 전교 ‘싸움 1등’을 놓치지 않았다”며 “공부는 잘 못했지만 싸움에서 지는 건 못 참았다”고 회상했다.

그렇다고 공부의 끈을 완전히 놓은 건 아니었다. 중학교 때 누나에게 “반에서 5등 안에 들면 스케이트를 사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혹해 관심을 뒀다.

그가 특히 열심히 공부한 과목은 영어였다. 중학교에 입학할 때 알파벳을 몰랐던 그는 이후 혼자서 영어를 독파했다. 해외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로서 외국계 기업의 CEO가 될 수 있던 데는 스스로 공부해 얻은 영어실력이 좋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CEO로서 바쁜 시간을 보내는 요즘에도 1주일에 두 번씩 빼놓지 않고 영어 과외를 받고 있다. 박 사장은 “사장이 되려면 지력이 필요하지만 포용력도 있어야 한다”며 “어린 시절 다양한 사람과 어울린 게 CEO로서 갖춰야 할 배짱과 용기, 결단력, 소통능력 등을 키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직원 사기가 경영 효율보다 중요

“더 이상 구조조정?없을 겁니다.” 박 사장은 2012년 4월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 CEO로 취임했다. 그는 CEO가 되자마자 직원들에게 고용안정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는 경쟁사인 현대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코리아에 밀려 ‘만년 3등’이었다. 영업실적도 좋지 않아 박 사장이 취임하면 대규모 구조조정 카드를 꺼낼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동안 이 회사를 거쳐 간 많은 사장이 원가 절감과 경영 효율을 최우선 가치로 내걸었다. ‘박 사장도 비슷하지 않겠느냐’고 직원들은 짐작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이런 예상을 깼다. 그는 취임식에서 “원가 절감도 중요하지만 기업 가치를 더 끌어올려 모든 직원과 함께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과가 나지 않아 예전 같으면 구조조정을 당했을 직원에게 먼저 보직을 바꿔 3년간 기회를 줬다. 약점을 보완하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다렸다. 박 사장은 “취임 당시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없었고 ‘해봐도 안 된다’는 패배감에 젖어 있었다”며 “영업력이 살아 있는 역동적인 조직으로 바꿔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박 사장 취임 후 1년 만인 2014년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는 업계 2위로 올라섰다. 취임 당시 3000억원이던 회사 연매출은 2015년 6000억원으로 2배로 늘었다. 영업이익은 82억원에서 6배를 넘는 500억원으로 증가했다. 박 사장의 믿음에 직원들이 화답한 것이다.

엘리베이터 시장 석권 나서

박 사장이 취임 4년 만에 매출을 2배로, 영업이익은 6배로 늘릴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로는 중소형 仟昰?겨냥해 출시한 엘리베이터 ‘시너지’가 ‘대박’을 낸 게 꼽힌다. 시너지는 기계실을 없애고, 승강로는 세계에서 가장 좁게 설계했다. 시장에선 건축비가 절감되고 건축주가 임대면적을 넓힐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다.

박 사장은 유럽산 모델 시너지를 2013년 국내에 들여오면서 한국 소비자 구미에 맞도록 디자인을 바꿨다. 국내 최초로 LCD(액정표시장치)와 터치 버튼을 갖춘 강화유리 조작반(COP)을 적용했다. 친환경 LED(발광다이오드) 천장, 공기청정기도 기본으로 장착했다.

박 사장은 고객의 주문을 받아 천장, 버튼, 바닥재 등을 제작하던 업계 관행을 벗어나 디자인 표준화를 시도했다. 그는 “한국에서 시너지가 성공한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티센크루프의 다른 나라 법인이 많다”며 “품질뿐만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1등이 돼 트렌드를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초소형 엘리베이터 분야에 진출해 또 한 번 시장을 놀라게 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보편적인 4인승 엘리베이터를 국내에 처음 들여온 것.

당시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의 98%는 8인승 이상의 대형이었다. 그는 인구 고령화로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저층 주택에 엘리베이터 설치 수요가 높아지는 점에 착안했다.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의 4인승 엘리베이터 ‘미니’는 출시 1년 만에 100대를 수주하는 성과를 냈다.

이 회사는 아시아 최초로 ‘트윈엘리베이터(하나의 승강로에서 2대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제품)’를 수주하는 등 첨단 엘리베이터 분야에도 앞서나가고 있다. 이 엘리베이터가 채택된 빌딩은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신사옥, 한남동 제일기획 사옥, 상암동 CJ E&M센터, 여의도 현대캐피탈 사옥 등이다.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는 작년에 세계 최초로 로프가 필요없는 자기부상 엘리베이터 ‘멀티’를 개발했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처럼 수직과 수평으로 마음대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를 현실화했다.

신바람 나는 직장 만든다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는 국내에 있는 외국계 엘리베이터업체 중 유일하게 공장을 갖고 있다. 충남 천안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1만2000대다. 천안 공장은 작년 말 세계 티센크루프 공장 가운데 가장 안전한 공장으로 평가받아 ‘안전보건대상’을 받았다. 업계에선 “직원들이 산업재해 없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박 사장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사장의 꿈은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를 구글처럼 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는 “매출 1등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익성 면에서 1등이 돼, 모두가 부러워하는 직장으로 키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천안 공장 1층을 리모델링해 직원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바꿨다. 포켓볼과 다트, 테이블 하키, 축구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을 마련하고 최신 안마기도 설치했다.

500여명에 달하는 엘리베이터 기술직원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재직증명서에 기록된 직함을 ‘사원’에서 ‘서비스 매니저’로 바꿨다. 올해부터는 전 직원에게 1인당 100만원의 교육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박 사장은 “CEO는 주주를 만족시키기 전에 근로자를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일본 교세라 창립자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를 일할 맛 나는 직장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춘 사장 프로필

△1958년 충북 제천 출생 △1984년 건국대 경영학과 졸업 △1984년 현대중공업 입사 △1987년 LG산전(현 오티스엘리베이터) 입사 △2003년 건국대 경영학석사(MBA) 수료 △2010~2012년 중국 시그마엘리베이터(현 오티스 중국법인) 사장 △2012년 4월~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사장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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