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 단체에까지 선거비리가 넘쳐난다는…

입력 2016-06-19 17:51  

농협중앙회가 또 회장 선거부정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17일 검찰이 김병원 현 회장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한다. 검찰은 올초 농협 회장 선거에서 김 회장이 부정선거에 개입한 단서를 확보하고 이번주 중 소환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대출 부실로 어수선한 농협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이로써 1988년 이래 민선 농협 회장 5명이 모두 비리 수사를 받는 진기록을 세웠다. 특정 개인의 비리라기보다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농협뿐만이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지난해 회장 선거 직후부터 금권선거 논란 속에 결국 송사가 벌어지고 있다. 재향군인회는 조남풍 전 회장이 향군비리로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신임 회장 선거 입후보자 세 명이 모두 검찰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여성경제인협회도 회장 선거를 둘러싸고 고소와 진정이 난무했다. 심지어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교육감들조차 재산 거짓신고, 후보매수 등을 일삼았다. 대학의 총학생회 선거도 비리와 잡음으로 얼룩졌다.

선거비리에는 지위 고하,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이는 감투에 딸려 오는 유·무형의 이익이 결코 적지 않은 탓이다. 농협 회장은 235만 농민의 대표이자 자산 400조원, 임직원 8만8000명을 거느린다. 중기중앙회장은 부총리급 예우에다 대통령, 장관들을 수시로 만나는 소위 ‘중소기업 대통령’이다. 역대 중기회장 11명 중 7명이 국회에 진출했다. 웬만한 직능·업종·이익단체 장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국회의원들도 무시 못한다. 감시 기능은 허술하고 권한은 많다. 그러니 선거 때마다 너도나도 기를 쓰고 달려들고 뇌물과 매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정치판부터 작은 단체까지 선거비리가 일상화됐다. 민주주의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 근본 원인이 있다. 서구 사회는 시민계급이 성장하고 각성해 민주주의를 쟁취했지만, 한국의 민주주의는 실상 그냥 주어진 것이었다. 자유와 책임, 권리와 의무, 법과 질서에 대한 각성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것이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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