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설(說說) 끓는 대우건설 CEO 선임…도대체 무슨 일이

입력 2016-07-19 18:34  

이동걸 산은 회장 "사장후보 재공모, 외압 없었다"

내부 출신 선임하려던 절차 막판에 돌연 백지화
외부인사 포함 후보자 재공모

실세 정치인 외압 등 설 난무…노조도 "특정후보 불가" 가세

20일 사장추천위원회, 박창민·조응수 중 한명 추천
누가 돼도 후유증 심할 듯



[ 이태명/조수영 기자 ]
대우건설을 이끌 새 최고경영자(CEO)가 20일 결정된다. 사장추천위원회(사추위)가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상임고문과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 중 한 사람을 CEO 후보로 이사회에 추천하면 대우건설은 다음달 5일께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새 CEO를 공식 선임할 계획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이어진 대우건설 CEO 선임 과정은 논란의 연속이었다. 대우건설이 내부 공모로 CEO를 뽑으려던 계획이 6월10일 돌연 외부 인사를 포함한 재공모로 바뀐 뒤 유력 정치인 개입설, 낙하산 내정설 등 온갖 얘기가 난무했다. 노동조합까지 가세해 특정 후보 불가론을 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며 “누가 선임되더라도 후유증이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논란 키운 CEO 재공모

대우건설은 국내 주택 공급 1위, 시공능력 3위 회사다. 총자산과 연매출만 각각 10조원에 달한다. 2010년 산업은행은 사모펀드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50.75%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박영식 사장의 임기 만료(7월14일)를 앞두고 지난 5월 중순 산은은 새 CEO 선임에 착수했다. 대우건설은 처음에는 내부 출신 가운데 공모를 통해 CEO를 뽑기로 하고 산은에 이런 계획을 알렸다. “지금껏 CEO는 전무 이상 내부 임원 중에서 선임됐다”는 대우건설의 설명에 산은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5월 말 사추위는 세 명의 내부 지원자 중 박 사장과 이훈복 전무(전략기획본부장)를 복수 후보로 선정했다.

하지만 6월10일로 예정된 최종면접은 돌연 취소됐다. 산은이 ‘내부뿐 아니라 외부 인사까지 포함해 재공모할 것’을 지시해서다.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유력 정치인이 미는 인사를 CEO로 앉히기 위해 산업은행이 재공모를 지시했다’는 얘기가 퍼졌다.

산은은 그러나 CEO 재공모는 외부 인사로 후보군을 넓혀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절차상 조금 매끄럽지 않더라도 제대로 된 CEO를 뽑으려는 것일 뿐 결코 외부의 뜻에 의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산은은 대우건설 주가가 경쟁사보다 낮은 점, 2006년 이후 내부 출신을 CEO로 앉혔으나 부실만 키운 대우조선해양 인사 실패도 고려했다.

말 많고 탈 많은 선임 과정

산은은 재공모하면서 ‘대형 건설사 CEO 출신’ ‘현장 전문가’ 등을 자격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조건에 따라 박 사장과 이 전무 등 대우건설 痴?임원 6명과 외부 인사 26명 등 총 32명이 지원했고 사추위는 1차로 이들 중 5명을 후보군으로 추렸다. 박 사장과 박창민 현대산업개발 상임고문, 원일우 전 금호산업 사장, 조응수 전 대우건설 부사장, 강승구 전 푸르지오서비스 사장 등이다.

이후 CEO 재공모 논란은 더 증폭됐다. 특정 인사가 낙하산으로 임명될 것이란 설(說)이 퍼졌다. 후보자들의 정치권 줄대기도 횡행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후보자 모두가 정치인을 등에 업고 자신이 뽑혀야 하고, 상대방은 안 된다는 말을 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논란은 지난 13일 최고조에 달했다.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두 명의 최종 후보를 정하는 회의에서 사추위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사추위원은 대우건설 사외이사인 권순직 전 동아일보 주필, 박간 해관재단 이사, 지홍기 전 영남대 교수 외에 전영삼 산은 부행장, 오진교 산은 사모펀드실장 등 5명이다.

회의에서는 산은과 사외이사들이 미는 후보가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정치인이 사추위 회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우여곡절 끝에 사추위는 박 고문과 조 전 부사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그러자 이번엔 탈락한 후보들이 ‘막판 뒤집기’를 시도했다. 한 탈락자는 유력 정치인을 통해 산은에 ‘왜 탈락시켰느냐’고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대우건설 노조는 19일 외부 출신인 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주인 없는 회사’의 숙명?

대우건설 CEO 선임 논란에 대해 일각에선 국책은행이 최대주주인 회사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인사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沮?‘주인 없는 회사’로 방치된 탓에 임직원과 노조는 내부 출신을 CEO로 앉혀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피하려 하고, 정치권을 등에 업고 한 자리 차지해 보려고 외부 인사들이 발호하는 문제가 한꺼번에 불거졌다는 얘기다.

산은이 뒤늦게 선임 방식을 바꾼 탓에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숱한 논란에도 산은과 사추위는 20일 박창민, 조응수 두 후보 중 한 명을 최종 CEO로 선정할 예정이다. 산은 관계자는 “낙하산 논란에 휘둘려선 앞으로 현대상선, 대우조선 등 출자기업에 제대로 일할 CEO를 앉힐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태명/조수영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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