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사태, 대학의 위기③·끝] "정부시책 따르라" 설계부터 잘못된 대학 지원사업

입력 2016-08-22 16:17   수정 2016-08-22 17:17

설계 타당성, 정책 일관성 부족
목전 지원금에 급급…방향성 잃어
"근시안적 정책, 미래비전 부족" 비판도




[ 김봉구 기자 ] 이화여대 사태 1년여 전인 지난해 8월 고(故) 고현철 부산대 교수가 투신해 숨진 사건이 있었다. 두 사건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정부 재정지원사업이 문제의 시발점이 됐다는 점, 그리고 대학 본부가 학내 반대를 무릅쓰고 사업을 추진하다 화를 불렀다는 점이다.

대학이 맞은 샌드위치 위기의 단면이다. 학생 등록금을 올리기도, 보유 적립금을 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몇 년 안에 닥쳐올 ‘신입생 절벽’이라는 구조적 불안요소 때문이다. 대학 입장에서 기댈 곳은 재정지원사업인데, 이마저도 정부 시책에 반대하는 학내 구성원과 갈등을 빚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고현철 교수의 유지에 따라 총장직선제를 택한 부산대 교수들 1200여명은 약 120만원씩 갹출해 총 13억5000만원을 학교 재정에 보태야 했다. 총장간선제를 유도하는 교육부 정책에 따르지 않은 대가였다. 이 대학 이병운 교수(국어교육과)는 “사업 지표에 총장간선제 여부를 반영해 대학이 따라갈 수밖에 없게 해놓았다”고 전했?

사업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정부 지원사업 상당수가 해당 사업 성격과 무관한 ‘등록금 인하’ 같은 지표가 포함돼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짚은 한 지방 국립대 교수는 “사실상 교육부 시책을 안 따르면 사업을 따내기 매우 어렵게 설계돼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실제로 이화여대 사태의 단초가 된 평생교육 단과대학 지원사업(평단사업)은 정책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한 학교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교육부는 전문대에 평단사업과 유사한 성격의 평생직업교육대학(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 IV유형)을 도입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대 관계자는 “전문대 대상으로 해당 사업을 설계한 1~2년 뒤 4년제대가 참여하는 평단사업을 만들었다”며 “관련 정책을 냈으면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오히려 정체성을 흐리는 방향이 됐다. 전문대 입장에선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교육 당국이 설계 타당성이나 정책 일관성이 부족한 재정지원사업을 내놓고, 국고 지원을 따내려는 대학들이 이들 사업에 앞다퉈 지원하면서 대학구조개혁의 전체 방향성마저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사업(프라임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의 추진 근거는 정부의 ‘2014~2024년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전망’. 향후 10년간 대학의 공학계열, 특히 기계·금속(7만8000명)과 전기·전자(7만3000명) 분야 인력이 모자랄 것으로 내다봤다. 이시균 한국고용정보원 인력수급전망센터장은 “국내총생산(GDP) 전망을 토대로 현재 산업구조에 과거 수년간 산업의 ‘추세적 변화’를 반영해 시뮬레이션 돌려 산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수요보다는 과거 추세에 방점을 찍은 한계를 안고 있다.

이에 대해 반상진 전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미래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철학 없이 근시안적으로 설계한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공학 위주 프라임사업과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코어사업)이라는 일관성 부족한 사업을 병행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확실한 근거도 없이 교육 관료의 탁상에서 급조된 사업이어선 곤란하다”고도 했다.

그는 “교육부 관료에게 대학 재정지원사업 설계와 국고 배분을 전담케 하는 방식에서 문제점이 보인다”면서 “민관이 함께 고등교육 재정 관련 위원회를 꾸려 장기적 비전을 갖고 대학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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