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 TPP 손놓고 있을 때인가

입력 2016-08-24 17:56  

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


요즘 미국 워싱턴DC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뜬금없는’ 얘기로 치부된다. TPP를 언급할라치면 “다 끝난 얘기를 왜 또 꺼내느냐”는 식의 반응부터 나온다. TPP 자체에 문제가 많아 미국 의회 비준이 힘들다는 지적에서부터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 떨어지는 이슈를 누가 챙기겠느냐는 등 이유가 다양하다.

한국 관료들은 “오히려 잘된 일 아니냐”고 한다. 미국에서 TPP가 늦게 처리될수록 대응할 시간이 많아지니 한국은 급할 게 없다는 논리다.

물밑 흐름을 제대로 읽는다면 이런 시각과 주장은 위험천만한 착시나 오산일 수 있다. 우선 TPP를 비준시키겠다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와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오바마, TPP비준 물밑작업 착착

그는 지난 6일 여름휴가를 떠나면서 경제 분야 장관들을 전국으로 출장을 보냈다. 제이컵 루 재무장관은 미네소타주에서 포천 500대 기업 경영자들을, 알렉시스 테일러 농무장관은 아이오와주에서 옥수수 재배 농민들을 각각 만나 TPP 혜택을 홍보했다. 최근 보름여 동안 총 30여 차례에 걸쳐 TPP를 홍보하는 행사가 열렸다. 모두 오바마 행정부가 기획한 행사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간만 나면 TPP를 설파한다. 지난 2일 미국을 방문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내가 대통령이고, TPP는 반드시 비준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후 TPP 이행법안을 의회에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TPP를 강력 반대하는 듯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발언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그는 오바마 정부 계승자를 자임한다. 말로는 “지금도 TPP를 반대하고 선거 후에도, 대통령이 돼서도 반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부통령 후보와 정권인수위원회 위원장에 대표적인 TPP 찬성론자들을 앉혔다. 그의 최측근인 테리 매컬리프 버지니아 주지사는 “힐러리는 TPP에 찬성한다. 집권하면 의회에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으로선 TPP를 대선이라는 일시적인 틀 안에 가둘 수 없는 처지다. 중국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것을 고리로 걸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통상·외교·군사 패권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주도해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엔 미국의 전통 우방인 영국이 가장 먼저 손들고 가입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5월 미 의회를 끈질기게 설득해 TPP 통과가 수월하도록 무역협정촉진권한(TPA) 처리를 관철시키고, 다시 5개월 만에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TPP를 타결한 주된 배경이다.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세계 최대 무역동맹(TPP)을 맺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대(對)아시아 전략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레임덕 세션(대선 이후부터 퇴임 때까지)에 의회를 설득해 TPP 비준을 끝내겠다고 한 오바마의 말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한국, 철저히 대비해야

민주당의 클린턴이든, 공화당의 트럼프든 누가 차기 정권을 잡든 TPP 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미국 간 글로벌 역학관계가 갈수록 첨예해질 전망이다. TPP 가입에 실기한 한국은 TPP 때리기로 표심을 자극하는 미 대선 후보들의 프레임에 매몰돼 안도해선 곤란하다. 미국 정부와 의회가 “나중에 TPP에 가입하려면 비싼 수업료를 내야 할 것”이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을 압박해온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수진 워싱턴 특파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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