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장원석 대표 "코믹·긴장·풍자…통쾌한 '사이다 영화'래요"

입력 2016-08-24 18:13  

500만명 돌파한 '터널' 제작자 장원석 대표의 흥행 비결

유명감독들 주도하는 영화계서 최고의 제작자로 '우뚝'
20여편 중 하정우와 6편 찍어



[ 유재혁 기자 ]
배우 하정우가 주연한 재난영화 ‘터널’(감독 김성훈)이 개봉 14일 만인 지난 23일까지 관객 537만명을 기록했다. 1인 재난극의 한계를 극복하고 초대형 흥행에 성공했다. 한 직장인이 강원도 터널을 지나다 붕괴 사고로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제작자는 ‘끝까지 간다’(345만명) ‘최종병기 활’(747만명) ‘의형제’(541만명) 등을 제작해 히트시킨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40). 유명 감독들이 제작까지 주도하는 영화시장에서 20여편의 작품을 내놓으며 굴지의 제작자로 우뚝 선 장 대표를 23일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관객은 이 작품을 ‘사이다 영화’로 분류합니다.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통쾌하다는 거죠. 1인 재난극인데도 답답해서 목이 메는 ‘고구마 영화’가 아니라는 겁니다. 의외로 코믹하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다 현실사회를 적절하게 풍자하니까요.”

장 대표는 부실공사로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와 관계 기관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현실처럼 그려낸 데 관객이 통쾌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일어나면 합리적으로, 매뉴얼대로 능수능란하게 대응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대응시스템의 불합리한 지점을 비틀어 풍자적으로 승화시키니까 ‘그래 맞아, 저래’ 하면서 쾌감을 느끼는 거지요.”

장 대표는 기자들의 과잉 취재 열기를 밉지 않게 풍자한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냉철하게 비판하면 관객이 부담스러워하므로 적당히 해학을 가미해 표현했다고.

“과잉 취재 장면은 슬프다기보다는 씁쓸한 감정이 들게 했어요. 그게 풍자와 해학의 묘미죠. 영화가 웃기거나 감동을 주거나, 감정을 잘 건드려주면 관객이 재미있다고 반응합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다양한 캐릭터가 제 역할을 잘해냈다고 밝혔다. 하정우와 오달수가 웃기는 역할을 했다면 배두나는 슬픔을, 여러 조연은 풍자의 임무를 수행했다. “하정우의 원맨쇼도 기대를 뛰어넘었습니다. 혼자서 끌어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를 극복하니까 인기가 배가됐어요. 하정우가 단독 주연한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그랬죠. 관객의 예상을 보기 좋게 깨뜨려줄 때 흥행에 성공합니다.”

김성훈 감독의 연출력도 흥행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전작 ‘끝까지 간다’에서도 입증했듯, 여기서도 드라마틱하지는 않지만 오밀조밀한 이야기를 리듬감 있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자신의 주요 히트작의 흥?비결도 들려줬다.

“‘최종병기 활’의 성공은 우리 관객도 영화를 순수하게 오락으로 즐기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 영화는 단선적으로 달려가는 이야기니까요. ‘의형제’는 우리 사회 분위기를 잘 반영한 ‘한국형 첩보영화’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국정원에서 잘린 사람과 북에서 버린 공작원의 이야기를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긴장감 있게 그렸거든요.”

2014년 주요 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휩쓴 ‘끝까지 간다’는 할리우드 B급영화처럼 가볍게 오락성 중심으로 풀어낸 게 비결이라고 했다. 형사가 뺑소니 사고로 숨진 사람의 시신을 자신의 어머니 관 속에 집어넣는 장면에 대해 예전 관객이라면 말도 안 된다고 했겠지만 요즘 관객은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대중적 영화는 기본적으로 오락성을 지녀야 합니다. 유머와 감동, 진한 드라마가 있다면 오락성이 있는 거지요. 인물들이 매력적이고 사건은 흥미진진하게 전개돼야죠. 메시지보다 재미가 우선입니다. 보편적이면서도 새로운 면을 갖춘 이야기여야 하고요. 너무 낯설면 실패합니다.”

장 대표는 하정우와 중앙대 영화과 선후배 사이다. ‘터널’을 포함해 ‘허삼관 매혈기’ ‘비스티보이즈’ 등 6편을 함께 만들었다. “하정우가 단역 배우였고, 제가 제작부원 시절 처음 만나 친해졌어요. 하정우는 누구보다 성실한 연기자예요. 여유 있는 모습의 이면에는 피땀 흘리며 연습하고 준비하는 부지런함이 있습니다. 놀면서 금메달을 딸 수는 없잖아요.”

장 대표는 대학 2년 때인 1996년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 제작부로 충무로에 들어온 뒤 1000만 영화 ‘왕의 남자’ 제작실장으로 역량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6년 다세포클럽 전문경영인 대표로 스카우트돼 ‘의형제’ 등을 제작했고, 2013년 비에이엔터테인먼트를 창립해 ‘악의 연대기’ ‘터널’ 등을 제작했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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