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GE의 벤처도전

입력 2016-08-28 17:31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97세의 김형석 전 교수가 최근에 또 책을 출판해 화제가 됐다.《백년을 살아보니》라는 책을 내면서 한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는 말이다. 노익장, 노당익장(老當益壯)이 2000년 전 중국 후한 때부터 쓰인 표현이라니 예나 지금이나 늙는다는 게 절대 기준은 없다. 미켈란젤로가 불후의 대작 ‘최후의 심판’을 완성한 나이나 칸트가 《판단력 비판》으로 3대 비판서를 완성한 때 모두 66세였다. 그 시대로는 상당한 고령이겠지만 이런 인류의 스승에게 누가 ‘늙음’과 ‘노인’을 언급이나 하겠나.

기업도 그렇다. 무수한 회사들이 명멸하지만 혁신하는 기업들은 길게 간다. 온갖 악조건을 이겨내고 커가는 기업은 성숙할수록 더 큰 성과도 낸다. ‘기업도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고 하겠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124세 기업 GE가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도전 중이라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19세기 말에 설립된 미국 간판 기업의 무한 변신이랄까. GE가 벤처정신을 다진 계기가 흥미롭다. 항공기 제트엔진에 센서를 붙여 데이터를 수집하려 했으나 소프트웨어 茱珦?부족하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비롯됐다고 한다. 2011년 연구센터를 만든 뒤 2020년까지 세계 톱10 소프트웨어 회사가 된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산업용 인터넷 시장을 잡자’는 전략이 수립된 것이다.

GE가 거둔 기술과 경영의 혁신 사례를 찾아보자면 끝도 없다. 이 회사가 상품화한 수많은 과학기술은 인류의 전기시대 개척사, 에너지 발전사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전의 잭 웰치와 현직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이멜트로 대변되는 GE 경영도 경영학자들의 연구 대상이었다. 한때 국내에서도 GE의 인재양성 프로그램을 배우자며 크로톤빌연수원으로 달려가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구글 등 후발 주자의 약진은 무서웠다. 이때부터 GE 내부의 큰 걱정은 ‘늙은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갇히는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래서 정보기술(IT)기업에서 인재를 초빙했고 홍보전도 병행했다.

끊임없는 변신으로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고민과 노력이 GE만의 일도 아닐 것이다. 더구나 경쟁자들은 저마다 견고한 성벽을 두르고 있다. 이긴다는 보장도 없지만, 도전하지 않을 수도 없다. 세계를 무대로 무한 투쟁을 벌이는 현대 기업의 숙명이다. 잘 극복하면 보상도 따르지만 영원한 것은 없다. 한국 기업들은 어떤가. 모두가 한때는 스타트업이었고 벤처였다. 지금 한국 기업의 나이는 몇 살인가.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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