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맥] 서비스 R&D 확대? 개방·경쟁의 구조개혁이 먼저다

입력 2016-08-30 18:20  

서비스 R&D 강화의 진실과 오해

2021년까지 서비스 R&D예산 6%로 2배 늘린다는 정부
관주도 육성의 효율성 의문…조직만 키우는 옥상옥 우려
규제장벽 허물어 자유로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부터 다져야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한국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정부 지원으로 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내놨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적지 않은 의문점을 제기한다. 그중에서도 기재부가 확대하겠다는 서비스 연구개발(R&D)이 논란이다. 기재부는 정부 R&D 예산 19조원 가운데 3%(올해 약 5788억원)에 그치고 있는 서비스산업 비중을 2021년까지 6%, 즉 2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서비스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서비스산업의 R&D 예산은 제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민간 서비스 R&D 투자가 낮다는 점도 내세웠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민간 서비스 R&D 투자 비중이 39.5%인 데 비해 한국은 8.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표 참조). 그러나 현장에서는 서비스 R&D의 부진이 한국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라는 데 선뜻 공감하지 않는 분위기다. 기재부가 확대하겠다는 서비스 R&D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정부가 서비스 R&D를 주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적지 않다. 정부의 서비스 R&D 확대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까지는 R&D 투자가 제조업 중심이다 보니 서비스 R&D 개념이 불분명했다. 분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서비스 R&D 투자가 달라질 수 있다. 앞으로 정부 내 서비스 R&D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서비스 R&D에 대한 개념·분류·평가 등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 스스로 서비스 R&D가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를 내리지 못하면서 어떻게 투자 계획을 내놓는지 알 수 없다.


개념도 모호한 서비스 R&D

지금은 영국의 경제학자 콜린 클라크가 《경제진보의 조건들》에서 제시한 1, 2, 3차 산업이라는 분류방식 자체가 심각한 도전을 맞은 시대다. 흔히 서비스업으로 지칭되는 3차 산업은 1, 2차 산업에 포함되지 않는 모든 경제활동을 포괄하는 성격이었다. 만약 이 분류대로 한다면 서비스 R&D는 그야말로 고무줄이 될 수 있다. 3차 산업 비중 증가와 함께 1, 2차 산업의 3차 산업화, 여기에 4, 5, 6차 산업이라는 용어까지 튀어나오는 마당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이 다가온다는 상황에서 산업융합은 더욱 가속도를 낼 게 분명하다. 서비스 R&D는 정의하기에 따라선 극단적으로 모든 R&D를 총칭할 수도 있고, 아니면 또 다른 칸막이의 출몰이 될 수도 있다. 기재부는 이런 고민을 얼마나 했을까.

서비스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제조업에 비해 높음에도 정작 R&D 비중은 제조업보다 낮다는 것을 불균형으로 볼 수 있느냐도 문제다. 만약 이게 불균형이면 산업화를 달성한 대부분 국가는 불균형 국가가 된다. 불균형이 아니라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본질적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가령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달리 제조업의 높은 R&D 투자는 특허 등 지식재산권 보호체계에 기인한다는 주장 등이 그렇다. 같은 맥락에서 선진국에서 서비스 R&D 투자 비중이 높다면 그 이유도 서비스업 중에서 모방이 어렵거나 지재권 보호가 가능한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비교우위를 가진 결과일 수 있다. 영국 미국 등은 다른 나라에 비해 금융 비중이 높은 점도 특징이다. 음식·숙박업처럼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에 집중된 한국의 서비스업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얘기다. 그 외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R&D 성격이나 투자 기간·규모·불확실성 차이, 개방과 규제의 정도 등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서비스 R&D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더라도 관 주도로 가는 게 맞느냐는 것은 또 다른 이슈다. 기재부의 서비스 R&D 확대는 2021년까지의 5개년 계획 형태를 띠고 있다. 농업이나 제조업 대상 5개년 계획조차 그 효율성이 의심받고 있다. 하물며 서비스업은 상대적으로 동질성이 높은 농업, 제조업과는 또 다르다. 이질성, 다양성, 차별성이 높다. 정부가 같은 서비스업이라고 하나의 로드맵 틀 속에 집어넣는 순간 R&D 자체가 죽어버릴 수도 있다.

다양성, 차별성 높은 서비스업

정부의 ‘기술적 중립’이 요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금융 보안분야의 공인인증서 파동이 그 좋은 예다. 정부의 섣부른 기술적 선호는 오히려 혁신을 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더구나 서비스 R&D라고 하지만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모델적 성격이 강한 만큼 정부 역할을 분명히 할 필요도 있다. 기재부 관계자도 “정부가 직접적으로 주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원격의료는 그 R&D와 시범 서비스로만 따지면 한국은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라다. 하지만 한국은 정작 본 사업은 지지부진이다. 의사협회의 반대와 의료법에 막혀서다.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도 우선순위가 있을 것이다. R&D가 구조개혁까지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거꾸로가 맞다. 진입장벽을 허물고, 대외개방을 하고,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게 해야 R&D가 촉발된다. 개방과 경쟁이 R&D 투자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서비스업은 개방과 경쟁이라는 앞단에서부터 막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서비스 R&D 투자 유인 자체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가장 시급한 게 무엇이겠나. 바로 구조개혁이다. 기재부로서는 아무 진척도 없는 구조개혁에 총대를 메고 싶지 않겠지만 구조개혁 없이는 R&D도 없다. 기재부가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에서 서비스 R&D와 함께 제시한 서비스·제조업 융합, 의료·금융·교육·물류·관광·소프트웨어(SW)·콘텐츠 등 7대 유망 서비스업 육성도 구조개혁 없이는 공염불이다.

육성 계획 앞서 경쟁환경 다져야

지난해 고용 비중 70.1%, 부가가치 비중 59.7%. 한국 서비스업의 현주소다. 선진국과의 비교 없이 이것만 봐도 낮은 노동생산성, 저부가가치를 짐작하게 한다. 기재부는 국회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만 통과되면 만사형통일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서비스마다 개별법이 넘쳐나는 판국이다.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나 서비스산업발전 5개년 계획이 없다고 서비스산업이 이 지경이 된 게 아니다. 국민은 구조개혁은 하세월인 채 R&D를 내세워 정부 조직이나 공공기관만 키우는 옥상옥의 그런 서비스기본법을 원하는 게 아니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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