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 해운산업] 중국·프랑스는 혈세 들여 '해운 키우기'…한국은 글로벌 7위사에 '사망선고'

입력 2016-09-01 18:41   수정 2016-09-02 14:14

(1) 국내 1위 해운사의 허망한 몰락

"산업전략 차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책"
중국 41조·프랑스 20조 투입해 해운업 살려
한국, 정부 손놔 국가 기간산업 '생사 갈림길'



[ 안대규/주용석 기자 ]
한진해운의 해운동맹 퇴출은 지난달 31일 법정관리 신청 때부터 예고됐다. 하지만 그 의미와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국내 1위 해운사가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맏형’을 잃은 한국 해운산업도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해운업계는 정부와 채권단이 ‘금융 논리’에만 갇혀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에 섣불리 ‘사망선고’를 내렸다고 비판한다. 독일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 해운 강국을 비롯해 중국은 국민 ‘혈세’와 공적자금까지 동원해 국적 해운사를 살리고 있다.

글로벌 선사들이 인수합병(M&A)과 원가 절감으로 불황에 대비하는 동안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이렇다 할 변신에 성공하지 못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혈세’까지 투입하는 中·佛·獨

채권단이 기업 구조조정에서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를 깬 점은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하지만 세계 해운업계 흐름에 비춰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의 정책 트렌드는 ‘자국 해운업 유지’”라며 “주주를 바꿔서라도 한진해운을 살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업 회생을 위해 41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에는 정부 주도로 양대 국적선사인 코스코와 CSCL을 합병해 세계 4위 해운사를 출범시켰다.

프랑스는 2008년 이후 세계 3위 해운사인 CMA CGM을 살리는 데 20조원을 투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독일 하파그로이드가 법정관리 위기에 몰렸을 땐 함부르크시가 ‘무조건 살리고 보자’며 최대주주로 나서기도 했다.

일본 정부도 지난 6월 초 2025년까지 해운 경쟁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의 ‘아이시핑’ 정책을 내놨다.

글로벌 선사는 몸집 키우는데

글로벌 선사들도 변신에 적극적이었다. 대표적인 수단이 M&A다. 끊임없이 몸집을 불려 원가를 낮추고 시장 지배력을 넓히는 전략이었다. 세계 3위 프랑스 CMA CGM이 이에 해당한다. 2003년 호주 ANL을 시작으로 2005년 아프리카 델마스, 2007년 US라인, 모로코 코마나브, 대만 CNC, 지난해 독일 OPDR과 싱가포르 APL 등을 잇따라 사들였다. 세계 1위 덴마크 머스크도 1980년대까지 세계 4위였다.

그러다 1999년 미국 1위 컨테이너선사 시랜드를 인수하고 2005년 세계 3위 선사(영국 P&O네들로이드)를 인수하면서 1위로 떠올랐다. 덴마크 정부도 2008년 위기 당시 수출입은행을 통해 5800억원을 지원했다. 머스크는 이후 대형 선박을 도입해 원가를 낮추며 세계 해운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했다.

과도한 부채 규제로 성장 발목

정부의 해운 정책 실패는 한국이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부채비율 200%’ 룰을 해운업종에 무리하게 적용하면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통 선박 건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부채비율을 낮추기 쉽지 않은데 모든 산업에 이를 적용하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들이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선박을 헐값에 내다팔고 비싼 선박 임대료(용선료)를 물고 배를 빌리면서 수익구조가 나빠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황이 어려워졌을 때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우려해 적극 지원하지 않은 점도 실책으로 거론된다. 이에 대해 한종길 성결대 물류학과 교수는 “해운 강국들은 국부펀드와 민간은행 등을 동원해 WTO 규제를 피하면서 자국 해운사를 지켰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조선은 산업통상자원부, 해운은 해양수산부가 맡고 있어 정책의 일관성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본은 조선, 해운 정책을 모두 국토교통성에서 담당한다. 한 교수는 “일본은 2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해운 정책이 나오는데, 한국은 현안 해결에 급급하다”고 말했다.

안대규/주용석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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