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언더파 메이저 최소타 우승…전인지 '전인미답' 길을 가다

입력 2016-09-19 01:12  

에비앙챔피언십 '와이어투와이어' 정상

남녀 골프 통틀어 24년간 깨지지 않았던 '난공불락' 기록 갈아치워
작년 US여자오픈 우승 이어 LPGA 두번째 '메이저 퀸'
박성현·유소연 공동 2위…K골퍼 상위권 '싹쓸이'



[ 최진석 기자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총상금 325만달러·약 36억3000만원)이 열린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리조트GC(파71·6470야드). 이곳의 18번홀(파4)은 전장이 404야드로 길진 않지만 가장 어려운 홀 중 하나로 꼽힌다. 페어웨이가 좁은 데다 양옆 러프에 긴 풀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 앞에 버티고 서 있는 워터해저드도 위협적이다.

18일(한국시간) 최종라운드까지 단독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은 전인지(22·하이트진로)가 18번홀에서 마지막 티샷을 날렸다. 공은 왼쪽 러프로 향해 풀 사이로 숨어버렸다. 전인지는 이날 버디 3개와 보기 1개를 묶어 2타를 줄였다. 마지막 홀을 앞두고 세운 기록은 21언더파,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이었다. 파로 마무리해야 새로운 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다.

세컨드 샷을 준비하던 전인지가 우드에서 아이언으로 클럽을 바꿔 들었다. 물기를 머금은 긴 풀 사이에 들어간 공을 그린에 올리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침착하게 세컨드 샷을 한 전인지는 공을 워터해저드 앞에 가져다놨다. 이어 세 번째 샷도 얇은 디벗을 만들며 날아가 홀컵 3m 앞에 멈춰 섰다. 침착하게 퍼팅 자세를 잡은 전인지는 공을 컵에 집어넣었다. 최종합계 21언더파 263타 전인미답(全人未踏)의 메이저대회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을 세운 전인지는 환한 미소와 함께 번쩍 손을 들어올렸다. 전인지는 생애 첫 번째 LPGA 우승도, 두 번째 우승도 메이저대회에서 달성한 ‘메이저 퀸’이었다.

◆골프 역사 새로 쓴 ‘메이저 퀸’

아기 코끼리 ‘덤보’ 전인지는 이번 대회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대회 1~4라운드 내내 선두)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현(23·넵스)과 유소연(26·하나금융그룹)의 추격을 4타 차로 따돌린 완벽한 우승이었다. 올해 LPGA투어에 발을 디딘 전인지는 16개 대회 만에, 그것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LPGA투어의 새로운 강자로 우뚝 섰다. 세 차례나 거듭된 준우승 징크스도 말끔하게 털어버렸다. 특히 전인지는 LPGA투어 생애 첫 우승을 비회원 시절인 작년 US여자오픈에서 이룬 데 이어 생애 두 번째 우승도 메이저대회에서 올리는 진기록을 세웠다. LPGA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과 두 번째 우승을 모두 메이저대회로 장식한 선수는 1998년 박세리(39)와 전인지 둘뿐이다.

전인지는 이번 대회에서 24년 동안 깨지지 않은 LPGA투어 메이저대회 72홀 최소타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1992년 벳시 킹(미국)이 LPGA챔피언십에서 적어낸 267타를 훌쩍 넘긴 것. 최종 21언더파로 LPGA투어 메이저대회 72홀 최다 언聰?기록(19언더파)도 새로 썼다. 전인지는 전날 3라운드까지 54홀 만에 19언더파를 적어내며 대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 기록은 1999년 나비스코챔피언십 우승자 도티 페퍼(미국), 2004년 브리티시여자오픈 챔피언 캐런 스터플스(잉글랜드), 2010년 LPGA챔피언십 때 크리스티 커(미국), 2011년 LPGA챔피언십 때 청야니(대만) 등 4명이 적어낸 바 있다.

전인지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도 넘어섰다. PGA투어 메이저대회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은 작년 PGA챔피언십 제이슨 데이(호주)가 세운 20언더파다. 올해 디오픈 때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이 타이기록을 세웠다.

◆‘신인왕=전인지’ 예약

전인지는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LPGA 첫 시즌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지만 올해 LPGA투어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전인지는 올해 16개 대회밖에 치르지 못했다. ‘싱가포르 공항 가방 사건’ 때문이었다. 전인지는 루키 데뷔전 코츠챔피언십에서 3위를 차지한 데 이어 혼다클래식에서 2위에 올랐다. 상승세를 이어가던 전인지는 지난 3월 싱가포르 공항에서 여행 가방에 부딪혀 허리를 다쳤다. 부상 후유증으로 한 달 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치료와 재활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전인지는 묵묵히 이겨냈다. 복귀 이후 2개 대회 연속 준우승으로 부활을 알렸다. 그리고 전인지는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올해 LPGA를 자신의 무대로 만들었다.

전인지는 이날 경기 직후 인터뷰를 하며 울먹였다. 그는 “골프는 개인 경기라고 하지만 팀이 있어서 우승할 수 있었다. 가족과 캐디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굉장히 멋진 한 주를 보냈다”고 말했다.

‘남달라’ 박성현도 이번 대회를 계기로 내년 LPGA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박성현은 이날 최종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를 기록했다. 그는 스윙 자세를 바꾼 뒤 성적이 호전된 유소연과 함께 공동 준우승을 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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