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돈 빼낸 한진해운, 돈 퍼부은 대우조선

입력 2016-10-04 17:54   수정 2016-10-06 14:10

영업으로 이자 내고도 돈 번 한진
대우조선과 달리 채권회수 압박
해운특성 감안 민간주도로 살려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한진해운 졸속 회생절차의 뒤탈이 심각하다. 압류 위험과 입항·하역 거부로 바다 위를 떠도는 선박에 탑승한 선원 1000여명은 탈진 상태다. 운송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과 빈 컨테이너 수거도 걱정거리다. 세계 각국에 깔려 있는 한진해운 영업망 가치도 급속히 소멸되고 있다. 영업망을 선박 등 유형자산보다 먼저 매각해 한 푼이라도 더 건져야 한다.

주가를 떨어뜨릴 부정적 조치는 주식시장 마감 뒤 행하는 것이 상식이다. 평일인 8월30일 오전에 열린 채권단 긴급회의는 생뚱맞다. 회의 목적을 채권단 자금 지원으로 잘못 짚은 일부 투자자의 매집으로 오전 한때 주가는 18.7%나 급등했다. 낮 12시쯤 신규 지원 불가 결정이 알려지자 급락으로 반전했고 전일 대비 24.2% 하락한 시점에 거래가 정지됐다. 세 시간 사이에 고점과 저점 차이가 43%에 이르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투전판이었다.

법정관리 조짐은 한진해운 현금흐름표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현금흐름표는 현금(요구불예금 등 현금성자산을 포?의 유입과 유출을 영업활동·투자활동·재무활동으로 구분해 표시하는 기본재무제표로서, 분식회계로 손익이 조작돼도 영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다. 영업활동에서 유입된 현금을 투자활동에 투입해 유출하는 것이 정상적 흐름이다. 한진해운은 영업활동과 투자활동에서 모두 현금이 유입됐고 이는 빚을 갚는 재무활동에 유출됐다. 투자활동에서의 현금 유입은 자산 매각을 뜻한다. 영업에서 번 돈과 자산 매각대금을 채권단이 모두 회수해 현금잔액은 해마다 감소했다. 회사 존립보다는 채권 회수가 우선이었다.


대우조선은 완전 반대다. 영업활동에서 대규모 현금 적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 지출은 계속됐다. 부족한 현금은 재무활동에서 모두 조달됐다. 2015년에는 재무활동 순유입액이 1조8320억원으로 확대됐고 현금잔액도 1조722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자를 지급하고도 영업활동에서 돈을 벌어들인 한진해운에 대해서는 자산 매각까지 요구하며 채권을 회수했다. 그러나 이자를 제외한 영업활동 자체만으로도 현금적자인 대우조선에는 투자용을 보태 현금 공급을 늘렸다. 민간기업과 공기업 관리기준은 천양지차(天壤之差)였다.

김대중 정부가 획일적으로 몰아붙인 부채비율 200% 규제 때문에 해운업은 보유 선박을 매각해 빚을 갚고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했다. 고율의 용선료 약정이 해운업 부실의 주범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해운업 세금부담을 낮추려고 도입한 톤세도 화근으로 돌변했다. 톤세는 실제소득이 아닌 선박 톤수와 운항 일수 기준의 추정 소득으로 과세한다. 해운업 불황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법인세 방식에서는 납세할 세금이 없지만 톤세의 세금은 계속된다. 법인세 방식에서는 결손금 중 일부를 미래의 과세소득과 상계해 세금을 줄일 것으로 보아 이연법인세자산을 계상하지만 톤세에서는 이런 혜택이 없다.

해운업은 경기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주주와 채권자 간 위험에 따른 수익배분 모델이 달라야 한다. 부채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확정이자를 받는 채권자는 높은 위험에 대한 보상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해 채권 회수에 나설 유인이 있다. 경기가 호황으로 돌아서면 확정금리를 초과하는 수익은 주주가 독식하기 때문이다.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신종자본증권을 활용해야 한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속히 마무리하고 현대상선 민영화를 앞당겨 민간 주도로 해운업을 되살려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leemm@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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