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CEO & Issue focus] 조 케저 지멘스 CEO, 평사원에서 CEO로 '36년 지멘시어너'

입력 2016-10-06 16:34   수정 2016-10-07 19:18

"누구든, 무엇을 하든, 내 회사인 것처럼"…주인의식이 강력한 리더십의 원천

왜 이곳에서 일하고 싶어하는가

천재는 고립된 공간서 나오지 않고 네트워킹·협업 통해 만들어지는 것
설문조사 등 통해 직원 변화 이끌어

공장 75% 자동화에도 직원 안 줄여
기계가 사람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기계, 데이터 활용해 생산성 향상

문어발 사업 확장 안한다

스마트 공장·산업공학 등 강점에 집중
수익 향상되며 주가도 꾸준히 올라



[ 이상은 기자 ] 2013년 7월, 페테르 뢰셔 지멘스 회장은 궁지에 몰렸다. 2007년 대형 부패 스캔들에 시달리던 지멘스는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제약회사 머크에서 일하던 뢰셔 회장을 최고경영자(CEO)로 모셔 왔다. 무려 160년이나 이어진 내부 승진 전통을 깨고 외부 수혈로 회사를 바꿔보고자 했던 고육책이었다. 그러나 뢰셔 회장은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재임 6년 동안 실적 목표치를 달성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가 이사회와의 잡음을 외부로 노출해가며 반강제로 불명예 퇴진한 뒤 후임 자리에 오른 것은 56세의 조 케저 최고재무책임자(CFO)다. 1980년 지멘스에 입사해 33년간 다닌 ‘지멘시어너(Siemensianer·지멘스 사람)’다. 케저 회장이 취임한 뒤 지멘스는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어발처럼 이것저것 하지 않고 산업공학이라는 본래의 강점에 집중하면서 스마트 공장으로의 전환 등에 주력한 덕분이다.

평사원에서 33년 만에 CEO로

케저 회장은 1957년 독일 바이에른주 삼림지대에서 태어났다. 독일에서 교육받은 그는 레겐스부르크공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지멘스에 들어갔다. 일견 간단한 이력이지만, 그 안에서 그는 일찌감치 주목받으며 화려한 승진 가도를 밟았다.

33세였던 1990년 지멘스의 자회사인 옵토반도체의 경영관리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4년 뒤엔 지멘스의 미국 자회사 CFO에 임명됐으며 곧 해당 법인 CEO로 올라섰다. 42세에는 지멘스의 뉴욕 증시 상장과 미국식 회계방식(US GAAP) 도입 등 재무부문 중책을 맡았고, 2년 뒤엔 그룹 경영위원회에 합류했다. 2006년부터 CFO로 일했다.

케저 회장은 평범한 사원으로 입사해 CEO에 오른 지멘시어너답게 ‘주인의식’을 중요하게 여긴다. 지난 5월 방한해 제주에서 열린 제주포럼에 참석했을 때 그는 “어느 부문에서든, 누구든, 무엇을 하든 지멘스가 ‘내 회사’인 것처럼 행동하라고 35만명 직원에게 자주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인의식 고취를 위해 유리한 옵션이 많은 우리사주 제도를 운영해 직원들이 직접 경영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35만명 직원 가운데 15만4000명이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까지 20만명 이상이 우리사주를 소유하도록 하는 痼?목표”라고 했다.

‘직원의 주인의식’ 고취하는 리더십

케저 회장은 “펀드매니저는 주식을 갖고 있지만 해당 회사의 10년 후, 20년 후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에 관심이 없다”며 “주인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주주가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정말 회사를 소중하게 여기는 이해관계자인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강력한 리더십 도구”라는 논리다.

이런 이유로 케저 회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인의식에 관한 설문조사다. 주기적으로 하는 설문조사에서 최근 90% 이상의 응답자가 ‘추가적인 노력을 기울여서라도, 교육을 받아서라도 주어진 역할을 기꺼이 수행하겠다’고 한 것은 그에게 큰 자랑이다.

그는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에는 고정근무제가 구시대의 유물일 수도 있다”며 “국경 없는 인터넷 환경에서 새로운 역량을 갖추려면 강력한 교육 혁신 생태계를 갖춰야 하고, 무엇보다도 주인의식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의 혁신은 고립된 공간(silo)에서 천재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네트워킹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지난 10년간 지멘스가 생산하는 제품 종류의 50%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케저 회장은 이런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업이 ‘왜 존재하는가’라는 분명한 목적을 구성원에게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직원에게는 ‘왜 이곳에서 일하고 싶은가’ ‘왜 아침에 일어나서 매일 이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가’를 답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왜, 무엇을, 어떻게 같이 하는지가 분명하다면 자연스레 협업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멘스는 대표적으로 ‘인더스트리 4.0’ 시대를 이끄는 회사지만 그것이 직원 수 감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펼친다.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독일 암베르크공장의 경우 모든 공정의 75%가 자동화됐지만 25년간 직원을 줄이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토머스 로이브너 지멘스그룹 교육 최고책임자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거꾸로 말하면 이 공장은 1989년 설립 당시와 똑같은 1200명 인력을 유지하면서 생산량을 8배 늘리는 데 성공한 것”이라며 “기계가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기계가 함께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임 가능성 벌써 거론

그는 취임 이듬해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과 강제 합병이 진행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지멘스의 러시아 사업에 관해 협의했다. 이로 인해 서방의 주요 리더와 언론의 큰 비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이 문제를 제외하면 케저 회장에 대한 외신들의 평가는 후한 편이다. 미국 포천은 지난달 “케저 회장이 취임 후 회사를 산업공학이라는 강점을 살리는 형태로 다듬어서 수익성을 높였고 주가도 상승했다”며 “그가 현 계약이 만료되는 2018년 이후에도 계약을 연장하길 원한다는 신호를 보낸 것에 대해 투자자들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케저 회장은 지난달 중순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9월 말 끝나는 2016 회계연도 실적이 좋은 편이지만 2017 회계연도는 또 다른 게임”이라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 리스크를 평가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에 5GW 규모 발전시설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계획을 언급하며 “세계 곳곳에 투자 기회가 있지만 우리가 그것을 잘 찾아내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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