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빈자리 누가…대중명품 '왕좌의 게임'

입력 2016-10-27 17:38   수정 2016-10-28 18:25

국내 잡화브랜드 경쟁 치열

20~50만원대 핸드백 시장
선두 코치, 아울렛 상품 전락…희소성 떨어지며 매각설도

덱케·루즈앤라운지·빈폴 등 "때는 왔다"…두자릿수 성장



[ 이수빈 기자 ] ‘대중명품(affordable luxury).’ 수백만원짜리 고가 명품보다는 싸지만 ‘명품’이라고 이름 붙여도 괜찮을 만한 품질과 디자인을 갖춘 브랜드 제품을 뜻한다. 이 시장의 개척자는 미국 핸드백 브랜드 코치였다. 한국에도 2005년 진출해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나친 외형 확장으로 ‘흔한 가방’이 되고, 브랜드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위축됐다. 코치가 빠져나간 20만~50만원대 핸드백 시장을 놓고 국내 패션 잡화 브랜드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코치 몰락에 경쟁 뜨거워

국내 패션잡화 브랜드 덱케(한섬)의 올해 1~9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두 배로 뛰었다. 루즈앤라운지(SK네트웍스·사진) 매출도 같은 기간 15% 늘었다. 빈치스(에스제이듀코)는 지난해 ‘빈치스 벤치’였던 브랜드명을 바꾸고 이미지 변신에 성공해 올해 매출이 120% 증가했다. ‘히트 제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빈폴액세서리가 지난달 내놓은 미니가방 ‘베리백’은 출시 10일 만에 5000개 넘게 판매됐다. 빈폴이 작년에 가수 수지를 디자인에 참여시켜 제작한 ‘보니백’은 4개월 동안 1만개 이상 팔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 LF 브랜드인 질스튜어트 액세서리가 지난달 출시한 마들렌 그레이 토트백은 출시 한 달 만에 품절됐다. LF는 브랜드 로고를 줄이는 등 디자인에 변화를 줬다. 조보영 LF 액세서리 부문장은 “대중명품 시장이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 회사 차원에서 잡화사업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의류 시장은 침체된 상황에서 코치 등 대중명품 시장 강자들이 사라지면서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국내 브랜드들이 가능성을 보이자 지난 8월 패션그룹형지는 새 잡화 브랜드 장 샤를 드 까스텔바쟉을 출시했다. 9월엔 서울 강남 논현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강수호 형지에스콰이아 대표는 브랜드 출시 당시 “제품 가격대를 10만~50만원대로 책정해 어포더블 럭셔리(대중명품)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무리한 시장 확장은 독

코치는 전성기였던 2008년 미국내 핸드백 시장 점유율이 35%에 달했다. 그러나 작년엔 18%까지 떨어졌다. 해외 실적도 급격히 악화됐다. 일본에선 올초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장 두 곳을 닫았고, 지난달엔 중국 온라인몰인 티몰에서 철수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원래 코치를 수입해 국내 판매하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수익성이 악화되자 2013년 이 브랜드의 판매권을 미국 본사로 다시 넘겼다.

코치코리아는 2014년 51억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코치 실적이 부진해진 이유는 아울렛 매장 확장 등 지나친 양적 성장을 추구했기 때문이었다. ‘아울렛에 가면 싸게 살 수 있는 가방’으로 인식되면서 브랜드 희소가치가 떨어졌다.

또 다른 대중명품으로 유명한 미국 브랜드 마이클코어스도 코치와 같은 길을 갔다. 2014년 한 해에만 매장 수를 221개 늘리는 등 외형 성장에 치중한 뒤 실적이 급격히 악화됐다.

미국의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마리오 오르텔리 샌퍼드 번스틴 유럽명품부문 부사장의 말을 인용해 “브랜드가 지나치게 대중화하면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를 쿨하지 않다고 여긴다”고 보도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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