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 PEF의 질주] (2) PEF의 기업 개조 5원칙

입력 2016-10-31 17:32   수정 2016-11-04 10:46

(1) 철저한 성과보수 시스템…"성공하면 수백억 보너스"
(2) 경영목표 분명히 제시 - "기업가치 끌어올려라"
(3) 최적의 CEO 선임 - 경험 풍부한 전문가 발탁
(4) 인수 100일 이내 승부 - 경영전략 신속히 마련
(5) 끊임없이 점검·관리 - 매출 등 지표 수시 파악



[ 좌동욱 / 이동훈 기자 ] ▶마켓인사이트 10월31일 오후 1시42분

삼성전자 재무팀장 출신인 박영택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홍콩계 사모펀드) 회장은 국내 대기업 경영진을 만날 때마다 비슷한 질문을 받는다. “도대체 어떤 마술을 부렸길래 인수한 기업마다 실적이 좋아지느냐”는 것이다. AEP는 국내에서 오비맥주(매각차익 4조8000억원) 로엔엔터테인먼트(1조2000억원) 하이마트(1조원) 더페이스샵(2100억원) 등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막대한 차익을 거뒀다.


사모펀드(PEF)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비결은 뭘까. 국내 PEF 전문가들의 진단을 종합했다.

(1) 철저히 성과 위주로 보상한다

국내 주요 PEF 운용사들이 기업을 인수한 뒤 가장 먼저 손대는 작업은 임직원 성과 보수 체계다.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핵심 경영진의 연봉은 앞으로 5년간 매출,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등과 연동해 책정한다. 회사를 비싼 값에 되팔면 회사 경영진에도 매각 차익의 일부를 나눠준다.

장인수 전 오비맥주 부회장,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박병무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현 VIG파트너스 공동대표) 등의 경영자들이 그 혜택을 봤다. 이들은 실적을 대폭 높인 공로로 수백억원대의 성과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뿐 아니라 직원 성과 보상 시스템도 촘촘하게 마련해 실적에 대한 동기를 부여한다.

이 같은 성과 보상 시스템 덕분에 대기업, 금융회사 출신 젊은 인재도 몰려들고 있다. 삼성전자 사장 출신인 진대제 회장이 이끄는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는 삼성전자 출신 임직원을 투자 기업의 연구 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

(2) 경영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한다

PEF는 기업 인수를 마음먹은 시점부터 인수 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청사진 마련에 들어간다. 업계에서 ‘투자의 에지’라고 부르는 신규 가치 창출 방안이다.

브라질 최대 PEF 운용사인 3G캐피털은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를 인수한 뒤 내부 보유 현금을 활용해 동종 기업을 인수 또는 합병해 회사 덩치와 수익성을 동시에 키우는 통합(consolidation) 전략’으로 잘 알려졌다.

3G캐피털은 1989년 브라질 맥주회사 브라마를 시작으로 안타르치카(브라질 맥주회사), 인터브루(벨기에), 앤하이저부시(미국) 등을 잇따라 사들여 세계 1위 맥주 회사인 AB인베브를 출범시켰다. AB인베브는 지난 9월 말 세계 2위 맥주회사인 사브밀러와 합병해 시가총액 300조원이 넘는 거대 기업으로 재출범했다. 최초 투자 기업이었던 브라마를 인수하는 데 들인 자금은 단돈 5000만달러였다.

KKR 칼라일 등은 투자 기업보다는 해당 산업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더 중요하게 따진다. 이들이 비싼 돈을 주고 산업 애널리스트를 고용하는 이유다. 베인앤드컴퍼니에서 PEF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던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는 “실력 있는 PEF들은 중장기 기업 가치 제고방안을 대부분 3개 안팎으로 압축해 제시한다”며 “목표가 너무 많으면 어느 것도 이루기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3) 최적의 CEO를 선임한다

인수 기업 경영에 적합한 핵심 인력을 찾는 작업도 PEF의 투자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VIG파트너스는 2013년 광학렌즈 제조사인 삼양옵틱스를 인수한 뒤 삼성전자 카메라사업부 임원 출신인 황충현 씨를 CEO로 선임했다. 이철민 VIG 부대표는 “중소기업(삼양옵틱스)의 경쟁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은 해당 분야에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대기업 임원을 CEO로 영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존 경영진을 유임시키거나 내부 승진 인사를 통해 CEO, CFO를 선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AEP가 대표적이다. 한 토종 PEF 대표는 “조직의 특성과 장단점을 잘 아는 내부 출신이 있다면 굳이 외부에서 영입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4) 인수 100일 이내 승부를 건다

PEF들은 회사 인수 후 첫 100일 동안을 ‘회사를 변신시킬 가장 중요한 시간’으로 삼고, ‘100일 계획’을 짠다. 통상 기업 인수를 위한 실사 단계 때부터 CEO 후보를 끌어들여 경영 전략 목록을 함께 작성한다.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자마자 실행하기 위해서다. PEF는 이때 파악한 회사의 장단점을 토대로 회사의 청사진을 그린다.

‘신속한 의사결정’은 ‘100일 계획’ 이후에도 계속된다.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는 여러 명의 파트너가 함께 의사 결정을 내리지만 기업을 인수한 뒤에는 1~2명의 운용역에게 실무를 맡겨 빠르게 움직인다.

(5) 끊임없이 점검·관리한다

성과를 지속적으로 점검·관리하는 것도 PEF들이 기업 경영에서 중요하게 따지는 원칙 중 하나다. 개별 사업부 단위의 매출, EBITDA 등 핵심 성과 지표를 정한 후 1주일, 한 달, 분기, 반기, 연간 단위로 지속 점검한다. 실적 증가세가 둔화될 조짐이 보이면 즉각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마련한다.

MBK는 2013년 웅진그룹으로부터 인수한 코웨이 경영진과 1년에 50번 가까이 회의를 한다. MBK의 코웨이 담당자와 코웨이 CEO, CFO 등이 참석한다. 코웨이 관계자는 “수시로 열리는 회의를 통해 대주주인 MBK가 코웨이의 모든 현황을 파악하고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좌동욱/이동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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