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은행권 '자산관리 붐'

입력 2016-11-03 04:28  




(김은정 금융부 기자) “부가 서비스는 확실히 많아졌는데 제 자산을 정말 불려줄지는 의문입니다.”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내놓고 있는 자산관리 서비스를 두고 서울 을지로에서 만난 한 직장인은 이렇게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자산관리 시스템) 등 새로운 기술이 접목돼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건 맞지만 포트폴리오 추천 등 기존 프라이빗뱅킹(PB)과 뚜렷한 차별성을 느끼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자산관리 시장을 둘러싼 은행간 경쟁이 불붙고 있다. 기대수명이 빠르게 늘고 있어 은퇴 후 준비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많아진데다 저성장·저금리로 새로운 수익원 발굴이 필요해진 은행들의 이해관계가 맞물려서다.

자산관리는 PB를 통해 과거에도 이뤄지던 업무다. 다만 시스템·플랫폼화되고 있는 게 최근 변화다. 이전까지 은행들은 자산관리를 금융상품 판매를 통한 영업 수단으로 여긴 측면이 강했다. 이제는 초점을 판매가 아닌 자문에 맞추고 종합 금융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 비(非)대면 채널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반영해 모바일 자산관리에 주력하는 것도 달라진 점이다.

신한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와 신한은행 전문가들의 추천 포트폴리오를 통해 모바일로 자산관리를 할 수 있는 엠폴리오를 내놨다. 앱(응용 프로그램)에 접속해 소득과 투자 성향을 알 수 있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입력한 뒤 포트폴리오를 받아보는 식이다. 포트폴리오에서 제시한 금융상품에도 쉽게 가입할 수 있다.

국민은행은 앞서 KB자산관리플랫폼을 출시했다. 시장 상황에 따른 포트폴리오 조정과 강화된 사후 관리가 특징이다. 이와 함께 ‘셀프 자산관리’가 가능한 앱 마이머니도 선보였다. 자동으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해 다른 금융회사의 자산까지도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농협은행은 성별과 연령 정보만으로 1분 안에 은퇴 설계를 할 수 있는 올100플랜시스템을 내놨다. 이 시스템은 은퇴설계, 포트폴리오, 재무설계를 통합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표방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열사마다 분산돼 있는 혜택을 한 데 모으는 방식의 통합 멤버십 시장에서 볼 수 있듯이 한 은행이 퍼스트무버(시장 선도자)가 돼 시장 영향력을 키우면 다른 은행들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목적도 있지만 기존 고객의 불만과 이탈을 막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획기적인 서비스 개발보다 기존 서비스를 수정·보강해 새로운 이름으로 포장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설명이었다.

일단 경쟁사를 따라 하고 보자는 식의 ‘미투(me too) 전략’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단순히 금융상품이나 서비스만이 아니라 영업점 운영이나 조직 개편까지 은행권 전반에 걸쳐 항상 이슈가 됐다. 물론 이런 은행간 경쟁이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소비자의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대동소鎌?서비스에 과당 경쟁 문제가 거듭 불거지면 은행에 대한 소비자의 피로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은행간 경쟁의 시대는 지났다. 핀테크(금융+기술) 등 기술 발달로 이동통신사, 유통사, 정보통신(IT)사 등이 전통적인 금융 영역을 잠식하고 있다. ‘금융 서비스는 필요하지만 은행은 꼭 그렇지 않다’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말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한 은행장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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