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 '중국 광군제 특수' 그림의 떡…한국상품 점유율 0.05% 불과

입력 2016-11-08 17:48  

티몰 한 곳이 매출 143억 달러…아모레 판매 10위권도 못돼
국내선 '집안 단속' 마케팅뿐

한국 중소기업엔 입점 문턱 높고 반품되면 손해보고 폐기처분
해외매출 내도 대출 어려워



[ 정인설 기자 ]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여성복을 파는 송모씨. 지난해 매출이 10억원을 넘자 중국 온라인 시장에 진출하기로 마음먹었다. ‘광군제(11월11일) 특수’를 노리고 올초부터 중국 시장 1위인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의 문을 두드렸지만 결국 포기했다. 보증금만 2500만원을 내야 할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고 국내외 통관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 물건을 제대로 팔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송씨는 “국내에는 중국 온라인시장 진출을 지원하는 기관도 없어 중국 사업을 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광군제 특수에서 소외된 한국

광군제는 2009년 중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가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11월11일을 ‘구매를 즐기는 날’로 기획하면서 시작됐다.

지난해 당일에만 중국에서 발생한 전체 온라인 매출액이 약 22조원에 이를 만큼 중국 최대 쇼핑 행사로 자?잡았다.

광군제가 다가오면서 국내 유통업체들도 경쟁적으로 할인 행사를 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하기보다는 중국 온라인 쇼핑몰로 빠져나갈 국내 소비자들을 붙들기 위한 ‘집안 단속용’이 대부분이란 평가다.


중국 내 한류 열풍을 생각하면 한국 업체들이 중국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맹활약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광군제만 봐도 한국의 위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매출 기준 5위권(면세점 매출 포함)이지만 온라인 쇼핑행사인 광군제에선 소외돼 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지난해 광군제 행사기간(11월11~20일) 점유율이 1%에 못 미치고 매출 상위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작년 광군제 행사기간에 티몰을 통해 팔린 한국 상품은 737만달러 규모였다. 같은 기간 티몰 매출(143억달러)의 0.05%였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고, 작년 중국의 총수입액 중 한국산 비중이 10.9%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중국 온라인 시장을 쳐다만 보고 있는 셈이다.

광군제가 ‘그림의 떡’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다. 중국 온라인 쇼핑 시장의 문턱이 높은 게 가장 큰 이유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그룹의 타오바오나 티몰에 들어가려면 중국에 꼭 현지법인이 있어야 한다. 사업자등록증과 품질보증서 등 10여개의 서류를 내고 어렵게 심사를 통과하면 2500만원의 보증금과 수백만원의 연회비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싼 중개수수료를 내고 중국 업체를 통해 물건을 팔 수밖에 없다. ‘티몰 글로벌’에 입점한 60여개 한국 업체 대부분이 대기업인 이유다.

◆한국 정책과 제도도 문제

국내 제도와 여건도 온라인 수출에 걸림돌로 꼽힌다. 온라인 쇼핑몰을 통한 수출은 대부분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지만 무역을 규제하는 관세법과 부가가치세법은 여전히 기업 간 거래(B2B) 체계로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B2C 형태의 전자상거래에 특화된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티몰을 비롯한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은 대부분 국내 은행 계좌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티몰에 입점하면 반드시 중국에 가서 현지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지에 있는 송금업체를 통해 판매 대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정부가 나서서 미국과 중국에서 한국의 은행 계좌가 통용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체 관계자는 “중국이나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매출을 올려도 상당수 국내 은행이 국내 매출이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안 해주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나마 한국무역협회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티몰 안에 K몰을 개설해 중소기업의 수출을 돕고 있다. 무역협회는 8일 ‘광군제, 우리 기업의 활용이 가능한가’라는 보고서에서 “처음부터 물건을 많이 팔려 하지 말고 3개월 이상 준비해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한 뒤 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호 무역협회 e비즈지원본부장은 “글로벌 유통 강국이 되기 위해선 대기업뿐 아니라 온라인 파워셀러를 육성해 중국 미국의 온라인 시장을 뚫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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