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해체 말한 적 없어…공정 경쟁하자는 게 진보인가
기존 정치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지지율 상승 원동력
대변화 갈림길…기득권과 싸울 돌파형 리더십 필요
표 확장성 측면서 내가 문재인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
새누리당 제3지대 통해 대안 나올 것…야당 분열하면 필패
[ 손성태/김기만 기자 ]
탄핵 국면에서 가장 주목받은 대선주자는 이재명 성남시장(더불어민주당)이다. 이 시장은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3’ 후보로 부상했다. 시종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강경 일변도의 직설화법이 대중에 먹혔다는 분석이다.이 시장은 지난 9일 여론조사전문기관 갤럽이 발표한 12월 둘째주 조사에서 전주에 비해 10%포인트 오른 18%를 기록했다. 올해 초 3% 남짓 지지율로 ‘페이스메이커’ 정도로 평가받던 그가 어느새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을 오차 범위로 추격하고 있다. 이 시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정치와 기득권 세력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내 지지율 상승의 요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진보좌파라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보수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다”며 “내가 표 확장성 등의 측면에서 문 전 대표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는 언제 선언하나.
“당초 12월께 미래비전과 정책을 선보일 계획을 잡고 있었다. 탄핵 후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치적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은 맞지 않다.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결심은 굳혔다.”
▷탄핵 정국에서 가장 강한 목소리를 냈다.
“탄핵안이 가결됐다고 손을 놓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자진 사퇴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이 사퇴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고 국민 의사에도 부합한다.”
▷박 대통령의 즉각 사퇴로 대선이 앞당겨지면 불리할 것 같은데.
“정치공학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게 내 지지율 상승의 원인이다. 대선이 한두 달 빨라지고 늦춰진다고 국민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요즘은 국민끼리 신경선이 연결된 것처럼 실시간으로 상호 소통하고 입장을 통일해 간다. 시간이 없어도 국민의 집단지성이 발휘돼 시대에 맞는 리더를 찾을 것이다.”
▷여전히 지지율에서 문 전 대표에게 뒤져 있다.
“야당 지지층 중 50%는 문 전 대표를 지지하고, 25%는 나를 지지한다. 하지만 지지층을 보수 진보 정체성에 따라 분류해보면 상황은 다르다. 문 전 대표보다 중도 보수층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온다. 지지층 확장성이 크다는 증거다. 호남은 전통적으로 본선에서 이길 수 있고,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후보를 찾아왔다. 현 추세대로라면 내가 호남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진보좌파라는 평가에 불구하고 중도 보수층 지지가 높은 이유는 뭐라 보나.
“내 성향은 진보가 아니라 보수에 가깝다. 난 현 체제나 질서를 바꾸자는 쪽이 아니다. 경제 안보 통일 노동 어느 분야건 현재 헌법이나 법률의 테두리에서 좋아질 수 있다고 믿고 있고, 성남 시정을 통해 그것을 입증해왔다. 경제문제도 그렇다. 난 재벌을 해체하자고 한 적이 없다. 다만 5%도 안 되는 지분을 갖고 공정하고 합리적 경쟁을 가로막는 재벌체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기업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게 왜 진보인가. 불법과 편법을 동원한 기득권자들이 보수란 탈을 쓰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자신의 강점을 꼽는다면.
“나의 강점은 정치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정치는 국민에게 실망만 안겼다. 나는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만과 불신 실망 등에서 비켜나 있다. 국민은 그것을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차기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뭐라 보나.
“한국 사회는 지금 대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 변화의 핵심은 불평등 불공정 등 격차 해소다. 이것을 고치려면 기득권을 차지하는 소수의 힘 센 사람들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하고 평등하고 공평한 세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흙탕물에도 굴러야 하고 총알도 맞고 얼굴도 붉히면서 밀어붙일 수 있는 야전형 돌파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문 전 대표 등 다른 후보들에 비해 내가 낫다고 자신한다.”
▷눈에 띄는 여당 주자가 없다.
“현재 여권 주자의 지지율이 낮다고 야당이 쉽게 정권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국민은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의 지도자를 찾아내려고 할 거다. 국민을 동원 대상으로 여기고 야권이 분열하면 필패다. 새누리당은 붕괴하겠지만 새로운 당이나 제3지대를 통해 여권의 새로운 대안이 나올 것이다.”
▷경선 룰 갈등 우려가 나오는데.
“경선규칙 가지고 후보 간 밀고 당기고 할 시간도 없다. 그랬다간 국민적 지탄만 받는다. 2012년 때처럼 국민경선으로 하면 된다. 다만 결선투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후보 간 검증이 시작되면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앙정부에 맞서 시정을 운영하면서 검찰 수사와 감사 등 혹독한 검증을 거쳤다. 형님과 집안 문제 등도 나올 만큼 나와 이제 싫증을 낸다. 전모를 아는 사람들은 친인척 비리는 없겠다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음주운전한 것 말고는 지지율이 떨어질 만한 비리는 없다.”
▷문 전 대표 등에 조직에서 밀리지 않나.
“난 조직이 없다. 하지만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한 네트워크가 오프라인 조직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샌더스가 조직이 있어서 힐러리와 경합을 벌였겠나. 트럼프는 조직이 많아서 기존 공화당 조직을 이겼나. 특히 트럼프는 마지막 본선에서 공화당이 등을 돌렸는데도 네트워크 힘만으로 민주당의 강력한 조직을 이겼다.”
▷반 총장을 어떻게 보나.
“대선판을 흔들 만한 변수로 보지 않는다.”
손성태/김기만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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