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발목 잡힌 사우디 '탈석유 경제'

입력 2016-12-18 18:40  

석유의존 경제 바꾸기 나섰지만 '9·11 소송법'으로 관계 악화
아람코 뉴욕상장도 재검토

미국 원유생산 확대 방침도 영향



[ 박종서 기자 ] 탈(脫)석유 시대를 준비 중인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신경제정책에 급제동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세계 에너지시장의 전면적 변화를 부르는 정책을 도입하겠다고 강조한 데다 사우디 정부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대외환경이 크게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석유 중심의 경제체질을 바꾸기 위해 지난 4월 ‘비전 2030’을 발표했다. 세계 최대 에너지회사인 국영 아람코 상장 등을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다.

◆‘9·11 소송법’ 통과로 대미 투자 ‘스톱’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의 국부펀드가 수십억달러 상당의 대(對)미국 투자 전략을 재고하고 있으며, 아람코 상장 계획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의 대외투자 관계자는 “미국의 에너지 정책과 사우디에 대한 입장이 정리될 때까지 수십억달러의 투자를 중단키로 했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미국은 지난 9월 이른바 ‘9·11 소송법’을 통과시켰다. 2001년 9월11일 뉴욕에서 발생한 테러 희생자 가족이 테러 연관설이 제기된 사우디를 상대로 미국에서 피해보상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9·11 테러 범인 19명 가운데 15명이 사우디 국적자여서다.

사우디는 법안이 통과되면 7500억달러에 이르는 미국 국채와 미국 내 자산을 매각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지만 미국 의회는 법안 통과를 밀어붙였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후보 시절 ‘9·11 소송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테러 피해자에게 피소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사우디 자산을 미국으로 옮겨놓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는 게 사우디 측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사우디가 경제 개혁용 자금으로 쓸 아람코 지분 매각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우디는 이르면 내년 아람코 지분 5%를 매각해 2조달러(약 2374조원)를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우디는 아람코를 뉴욕증시에 상장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도쿄증시나 런던증시 상장을 타진하고 있다.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도 부담

차기 트럼프 정부의 에너지 정책도 사우디의 신경제 방향을 안갯속에 빠뜨렸다. 트럼프는 미국 내 셰일오일과 가스를 적극 개발하고 에너지 관련 시설 투자에 공을 들이겠다고 강조해왔다.

노르웨이 리서치회사인 리스타드에너지는 미국 원유매장량이 2640억배럴로 사우디(2120억배럴)나 러시아(2560억배럴)보다 많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원유 생산을 늘리면 유가가 하락할 뿐만 아니라 사우디의 대미 원유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우디는 2014년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국제 원유 가격이 50달러 안팎으로 추락하면서 올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사우디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내렸다. WSJ는 “트럼프의 일부 보좌진은 사우디의 미국 에너지 기업 투자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며 “갈 길 바쁜 사우디가 정책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고 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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