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 초불확실성의 시대 접어든 세계 경제

입력 2016-12-21 17:38   수정 2016-12-22 06:52

"40년 전 갤브레이스가 본 불확실성
트럼프 당선·브렉시트·중국 부상 등
지금이 당시보다 더 불투명한 상황"

배리 아이켄그린 < 미국 UC버클리 교수 >



내년은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의 저서 《불확실성의 시대》 출간 40주년이다. 40년은 긴 시간이지만 갤브레이스와 그의 독자들이 얼마나 불확실한 시대를 살았는지 상기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갤브레이스가 이 책을 집필한 1977년, 세계 경제는 1차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크게 휘청거렸고 2차 오일쇼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미국은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물가상승은 빨라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브레턴우즈 국제통화시스템을 재건하려는 노력은 무너졌고 국제무역과 세계 경제성장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1950~1975년 사이 지속된 경기 안정성과 예측가능성 덕에 맞이했던 황금시대는 갑작스레 확대된 불확실성과 더불어 끝났다.

이것이 1977년에 나타난 일들이다. 그러나 2017년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면 1977년의 불확실성은 거의 부러울 지경이다. 1977년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은 아니었다. 지미 카터는 미국 역사상 최고의 대통령은 아니었지만 전체 시스템을 위험에 빠뜨리는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진 않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세계무역기구(WTO) 등 미국의 국제사회를 위한 노력을 상징하는 기구로부터 등을 돌리지도 않았다. 카터는 미국 중앙은행(Fed)과 전쟁을 벌이거나 그의 재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상당한 돈을 기부할 의사가 있는 동조자들로 Fed 이사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그는 반대로 통화 안정성을 강력히 지지하는 폴 볼커를 Fed 의장으로 앉혔다. 카터는 연방 재정수지의 균형을 맞추진 못했지만 재정수지 균형을 완전히 날려버린 인물도 아니었다.

트럼프가 중국 수입품에 관세를 매길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폐기할지, Fed 이사회를 자기 인물로 채워버릴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깎아먹을 건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는 문제가 됐다. 연착륙이 될 수도 있지만 완전히 재앙이 올 수도 있다.

1977년 당시 유럽 통합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이었다. 유럽공동체(EC)는 유럽 국가를 끌어들였고 회원국을 잃지도 않았다. 1977년 EC는 ‘공동변동환율제’라고 불리는 지역통화시스템을 신설했다. 회원국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이 시스템을 탈퇴할 수 있었고, 경제전망이 밝아지면 다시 가입할 수 있었다. 지금은 반대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때문에 유럽연합(EU)에 불확실성의 먹구름이 끼고 있다. 유럽의 통화시스템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유로존은 새로운 회원국을 끌어들일 만큼 매력적이지도 않고 어려움에 처한 회원국에 일시적인 휴일을 줄 만큼 유동적이지도 않다. 유로화는 관성 덕에 올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예측하기 어렵다.

1977년, 경제 논객의 레이더에 신흥시장에서 비롯되는 불확실성은 걸리지조차 않았다. 남미와 동아시아의 개발도상국들은 성장하고 있었지만 자본을 해외 은행에서 겨우 끌어다쓰는 처지였고 중국은 세계에서 단절돼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오늘날 중국·브라질·터키에서 일어난 일은 그 나라에서 끝나지 않는다. 게다가 이들 국가의 발전은 세계 경제를 위한 선결조건이다. 하지만 중국은 다루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부실 회사채 문제를 안고 있고 구조개혁을 향한 정부의 의지도 확실하지 않다. 터키는 심각한 무역적자, 변덕스러운 대통령, 불안정한 인접국 문제를 지니고 있다. 브라질은 정치적 스캔들이 수출 가능한 상품이었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 확실한 비교우위를 가졌을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는 1977년 한 해를 넘어 그 시대를 조명했지만, 당대의 분위기를 포착했을 뿐이다. 만약 갤브레이스가 2017년에 같은 책을 쓴다면 그는 1970년대를 ‘확실성의 시대’라고 불렀을 것이다.

정리=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은 프로젝트신디케이트와 협약을 통해 배리 아이켄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의 글을 매달 한 차례 게재합니다. ⓒProject Syndic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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